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과 수업실연을 한 노화경 학생(전주교대)이 발표하는 학생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처음에는 쑥스러워하던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해줘서 말할 수 없이 뿌듯합니다. 오늘을 잊지 않고 꼭 좋은 교사가 되겠습니다.”(김은영 부산교대 학생·영어과 수업 실연 1등급) 한국교총과 전국교육대학교총장협의회(회장 김상용 부산교대 총장)가 공동 주최하고 경인교대 교육연구원(원장 여태철)이 주관한 ‘제2회 전국교대 예비교사 좋은 수업 탐구대회’(이하 좋은 수업 대회)가 12일 경인교대 일원에서 열렸다. ‘좋은 수업 대회’는 전국 12개 초등교원 양성대학교 예비교사들이 함께 수업을 탐구하고 재음미해보는 ‘좋은 수업, 좋은 교사 만들기 프로젝트’다. 초등 10개 교과 수업 실연 40명, 수업 비평 80명 등 120여명의 학생과 교수·수석교사·교사·전문직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 60명이 동참했다. 대회는 과목별로 같은 주제를 주고 4명의 수업 실연자가 펼치는 색다른 수업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수업 실연 예비교사들은 학생들 앞에서 난생처음 수업을 하는 값진 경험을 했고, 수업을 참관한 4명의 심사위원들과 수업비평 참여 학생들은 ‘같으면서도 다른 수업’을 보는 것이 가장 흥미로웠다고 입을 모았다. 사회과 비평부문 금상을 받은 김서연 한국교원대 학생은 “다양한 교육 자료를 통해 ‘흥선 대원군의 개혁정책’을 살펴보는 방식으로 수업을 이끌었는데 이현정(부산교대) 학생만 아이들에게 직접 흥선대원군이 되어 보라고 달리 접근한 점이 인상적이었다”며 “같은 교대생으로서 배울 점이 많은 수업이라 느꼈는데 역시 1등급을 받더라”라고 말했다. ‘기억을 확인하는 표현과 지시하는 표현 듣고 이해하기’를 주제로 한 영어과 수업 실연에서는 2명은 스토리텔링 형식 수업을, 2명은 교과서 재구성을 택해 대조를 이뤘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남궁은미 강원 성북초 수석교사도 “한 수업에만 과도하게 에너지를 쏟아 붓다가 ‘더 이상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면 큰일이니 교사에게 강약조절은 필수”라고 조언했다. 도덕과는 ‘배려하는 마음, 따뜻한 생활’이 주제여서 그런지 수업 실연을 준비한 4명의 학생 중 3명이 ‘배려 나무’를 수업자료로 준비해오기도 했다. 유일하게 ‘배려나무’를 준비하지 않은 최유정(서울교대) 학생은 수업 실연 전날 일선교사들에게 자문을 받던 중 “배려 나무는 식상하다”는 지적을 받고 밤새 수업 자료를 다시 준비해 오는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 국어과 심사를 마친 김미자 서울 성파초 교사는 “예비 교사의 수업 실연을 보고 책임감을 더 느꼈다”며 “교대 전체의 축제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안양옥 교총 회장은 “임용시험 중심에서 벗어나 ‘좋은 교사의 기준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해준 값진 대회”라며 “좋은 수업을 할 능력 있는 교사가 선발·임용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교총이 이뤄내겠다”고 했다. 안 회장은 이날 교대 박사과정 설치, 예비교사 수업 실기대회 개최 등 초등교육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전국교대총장협의회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내년 제3회 대회는 공주교대에서 열린다.대회에 참여한 예비교사들에게는 교총 준회원 자격이 주어지며, 신청할 경우 한국교육신문도 받아 볼 수 있다.(문의=02-570-5772~4)
전국교대 예비교사 좋은 수업 탐구대회 이모저모
교원도 참관 “예비교사 파이팅!”
수업비평 참여 학생들 사이에서 수업을 참관하고 있는 전애영 광주교대 파견교사(사진 오른쪽). ○…대회 참가자, 심사위원 외에도 현장 교원들이 수업실연을 참관, 열정 가득한 예비교사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응원했다. 김민환 경인교대부초 교사는 “수업 준비를 많이 했고, 좋은 수업을 찾기 위해 열심히 고민한 노력이 느껴졌다”며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신선한 수업을 보여줘 대견하고 자극도 받았다”고 말했다. 방성운 인천안산초 교사는 “현장 경험 없는 예비교사가 자신의 수업을 공개하고 평가받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며 “끝까지 잘해준 후배가 자랑스럽고 좋은 교사가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애영 (목포 옥암초)는 “같은 주제로 서로 다른 4개의 수업을 보며 수업구성, 전개, 자료 준비 등에서 기존의 틀을 깨는 ‘참신성’을 배웠다”고 강조했다. “열린 수업관 가져라” 알찬 특강○…예비교원들을 위한 특강도 마련됐다. 이날 ‘좋은 수업의 전제와 구현방안’에 대해 강의한 경인교대 사회과 이동원 교수는 “예비교사들은 초등 현장 속에서 주류가 인정하고 있는 ‘좋은 수업 담론’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자신만의 열린 수업관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오류가능성을 인정하면서 끊임없이 수정·발전해나가는 교사가 되라”고 조언했다.
도덕과 수업실연을 하고 있는 장은정(한국교원대) 학생 실수 연발 “아찔했어요!”○…아직 교생실습도 하지 않은 학생들이 많아 난생 처음 하는 수업에 실수하고 당황하는 일도 곳곳에서 벌어졌다. ‘광고의 신뢰성을 평가하는 방법 알기’를 주제로 한 국어과 수업실연에서 홍상현(광주교대) 학생은 질문에 아이들이 대답하지 않고 일순간 침묵해 당황했다. 홍 학생은 “생각했던 바와 다른 대답을 하거나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경우 수업 방향을 다시 찾는 게 쉽지 않았고 직접 교단에 서니 자연스럽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고 했다. 장은정(한국교원대) 학생은 도덕과 수업에 열중하다 종이 울렸는데도 모둠을 새로 구성하고 수업을 계속 진행해 심사위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10분 쉬는 시간 후 바로 4교시 수업을 시작해야 했던 최유정(서울교대) 학생도 당황하긴 마찬가지. 장 학생은 수업협의회 시간에 자신의 실수를 이야기하다 눈물을 비치기도 했다.
심사위원 말·말·말 “교사가 즐거워야 좋은 수업”
교과별 수업협의회에서 한 심사위원이 예비교사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있다. 수업 실연, 수업 비평문 쓰기 이후 열린 ‘교과별 수업협의회’ 시간은 예비교사들에게 특히 호평을 받았다. 예비교사들은 수업과 학생교육에 대해 궁금했던 점을 해소할 기회가 됐고, 심사위원들은 아낌없는 조언을 통해 열정 가득한 예비교원들을 격려했다. 다음은 교과별 협의회에서의 심사위원들의 조언이다. ○…“수업에서 습관적으로 ‘어-’, ‘아-’를 반복하는 것은 고치는 것이 좋다. 교수용어 선택이 적절한가, 친근감 있는 수업을 했나를 항상 고민하라.”(강사채 인천남부교육지원청 장학사)○…“비평문을 읽어보면 분석만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단순한 항목, 요소별 나열이 아니라 비평문을 쓰는 당사자의 가치관도 담는 ‘읽는 맛’ 있는 비평문을 써야 한다. 나 역시 그런 비평문을 쓸 수 있을까 고민하며 비평문을 심사했다.”(박수자 부산교대 교수)○…“집을 짓는 과정 안에서 벽돌 쌓는 법을 가르쳐야 하듯 왜 그 단원, 그 주제가 교육과정에 들어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도달해야 하는 목표와 총체적 교육과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단면만 보는 수업을 준비해서는 안 된다.”(염은열 청주교대 교수)○…“무엇보다 교사와 아이들 간의 소통이 잘 이루어져야 한다. 잘 가르치는 것도 좋지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교사가 되는 것도 중요하다”(김은진 경기 수원 안룡초 수석교사)○…“친밀감 표시는 좋지만 수업 중 움직임이 너무 많으면 학생들의 시선이 너무 왔다 갔다 해 수업에 집중하기가 어렵다”(최창현 명덕초 교사) ○…“학생이 즐거워야 좋은 수업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교사가 즐거워야 좋은 수업이 이뤄질 수 있다. 수업은 교사의 삶과 인격을 닮아가니 앞으로 즐겁고 의미 있는 수업을 진행하길 바란다.”(조필환 광주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