아득한 그림자
최 병 창
나는 앞으로 가고 너는 뒤에서 쫓아온다
앞을 가르는 바람은 나뭇잎을 흔들며 그때마다 듬성듬성 기억을
깨워내고 꼿꼿하지 못한 이마를 앞으로 내세우라는데
흘낏 뒤를 돌아본다
앞으로 갈까 뒤로 돌아갈까 천천히 차 오르는 기억들
쉴 틈 없는 반복이 서로를 으스러지게 껴안아보지만 별다른 몸짓은
할 수 없다
어디를 바라보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는 기억이 멈칫거리는 동안에는
제자리에서 요지부동인데
굵은 대못하나 두드려 박았는지 툭툭 던져지는 쉼표와 마침표 사이
숨을 쉬는 듯 마는 듯 부동자세는 여기서도 마찬가지
구겨진 신음같이 알고도 모른척한 이마의 중간쯤
불안을 엿보는 것만으로도 무겁다는 숨을 참고도 꼿꼿하지 못한 자세는
여전했으니
구겨진 망치하나 마른 생선가시처럼 잡히지 않는 혓바닥사이에 무겁게
걸려있다
나는 앞에 서있고
너는 뒤에 서있고
뒤따라오던 바람은 아득하게 지나치고.
< 2020. 07. >
아침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