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의 첫돌 잔치를 미국에서...
"행복한 가정은 모두 똑같지만 불행한 가정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불행하다"
라고 말한 사람이 톨스토이였던가?그런 각도에서 볼 때 가족 여러명이 함께
여행을 했다는 것은 행복한 가정임을 증명해 준 것이 아닐런지....우리들의
이번 미국여행의 첫번째 이유는 '엠마'의 첫돌을 축하해 주기 위해서인데 한국
에서 13시간 비행기를 타고 6명이 워싱톤에서 4시간 비행기로 2명이 뷔엔나
에서는 14시간 비행기로 3명이 이곳 캘리포이아주 헌팅턴 비치에 모였다.
새벽부터 일어나 돌상을 차리느라 분주하다. 셋째 동생이 직접 만드는 5
가지 떡은 한국에서 올 때 재료를 다 준비해 온 것으로 솜씨가 대단하다.
세가지 나물에 잡채와 갈비찜 그리고 오자마자 담근 배추김치와 깍두기 오이
소박이에 세가지 과일이 상에 오른다. 식탁위에 남색 상보를 곱게 펼치고 밥
미역국 순으로 음식이 차려지고 돈 금붙이 옷 구두등 선물이 올라가고 청
진기 판사가 사용하는 막대봉 우주선을 나열해 놓고 나중에 무엇을 집을까
흥미롭게 지켜본다. 엄마와 '엠마'는 그동안 한복으로 곱게 차려입고 아빠와
함께 앉아 사진을 찍는다. 오색 주머니엔 쌀 콩 팥 수수 조를 넣어 평생 식복
을 누리라는 염원을 담고 실꾸러미는 장수를 기원하는 뜻이 담겨져있다.'엠마'
는 오늘 판사를 의미하는 막대봉을 잡았다.한국에서도 집에서 직접 차리는
돌상이 드문데 이렇게 미국에서 차려지는 돌상을 보니 대견하다.이 모든 것
을 준비한 우리 세째 하는 말이 내 손주도 이렇게는 안 해 주었다 하며 웃
는다.여자 형제가 많으니 큰 일도 순식간에 해치우고 딸이 많은 것이 정말
좋다.금붙이에 달러 유로화 등 선물을 한아름 받은 우리 조카딸은 감격을
했나보다.이런 메세지를 모두에게 날렸다."오늘은 많은 분들의 사랑과 격려
속에서 '엠마'의 돌잔치를 했습니다.먼 곳에서 같이 함께 하러 온 가족 친척
모두의 사랑에 눈물이...또한 외지에서 한국식의 돌잔치를 꾸미기 위해 너무
고생하신 빵이모와 숙모 '엠마'를 위해 시를 써 주신 큰이모 그리고 엠마를 귀
여워하고 아껴주는 예원 지원 제이그리고 엠마의 이모 이모부 삼촌과 함께 해
서 너무 좋아요.엠마를 위해 아름다운 선물을 해 주신 할머니 이모 언니들
도 너무 감사합니다.우리 가족 모두를 사랑합니다!!!"그 다음날 부터는 전
쟁이다.1살 4살 8살 10살 아이들이 모여 있으니 난리법석이지만 아이들이
없으면 무슨 재미로 살까? 아이들은 식구가 많으니 호칭도 만만치가 않다.
한 세대가 바뀔 때 마다 호칭이 길어진다. 그래서 내가 아이들을 앉혀 놓고
이제부터는 "큰이모 할머니"라 하지 말고 그냥 "예쁜 할머니"라고 부르라
했더니8살 10살은 "쳇" 라고 단번에 거절을 했지만 4살 제이는 "알았어"
하더니 꼬박꼬박 "예쁜 할머니"라 부른다.그것을 본 동생들이 나를 비웃고
야단이다."그 나이에 예쁘다는 소리를 듣고 싶을까?" 라면서 말이다.그런데
바로 어젯밤 일이다. 초저녁부터 자기 시작한 나는 인기척에 눈을 떴는데
내 바로 얼굴 앞에서 제이가 내 핸드폰을 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라 "제이야!"하고 불렀더니 느닷없이 울먹이며 그 와중에도 "예쁜 할머
니 안녕...."하는 것이 아닌가?얼마나 우습던지 제이를 잡고 한참을 웃었다.
제이 할머니에 의하면 12시가 넘도록 잠을 안자고 만화영화 "미니특공대"
만 보려고만 하니 핸드폰 뺏고 야단을 치고 자라고 하니 울고 있었던 모
양이다. 그 와중에도 나랑 눈이 마주치니 "예쁜 할머니 안녕..."이라고 하
니 제이가 얼마나 예쁜 아이인지.. 오늘은 7월 4일 미국 독립 기념일로 집
근처 헌팅턴 비치에서 열리는 불꽃놀이를 보러왔다. 해변은 앉을 자리가 없
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하늘엔 달이 유난히 밝고 별이 총총한
가운데 드론이 8대나 떠 있고 이 모든 것을 NBC 방송국에서 생중계를 하
고있다.9시에 시작인 불꽃놀이를 제각각 즐기며 기다린다.드디어 9시 정각
불화살을 쏘아 올리자 바로 머리 위에서 불꽃이 쏟아진다.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