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 그 사연] 5월, 목메게 불러보는 ‘부모님’
출처 농민신문 : https://www.nongmin.com/article/20230503500474
설운도 ‘잃어버린 30년’
설운도의 ‘잃어버린 30년’은 가족과 생이별한 이들의 애끊는 마음을 노래했다.
‘부정모혈(父精母血)’이란 말이 있다. 아버지의 정수와 어머니의 피가 만나 자식을 낳는다는 뜻이다. 자식은 평생 부모에게 감사해야 하건만 젊은 시절에 그 단순한 진리를 깨닫는 사람은 많지 않다.
왜 우리는 이렇게 역사 속에서 익히 알고 있으면서도 불효를 반복하는 것일까? 그나마 지금은 부모가 가까이 있는 사람이 많으니 다행이다. 그러나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국전쟁으로 부모·형제·자매 생사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때 부모와 가족을 애타게 찾던 사람들의 마음을 적신 노래가 바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로 시작하는 가수 설운도의 출세곡 ‘잃어버린 30년’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그리웠던 30년 세월/ 의지할 곳 없는 이 몸 서러워하며 그 얼마나 울었던가요/ 우리 형제 이제라도 다시 만나서 못다 한 정 나누는데/ 어머님, 아버님 그 어디에 계십니까 목메이게 불러봅니다
1983년 설운도가 발표한 ‘잃어버린 30년’은 원래 그가 한해 전에 발표한 부부음악가 정은이(작사)·남국인(작곡)의 ‘아버님께’가 원곡이었다. 처음에 히트하지 못한 이 곡은 1983년 6월30일부터 11월14일까지 총 138일간 방송된 KBS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가 방영될 때 방송용 배경음악으로 사용될 예정이었다. 이때 설운도 매니저는 작사가 박건호에게 가사를 재의뢰했고 이산가족 찾기 방송에서 가족이 상봉하는 모습을 토대로 일부 내용을 바꿔 부른 것이 대성공을 거둬 그의 대표곡이 된 것이다.
원곡 가사는 낙동강에서 사공을 하던 부모를 그리워하는 내용인데, 자식의 부모 향한 마음이 낙동강이든 한국전쟁이든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당시 광복과 한국전쟁 격동기를 거치고 먹고살기 바빠 우왕좌왕 인생을 보내버린 자식들이 ‘잃어버린 30년’을 들으며 부모를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됐다. 아마도 “어머님 아버님, 그 어디에 계십니까. 목메이게 불러봅니다”란 노랫말은 부모와 생이별한 대한민국 자식들 모두의 외침이었을 것이다.
조선시대 서당 어린이의 한자 입문서이자, 요즘 수능 어휘력을 키운다며 새롭게 논술학원 교재로 사용되는 <사자소학> 가운데 “욕보심은 호천망극(欲報深恩 昊天罔極)”이란 구절이 있다. “부모의 넓고 큰 은혜를 갚고자 하나 하늘처럼 높아서 갚을 수가 없다”는 뜻이다.
이번 어버이날에는 값비싼 카네이션 마케팅에 휘둘리기보다는 부모의 하늘만큼 넓고 큰 은혜를 조금이나 생각해봤으면 한다.
박성건 대중음악평론가
빛명상
홍시가 될 즈음이면
감꽃이 피어나서
감나무에 감이 붉게 물들어
홍시가 될 즈음
동에 아이들이 새총으로
홍시를 맞춘다.
떨어진 감은 하필이면
머리 위에 개똥위에 떨어진다.
한 번은 새총의 총알이 빗나가
장독대를 맞추었다.
간장이 쏟아져 내린다.
이놈 아야!
와서 감나무에 올라가서
묵고 싶은 대로 따 먹거라
장독 깨진 건 또 사면 되지만
몇 년 먹을 간장은
우짜면 좋노
그 시절의 울 엄마 모습이
감꽃 목걸이와
홍시에서 되살아난다.
울 엄마가 보고 싶다.
있을 때 잘해.
출처 : 빛(VIIT)향기와 차명상이 있는 그림찻방
2021년 1월 18일 초판 1쇄 P. 32
홍시가 될 즈음이면
있을 때 잘해
꽂은 피고 지면
또다시 피어나는데
이젠 영영 볼 수 없는
아부지, 엄마, 박신부님
그리고 바보 김수환 추기경님,
혜명스님, 수우씨도
그리움은 참꽃 되고
애절함은 소쩍새가 되어
있을 때 잘하라고
밤새도록 일깨운다.
출처 : 향기와 빛(VIIT)명상이 있는 그림찻방 P. 45
개울가 맹금쟁이
엊그제 내린 단비로 산청 본원 산사 뒤뜰 개울가에 맑은 물이 소리를 내며 흘러내리고 있었다.
모처럼 들어보는 개울물 소리가 정겨워 그쪽으로 발길을 옮기는데 창동이와 윤정이, 종성이가 따라왔다. 얕은 물 위에 오랫동안 안 본 적이 없었던 ‘맹금쟁이’ 열댓 마리가 모여 뱅글뱅글 돌고 있었다. 같이 갔던 어른들도 그놈들이 얼마나 반갑고 정다운지 한동안 쳐다보고 있었다.
어린 시절에는 논둑 언저리나 비온 후 팬 작은 웅덩이에서 그 놈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는데 어느 사이엔가 아무 곳에서나 잘 볼 수 없게 돼버렸다. 이젠 기억 속에 하나의 물벌레로만 남아있을 뿐이다. ‘맹금쟁이란다’ 아이들은 처음 보는 그놈이 신기하게 생겼는지 호기심에 부풀어 잠시도 눈을 떼지 않는다. 그 놈들은 계속 쉼없이 물 위를 떠다니며 돌고 있는데 어지럽지도 않은가보다.
어린 시절 고모댁에 갔을 때 들었던 부친의 이야기가 생각나 아이들에게 들려주었다.
부친께서는 할머니가 오랫동안 병으로 누워 계셨는데 약 3년을 조석 문안이 아닌 무려 하루에 여섯 번씩이나 문안을 드렸다고 한다.
잠에서 깨면 큰댁으로 가서 기침인사를 드리고, 시장에 나가시면서 문안 올리고, 아침 드시기 전에 들러 조찬문안 올리고, 점심 식사 전에 그 사이 안부 물으시고, 저녁식사 문안과 잠들기 전에 편히 주무시라는 절을 올린 후에야 잠자리에 드렸다고 한다.
그것도 부족하여 하루는 할머니께서 어지럽다고 하시자 효성이 지극한 부친께서는 ‘맹금쟁이’를 잡아서 먹으면 어지럼증이 없어진다는 동네 어른들의 말을 듣고 한겨울에 그놈들을 잡으려고 얼어붙은 마을 논둑의 얼음을 깨면서 마을을 다 휘젓고 다니셨다고 한다. 그렇게 얼음 밑 볏집 사이에 붙어 겨울잠을 자던 놈들을 몇 마리 잡았다고 한다.
요즈음 우리들은 부모님께 하루 한 번은커녕 한 달에 한 번 전화로 문안드리는 것조차 어렵게 생각한다. 시간이 없어서도 아니고 또 거리가 멀어서도, 전화가 없어서도 아니다.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다 같은 부모요 자식이건만 무엇이 이토록 우리들의 삶과 인정을 각박하게 하고 있는가를 생각해본다. 맹금쟁이가 잃어버린 효(孝)를 새삼스레 일깨워 준다.
내일 귀가 길에는 어머니께 문안부터 올려야겠다.
출처 : 빛(VIIT)의 책 3권
‘초광력超光力’ 빛(VIIT)으로 오는 우주의 힘
1999년 03월 08일 초판 1쇄 p. 239~241
부모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빛의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중한 빛글 마음에 담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