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 남도여행, 洗然亭에서
조선 중기 문신이며, 시인인 고산 윤선도(1587~1671)가 병자호란 때 왕이 항복했다는 소식을 듣고 울분을 참지 못하고 제주도로 향하다, 보길도의 자연경관에 감동하여 머물렀다고 한다.
보길도는 그가 인조 15년(1631) 51세 때부터 13년간 글과 마음을 다듬으며, ‘어부사시사’와 같은 훌륭한 시가문학을 이루어 낸 곳이다. 또한 그가 섬 안의 바위와 산봉우리에 붙인 이름은 아직도 남아있다.
낙서재 건너 개울가에 연못을 파고 집을 세워 ‘곡수당’이라 하고, 그 건너 산중턱 위에 집을 지어 ‘동천석실’이라 하였다. 계곡의 동북쪽에는 ‘세연정’을 세워 책을 읽고 뱃놀이도 하며 자연을 벗 삼아 지냈다.
보길도에는 동양의 자연관과 성리학의 사상이 흐르고 있다. 자연과 인공의 조화를 통해 자연과 사람이 하나가 되도록 한 윤선도의 뛰어난 안목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 명승 제 34호로 지정된 전라남도 완도군 보길도 세연정(洗然亭)에 대한 Daum백과사전의 설명이 그랬다.
또 다른 설명에 의하면,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가 보길도에 머물면서 지은 정자로 날이 좋은 날이면 노비들에게 술과 안주를 마차에 가득 싣게 하고 기생들을 거느리고 나와 술을 한 잔 걸치고서는 어부사시사를 부르게 했던 곳이라고 했다.
‘보길도’라는 섬 이름은 들어봤지만, ‘세연정’이라고 하는 정자 이름은 그동안 통 들어보지 못했다.
그리고 그곳 보길도에 고산의 발걸음이 닿았다는 사실과, 고산이 세연정이라는 정자를 지었다는 사실과, 고산이 그곳 세연정에서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를 지었다는 사실은, 이번에 2박 3일 일정으로 떠난 남도여행의 그 여정에서 보길도를 찾아들면서 내 처음으로 알았다.
고산이 그곳에 남긴 발자취에 대한 좀 더 찾아봤다.
다음은 ‘계림의 국토박물관 순례’라는 Daum블로그에 실린 ‘고산을 찾아서-보길도 부용동 세연정’이라는 제목의 글 중의 한 대목이다.
완도읍에서 서남쪽으로 12km쯤 떨어진 보길도는 상록수가 우거지고 물이 맑아 자연경관만으로도 아름다운 곳이지만, 고산 윤선도(1587~1671)의 유적으로 더욱 알려진 곳이다. 고산 윤선도, 그의 나이 51세 때인 조선 인조 15년(1637)에 왕이 남한산성에서 청나라에 항복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는 세상을 보지 않으리라 하고 제주도로 향해 가던 중, 상록수가 우거진 아름다운 섬 하나를 발견하고는 그 섬에 터를 잡았는데, 그곳이 바로 보길도이다. 섬의 산세가 피어나는 연꽃을 닮았다고 하여 부용동이라 이름 짓고, 섬의 주봉인격자봉 밑에 낙서재를 지어 거처를 마련했다.
그 후 두 차례의 귀양을 가고 벼슬을 하여 서울로 가거나 해남의 금쇄동 등 다른 곳에서 지내기도 했으나, 결국 85세로 낙서재에서 삶을 마치기까지 섬 여기저기에 세연정, 무민당, 곡수당 등 건물을 짓고, 바위 등 자연의 경승에 대(臺)의 명칭을 붙였는데, 이 정자와 대가 모두 25여개소에 이르며 오우가, 산중신곡 등 많은 가사와 유명한 어부사시사를 비롯하여 자연을 노래한 많은 시를 남겼다. 세연이란 ‘주변경관이 물에 씻은 듯 깨끗하고 단정하여 기분이 상쾌해 지는 곳’이란 뜻으로 ‘소산연부’에서는 1637년 고산이 보길도에 들어와 부용동을 발견했을 때 지은 정자라고 하고 있다. 정자의 중앙에 세연정, 동쪽에 호광루, 서쪽에 동하각, 남쪽에 낙기란이란 편액을 걸었으며, 또 서쪽에는 칠암천이라는 편액을 따로 걸었다.//
그래서 ‘세연정’이라는 그 정자의 이름에 대한 유래도 알았다.
특히 고산이 지은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 그 전문을 접할 수 있었던 것은 내게 큰 행운이었다.
다음은 춘하추동 각 10수씩 해서 40수 그 전문이다.
춘사(春詞)
앞강에 안개 걷고 뒷산에 해비친다
배 띄워라 배 띄워라
썰물은 밀려가고 밀물은 밀려온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강춘에 온갖 꽃이 먼 빛이 더욱 좋다
날씨가 덥도다 물 위에 고기 떳다
닻 들어라 ekv 들어라
갈매기 둘씩 셋씩 오락가락 하는구나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낚싯대는 쥐고 있다 탁주병 실었느냐
동풍이 잠깐 부니 물결이 곱게 인다
돛 달아라 돛 달아라
동호를 돌아보며 서호로 가자꾸나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앞산이 지나가고 뒷산이 나온다
우는 것이 뻐꾹샌가 푸른 것이 버들숲가
배 저어라 배 저어라
어촌의 두어 집이 안개 속에 들락날락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맑은 깊은 연못에 온갖 고기 뛰논다
고운 볕이 쬐는데 물결이 기름 같다
배 저어라 배 저어라
그물을 넣어 둘까 낚싯대를 놓으리까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어부가에 흥이 나니 고기도 잊겠도다
석양이 기울었으니 그만하고 돌아가자
돛 내려라 돛 내려라
물가의 버들 꽃은 고비고비 새롭구나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정승도 부럽잖다 만사를 생각하랴
방초를 밟아보며 난지도 뜯어 보자
배 세워라 배 세워라
한 잎 조각배에 실은 것이 무엇인가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갈 때는 안개더니 올 때는 달이로다
취하여 누웠다가 여울 아래 내러가려다가
배 매어라 배 매어라
떨어진 꽃잎이 흘러오니 신선경이 가깝도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인간의 붉은 티끌 얼마나 가렸느냐
낚싯줄 걸어 놓고 봉창의 달을 보자
닻 내려라 닻 내려라
벌써 밤이 들었느냐 두견 소리 맑게 난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남은 흥이 무궁하니 갈 길을 잊었더라
내일이 또 없으랴 봄밤이 그리 길까
배 붙여라 배 붙여라
낚싯대로 막대 삼고 사립문을 찾아보자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어부의 평생이란 이러구러 지낼러라
하사(夏詞)
궂은비 멈춰가고 시냇물이 맑아온다
배 띄워라 배 띄워라
낚싯대를 둘러메고 깊은 흥이 절로난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산수의 경개를 그 누가 그려낸고
연잎에 밥을 싸고 반찬일랑 장만 마라
닻 들어라 닻 들어라
삿갓은 썼다마는 도롱이는 갖고 오냐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무심한 갈매기는 나를 쫓는가 저를 쫓는가
마름잎에 바람 나니 봉창이 서늘하구나
돛 달아라 돛 달아라
여름 바람 정할소냐 가는대로 배 맡겨라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남쪽 개와 북쪽 강 어디 아니 좋겠는가
물결이 흐리거든 발 씻은들 어떠하리
배 저어라 배 저어라
오강에 가자 하니 자서원한 슬프도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초강에 가자 하니 굴원충혼 낚을까 두렵다
버들숲이 우거진 곳에 여울돌이 갸륵하다
배 저어라 배 저어라
다리에서 앞다투는 어부들을 책망하라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백발노인을 만나거든 舜帝 옛 일 본을 받자
긴 날이 저무는 줄 흥에 미쳐 모르도다
돛 내려라 돛 내려라
돛대를 두드리며 수조가를 불러 보자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뱃소리 가운데 만고의 수심을 그 뉘 알꼬
석양이 좋다마는 황혼이 가까웠도다
배 세워라 배 세워라
바위 위에 굽은 길이 솔 아래 비껴 있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푸른 나무숲 꾀꼬리 소리 곳곳에 들리는구나
모래 위에 그물 널고 배 지붕 밑에 누워 쉬자
배 매어라 배 매어라
모기를 밉다 하려 쉬파리와 어떠하냐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다만 한 근심은 상대부 들을까 두렵다
밤 사이 바람 물결 미리 어이 짐작하리
닻 내려라 닻 내려라
사공은 간 데 없고 배만 가로 놓였구나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물가의 파란 풀이 참으로 불쌍하다
와실을 바라보니 백운이 들러있다
배 붙여라 배 붙여라
부들부채 가로 쥐고 돌길 올라가자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어옹이 한가터냐 이것이 구실이다
추사(秋詞)
물외의 맑은 일이 어부 생애 아니던가
배 띄워라 배 띄워라
어옹을 웃지 마라 그림마다 그렸더라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사철 흥취 한가지나 가을 강이 으뜸이라
강촌에 가을이 드니 고기마다 살쪄 있다
닻 들어라 닻 들어라
넓고 맑은 물에 실컷 즐겨 보자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인간세상 돌아보니 멀도록 더욱 좋다
흰 구름 일어나고 나무 끝이 흔들린다
돛 달아라 돛 달아라
밀물에 서호 가고 썰물에 東湖 가자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흰 마름 붉은 여뀌 곳마다 아름답다
기러기 떠 있는 밖에 못 보던 강 뵈는구나
배 저어라 배 저어라
낚시질도 하려니와 취한 것이 이 흥취라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석양이 눈부시니 많은 산이 금수 놓였다
커다란 물고기가 몇이나 걸렸느냐
배 저어라 배 저어라
갈대꽃에 볼을 붙여 골라서 구워 놓고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질흙병을 기울여 바가지에 부어다고
옆 바람이 곱게 부니 다른 돗자리에 돌아
돛 내려라 돛 내려라
어두움은 가까이에 오되 맑은 흥은 멀었도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단풍잎 맑은 강이 싫지도 밉지도 아니하다
흰 이슬 비꼇는데 밝은 달 돋아온다
배 세워라 배 세워라
궁전이 아득하니 맑은 빛을 누를 줄꼬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옥토끼가 찧는 약을 快男兒에 먹이고저
하늘 땅이 제각긴가 여기가 어디메뇨
배 매어라 배 매어라
바람 먼지 못 미치니 부채질하여 무엇하리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들은 말이 없으니 귀 씻어 무엇하리
옷 위에 서리 오되 추운 줄을 모르겠도다
닻 내려라 닻 내려라
낚싯배가 좁다 하나 속세와 어떠한가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내일도 이리 하고 모레도 이리 하자
솔숲 사이 내 집 가서 새벽달을 보자 하니
배 붙여라 배 붙여라
공산 낙엽에 길을 어찌 찾아갈꼬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흰 구름 따라오니 입은 옷도 무겁구나
동사(冬詞)
구름 걷은 후에 햇볕이 두텁도다
배 띄워라 배 뛰워라
천지가 막혓으니 바다만은 여전하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끝없는 물결이 비단을 편 듯 고요하다
낚싯줄대 다스리고 뱃밥을 박았느냐
닻 들어라 닻 들어라
소상강 동정호는 그물이 언다 한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이때에 고기 낚기 이만한 데 없도다
얕은 개의 고기들이 먼 소에 다 갔느냐
돛 달아라 돛 달아라
잠깐 날 좋은 때 바다에 나가 보자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미끼가 꽃다우면 굵은 고기 문다 한다
간 밤에 눈 갠 후에 경물이 다르구나
배 저어라 배 저어라
앞에는 우리바다 뒤에는 첩첩옥산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선계인가 佛界인가 인간계인가 아니로다
그물 낚시 잊어두고 뱃전을 두드린다
배 저어라 배 저어라
앞개를 건너고자 몇 번이나 생각하고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공연한 된바람이 혹시 아니 불어올까
자러 가는 까마귀가 몇 마리나 지나갔느냐
돛 내려라 돛 내려라
앞길이 어두운데 저녁눈이 꼭 차 있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거위떼를 누가 쳐서 (차취)를 싯었던가
붉은 낭떠러지 푸른 벽이 병풍같이 둘렀는데
배 세워라 배 세워라
크고 좋은 물고기를 낚으나 못 낚으나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고주에 도롱 삿갓만으로 흥에 넘쳐 앉았노라
물가에 외롭게 선 솔 홀로 어이 씩씩한고
배 매어라 배 매어라
험한 구름 원망 마라 인간세상 가린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파도 소리 싫어 마라 속세 소리 막는도다
창주가 우리 도라 예부터 일렀더라
닻 내려라 닻 내려라
칠리탄에 낚시질하던 엄자릉은 어떻던고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십년 동안 낚시질하던 강태공은 어떻던고
아 날이 저물어 간다 쉬는 것이 마땅하다
배 붙여라 배 붙여라
가는 눈 뿌린 길에 붉은 꽃이 흩어진 데
흥청거리며 걸어가서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눈달이 서산에 넘도록 송창을 기대어 있자//
첫댓글 냠해안 2박3일 여행 을 축하합니다. 보길도 야기만 듣고 아직 가보진 않았는데. 와도에 사는 공군동기생이 꼭 한번 와도에
내려와 관광하고 유명고 싱싱한 해산물도 맛보러 오라 하는데...먼져 다니시면서 잘 소개와 안내해 주니 참으로 담에 여행갈때 많은 도움이 되겠어요. 감사합니다.
수퍼맨시절에 초딩이 단체로 1박2일 갔었는데, 꺼미 파느라 못가본 곳.
시문학의 선구자 고산의 모든 것 같이 잘 여행한 셈이네!
수고 많으셨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