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질 연습
최 병 창
시간이 늙지 않는 공간에는 생명이 존재하지 않듯이 늙은 발자국에
찍힌 얼룩은 빨고 빨아도 어둠이 씻겨나가지 않았네
유명하다는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흔히 말하는 1+1이나 2+1이라는
덮어씌우기나 처음부터 2개나 3개를 한 묶음으로 포장하여 할인을 해주는
것처럼 과소비를 부추기거나 회원가입을 해야만이 제품에 표시된
가격으로 할인을 받아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감언이설은 상술이 아니라
기만행위라 하여도 아깝지가 않은데 아차차 그때서야 어수선한 눈빛이
좌우로 흔들렸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씻겨나가지 않는 손과 입을 씻고 또 씻었네
그래서 어둠은 지상에서 시작되듯 오랜 세상을 넘겨다본 선명한 하늘은
빗나간 사랑처럼 늙은 발자국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네
저만치 뒤편에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꽃은 절대로 피어나지 않는
것이라며
돌아보니 일어서는 것보다 주저앉았다가 쓰러지는 것들이 즐비했네
며칠 전 생활고에 다섯 식구가 한꺼번에 자살했다는 TV 속의 뉴스
같은 우울한 소식이나 호흡이 가빠져서 한숨도 마음대로 내쉴 수 없어
자살이라도 해야 할까 한다는 고약한 늙은이나 용감하지 않은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네
후드득 감동하지 못한 무지개 한 마리 왔다 갔다 하네
아직도 미완성은 끝나지 않았고 반쪽의 하루는 한참이나 어두웠네
살아있는 날들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그들보다 아직 엎드린 곳이 많다는
시간을 철썩이듯 한 번도 마주하지 못한 빈주먹을 호주머니 속에 가득
품어보네 무슨 병이라도 날 것 같은 늙은 주먹질이라면.
< 2020. 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