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명항 · 동막해수욕장 방문기
서울에서부터 김포로 이어진 48번 국도를 따라 얼마쯤 달렸을까. 점점 짙어지는 녹음 속에 자연을 느끼러 가고 있음이 실감나던 그 때, 드디어 기다리던 강화도라는 지명이 표지판이 보이기 시작했다.
강화도. 주말을 맞아 시원한 바다를 즐길 수 있을 거란 생각으로 해수욕장을 찾던 우리 눈을 붙잡은 건 강화도의 동막해수욕장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갯벌을 걸을 수 있다는 사람들의 후기를 보고갯벌에 발 한번 담가본 적이 없는 우리는 동막해수욕장을 찾기로 결정했다.
강화도가 가까워졌음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이고, 내비게이션의 안내대로 초지대교로 진입하기 직전. 우리는 대명항이라고 적혀 있는 표지판을 보고는 망설일 것도 없이 핸들을 꺾었다
“회 먹자!!”
<김포 대명항 입구. 초지대교를 향해 가다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삼분을 더 달리니 한적한 모습의 대명항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우리가 간 시간은 썰물이 한창일 때였는지, 배들은 모두 갯벌 위에 비스듬히 누워있었다. 노부부가 던져주는 새우깡에 날아드는 갈매기들만이 분주해 보이는 한적함이 가득한 풍경이었다.
<새우깡 한 봉지면 갈매기와 신나게 놀 수 있다.>
한편으로는 항구를 둘러싼 철조망과 해병들이 근무하는 것으로 보이는 초소 하나가, 이 곳 역시 북한과 가까운 곳이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듯 했다.
<썰물에 누워있는 배들. 멀리 초소가 보인다.>
<정박해 있는 배 너머로 초지대교가 눈에 들어온다.>
한 쪽에는 해병대에서만 볼 수 있다는 상륙장갑차(KAAV) 와 해병대를 적진에 상륙시켜주는 상륙함(LST) 한 척이 정박되어 있다. 대명항 함상공원 조성을 위해 퇴역한 상륙함인 운봉함과 상륙장갑차가 전시되어 있었던 것이다. 아쉽게도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아직 공사가 한창인 때라 구경은 못 했지만, 오는 9월 11일 개장을 한다고 하니 이 글을 보는 분들은 아마 한층 업그레이드 된 대명항 관광을 즐길 수 있으리라.
항구 밖을 둘러본 우리는 본격적으로 회 쇼핑을 하기 위해 어시장에 들어섰다. 이미 회감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한 어시장에는 온갖 싱싱한 횟감들이 손님의 간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광어, 농어 같은 익숙한 생선에서 이름 모를 생선까지 당장이라도 초장을 듬뿍 찍어 잉베 넣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싱싱해보였다. 짭조름한 냄새를 풍기는 바구니 가득 담긴 간장게장의 게들도 살아 움직일 것만 같이 싱싱해보였다.
계속 구경하다간 양손 가득 수산물을 사게 될까 싶어 얼른 횟감을 하나 집어 들었다. 사진에 보이는 한 팩과 야채가 딱 만원. 사실 배를 채우기에는 아쉬운 양이지만 강화도 투어에 나서기 전 회를 맛볼 생각이라면 충분한 양인듯 하다.
야외에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회 한 접시를 즐긴 우리는 초지대교를 건너 동막해수욕장을 향했다. 동막해수욕장으로 가는 해안도로는 옆으로 펼쳐진 갯벌과 그 가운데 솟아있는 작은 섬들, 그리고 우거진 녹음으로 그 자체가 이미 관광코스 였다. 창문을 열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해안도로의 정취를 즐기다 보니 어느덧 동막해수욕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차로 천천히 다가서며 본 동막해수욕장의 모래사장은 한 눈에 들어올 정도였지만 그 모래사장 앞으로 펼쳐진 갯벌은 정말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예상을 했음에도 놀라울 정도로 끝없이 보이는 갯벌. 처음 보는 순간 왜 이 곳이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로 꼽히는지 이해가 될 정도였다.
갯벌에 들어가기 위해 신발을 벗으면서 해수욕장을 봤더니 모래사장에서 갯벌을 보며 여유롭게 앉아 있는 연인들과 손을 잡고 조심조심 갯벌을 걸어 다니는 가족들. 온 몸이 갯벌로 범벅이 된 채 웃으며 뛰어다니는 아이들까지. 모두가 자연이 주는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있는 듯 했다.
우리도 백사장 뒤에서 그늘을 만들어주는 뒤로 수백 년 묵은 노송들을 지나 모래 사장에 발을 디뎠다. 맨발에 느껴지는 뜨뜻하고 까칠한 모래의 감촉. 사뿐사뿐 모래사장을 지나 조심스럽게 갯벌에 한 발자국을 내딛었다. 뭉클하고 폭신하고 보드라운 감촉. 한발을 내딛을 때마다 발바닥 전체를 부드러운 도토리묵이 감싸는 듯한 느낌이었다. 처음 몇 발자국은 조심스러웠지만 곧 내 발을 감싸는 미끈하고 뭉클한 그 기분 좋은 느낌에 익숙해졌다. 머드팩을 돈 내고 하는 세상에 발이 건강해지겠다는 기대감이 생길 정도였다.
<블로그를 위해 다녀왔음을 인증>
어느 정도 걸었을까. 우리는 근처 슈퍼에서 구입한 호미로 조개를 캐보기로 했다. 하지만 TV에서처럼 잔뜩 조개가 나올 것을 기대했던 우리는 조금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중에 찾아 보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갯벌에서 게나 조개, 물이 들어오면 망둥이 낚시, 숭어 낚시 등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어종이 풍부했다고 한다. 그러나 관광객의 발길이 잦아지고 무분별한 채취로 어종이 사라질 위기에 쳐했다고 한다.
그 사실을 몰랐던 우리는 조개를 찾기 위해 갯벌을 샅샅이 뒤졌지만, 목표로 했던 조개는 한 마리도 구경하지 못했다. 꿩 대신 닭이라고 우리의 호기심을 그나마 만족시켜 준 것은 게였다. 손톱만한 게부터 청소년기는 지난 듯 보이는 조금 큰 녀석까지, 우리는 꼬물꼬물 움직이는 게를 찾을 때마다 신기함에 감탄사를 내뱉었다. 물론 그렇게 찾은 게들을 다시 갯벌의 품으로 돌려 보내주었다. 갯벌 위에 내려놓은 게들은 잡히지 않으려고 재빨리 움직일 때와는 달리 조심스레 눈치를 살피다가 조금씩 조금씩 갯벌 속으로 몸을 숨겼다.
게와 노는 것도 잠시. 발 밑으로 느껴지는 갯벌의 그 기분 좋은 감촉과 눈앞에 펼쳐진 그림 한 폭, 그리고 바다 냄새를 안고 다니는 바람을 만끽하다 보니 어느 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해가 지는 동막해수욕장의 풍경은 확실히 그 어느 곳에서도 보지 못한 광경이었다. 산 뒤로 넘어가는 해와 노을빛을 뒤로 하고 갯벌을 즐기는 사람들, 그리고 주변을 유유히 날아다니는 갈매기는 보는 것만으로도 여유로움을 한 가득 안겨주는 듯 했다.
갯벌에서 나와 모래사장에 올라와보니 발은 말할 것도 없고 갯벌이 허벅지 가까이까지 튀어 있었다. 주위를 살펴보니 모래사장 근처에 간단히 씻을 수 있는 수도가 설치되어 있어 차례를 기다린 끝에 씻을 수 있었다. 만약 샤워를 해야 할 정도로 갯벌에서 뒹굴었더라도 도로 건너편의 샤워장을 이용해 깔끔히 씻을 수 있다고 한다.(유료)
떨어지는 해를 보며 해물이 넘칠 것만 같은 푸짐한 해물탕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동막해수욕장을 떠났다.
해안도로를 지날 때 귓가를 스치는 마지막 바닷바람 한줄기마저 아쉬울 정도로 저녁노을 진 강화도의 풍경은 아름다웠다. 이번 주말, 가을과 갯벌이 선사하는 여유로움을 만끽하기 위해 강화도를 찾는 것은 어떨까.
사진 · 글 : 중위 김창완 / 강희진
첫댓글 멋집니다.
^^
환상적입니다.
겨울풍경도 아름다울것 같네요.
아들첫면회갔을때 다아 둘러본곳인데,,사진으로보니 새롭습니다,,,
아들 면회하고 오는길에 대명항축제한다기에 들러서 구경도하고 꽃게사가지고 왔는데 동막해수욕장도 가고싶어는데 갈길이 바빠서 그냥왔는데 개뻘 넘 멋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