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2.22.토요일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
1베드5,1-4 마태16,13-19
지도자의 의무와 권위
“리더십의 모범; 예수님과 베드로”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
푸른 풀밭에 나를 쉬게 하시고, 잔잔한 물가로 나를 이끄시어
내 영혼에 생기 돋우어 주네.”(시편23,1-3ㄱ)
오늘은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입니다. 베드로 사도좌는 영원히 빛나는 보편적이자 가시적 교회 일치 중심의 상징이자 표지입니다. 예수님께서 베드로를 제자들 가운데 으뜸으로 세우시고 교회를 이끄는 특별한 권위와 권한을 주신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로마시대 2월22일 오늘은 가족들이 모여 음식을 나누며 죽은 이를 추모하는 가족행사를 거행했습니다. 로마교회는 바로 이 관습을 받아들여 4세기부터 베드로 사도 무덤을 참배하고 추모했으며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은 여기서 기원됩니다.
사도좌는 전 세계 그리스도교에 대한 법률적, 사목적 최고 권위를 지닌 교황의 직위를 뜻합니다. 이 용어는 7세기 이후부터 사도들의 으뜸인 베드로의 사도직이 계승되는 로마교회의 권위, 교황을 뜻하게 됩니다. 이런 권위는 오늘 복음에서 보다시피 그리스도로부터 사도들 가운데 첫째인 베드로 사도에게 수여됐으며, 그 후계자인 교황에게 계승된다는 면에서 사도좌의 본질적 특징은 사도적 계승과 수위권으로 요약됩니다.
그러니 교황은 로마교회의 주교일뿐 아니라 사도들의 후계자인 모든 주교들의 머리이고 그리스도의 대리자이며 이 세상 보편교회의 목자가 됩니다. 보편교회에 대한 최고의 권위뿐만 아니라 각 개별교회에 대해서도 직권의 수위권을 지니며 자신의 임무 수행을 통해 모든 목자들과 친교로 결합되어 있습니다.
참으로 중요한 베드로의 후계자인 교황의 리더십입니다. 현재의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위와 리더십은 얼마나 탁월하고 모범적인지요! 아니 역대의 교황들이 대다수 성인들처럼 생각됩니다. 교황뿐만 아니라 작고 크고 작은 공동체에 상관없이 공동체 지도자의 권위와 리더십은 참으로 공동체 형성에 결정적입니다. 작금의 탄핵사태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의 혼란한 현실만 봐도 통감하는 사실입니다.
한 사람 지도자의 리더십에 따라 공동체의 흥망성쇠가 좌우됩니다. 조선시대 500년 최고의 지도자로 꼽히는 성군이라 칭하는 세종과 정조의 역사적 사례만 봐도, 그리고 가까이는 고 김대중 토마스 모어 대통령을 봐도 지도자의 영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됩니다. 정말 하느님의 선물인 좋은 지도자는 공동체의 복입니다.
오늘 우리 가톨릭교회는 성 베드로를 그대로 닮은 참 훌륭한 지도자인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모시고 있습니다. 새삼 베드로 사도의 권위 역시 하느님의 은총으로 역대 교황들을 통해 계승되고 있음을 봅니다. 좋은 리더십은 우리 신자들에게도 참 좋은 도움이 됩니다. 보고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도자 리더십의 모범은 오늘 복음의 예수님입니다. 예수님의 리더십을 그대로 보고 배웠을 베드로입니다. 베드로 사도뿐 아니라 교회의 모든 지도자들은 물론 모두가 평생 보고 배워야 할 예수님의 섬김의 삶입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의 물음을 평생 화두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예수님은 누구인가? 평생 물어야 할 것이고 예수님을 따라 살면서 그 삶을 고스란히 보고 배워야 할 것입니다. 오늘 옛 현자의 말씀도 좋은 참고가 됩니다.
“공부란 세월과 함께 쌓이는 주름과 같으니, 배웠다면 몸에 새겨 일상에 드러내야 한다.”<다산>
“시 삼백편을 외워더라도, 사방에 사신으로 나가서 일을 잘 해내지 못한다면 비록 많이 배웠다고 하더라도 무슨 소용이 있는가?”<논어>
언행일치로 표현되어야 하는 지도자의 공부임을 깨닫습니다. 맡은 바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언행일치의 삶에서 저절로 권위있는 삶이요 리더십의 발휘이기 때문입니다. 베드로의 대답이 수제자답습니다. 그만큼 예수님의 정체를 직시하고 있었던 베드로였음을 봅니다.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
베드로의 자신에 대한 정답의 신원고백에 감동하신 예수님의 격찬과 더불어 베드로에게 권위와 권한을 선물하십니다. 베드로에 대한 전적 신뢰의 축복입니다.
“시몬, 바르요나야, 너는 행복하다! 살과 피가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그것을 너에게 알려 주셨기 때문이다. 나 또한 너에게 말한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줄줄이 이어지는 축복과 이에 따라 주어지는 의무와 책임이 엄중합니다. 예수님을 만남으로 베드로라는 참나의 신원을 발견한 시몬 바르요나입니다. 베드로뿐 아니라 믿음의 반석이 되기를 바라는 이들 모두가 또 하나의 베드로입니다. 이런 사도 베드로를 필두로 믿음의 반석 같은 이들을 통해 영원한 현재진행형으로 지어지는 교회입니다. 사상누각의 공동체가 아니라 반석같은 믿음위에 지어지는 교회공동체요 각자 몸담고 있는 공동체입니다.
오늘 제1독서는 산전수전 다 겪은 공동체 삶의 절정에 있는 베드로 사도의 가르침입니다. 베드로 사도 친히 하신 말씀이 아니라 하지만, 베드로 사도의 가르침이라 믿어도 참 유익하겠습니다. 교회공동체는 물론이요 믿는 모든이들의 크고 작은 공동체 책임자는 물론 공동체의 성원들도 필히 배워 실행해야할 참목자의 영성입니다.
1.여러분 가운데에 있는 하느님의 양떼를 잘 치십시오.
2.그들을 돌보되, 억지로 하지 말고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자진해서 하십시오.
3.부정한 이익을 탐내서 하지 말고 열성으로 하십시오.
4.여러분에게 맡겨진 이들을 위에서 지배하려고 하지 말고, 양떼의 모범이 되십시오.
마지막 권고가 참으로 중요합니다. 위에서의 지배가 아닌 섬김으로서 양떼의 중심이, 모범이 되라는 말씀입니다. 위에서 지배하는 수직적 피라미드 모델의 교만한 수직적 리더십이 아니라 예수님을 닮아 섬김의 모범이 됨으로 겸손한 수평적 중심의 리더십을 발휘하며 살라는 것입니다.
비단 교회 공동체뿐 아니라 지상에 있는 크고 작은 모든 공동체의 지도자들은 물론 공동체 형제자매들 모두가 경청해야 할 금과옥조의 가르침입니다. 지도자의 삶의 모범을, 겸손하고 충실한 섬김의 삶을 고스란히 보고 배우는 공동체의 형제자매들입니다. 이런 이들에게 주어지는 으뜸 목자 예수님의 축복입니다.
“그러면 으뜸 목자께서 나타나실 때, 여러분은 시들지 않는 영광의 화관을 받을 것입니다.”
주님 주시는 최고의 선물이, 우리에게 영원한 위로와 희망이 되는 ‘시들지 않는 영광의 화관’입니다. 날마다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착한목자 섬김의 영성을 살게 하시며 주님 친히 앞당겨 보이지 않는 시들지 않는 영광의 화관을 씌워 주십니다.
“제 한평생 모든 날에,
은총과 자애만이 따르리니,
저는 오래오래, 주님 집에 사오리다.”(시편23,6). 아멘.
성 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
이수철 프란치스코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