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하게도 평생 앞만 보면 영도가 늘 떠있었는데 나는 한번도 영도의 고갈산(봉래산)에 올라가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문뜩 생각하니 이게 기가 막혀 이번에 봉래산으로 가보려 단단히 벼루고 있었다.
신선초등학교 뒷길에서 복천사 절을 찾아 꾸역꾸역 올랐는데 산의 높이는 그다지 높지 않은데 계속 오르막길이라
날도 덥고 좀 기진맥진 했다.
한 중턱에 올라 숨을 고르고 땀방울을 닦고 있는데, 허리춤에 흥겨운 뽕짝 라디오를 걸쳐 매고 내려오는 육십대
중반 할아버지를 만났다. 이차저차 하다가 말을 나누게 되었는데, 자기 보다 젊은이이니 자기 말이 어디 틀렸는지
들어 보라고 하여 억지로 듣고 말았다. 짧게 압축하자면 노무현도 빨갱이고, 성기완도 빨갱이고, 문재인도 빨갱이다.
조그만 트집을 잡아 선동과 모략, 전술을 펼쳐내는게 빨갱이가 하는 짓과 영판 닮았다고 하면서 요즘 젊은이들
국가관이란 손톱만큼도 없다고 그런다.
심사가 나도 편치 않은지 "아자씨는 지금 사는 게 재벌입니까?, 박그네가 맹박이를 조지지 못하는 이유가 안기부와
국방부를 동원하여 대대적 정치개입을 했는데, 그게 미국 닉슨 시절의 경미한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대통령까지
물러난게 70년대 무렵인데, 어찌 박그네가 맹박이를 조칠 수 있겠습니까, 젊은이들 하는 말이 편견이나 선전에
속아 넘어가는 게 아이닌까, 제발 나이 들수록 젊은이들 말을 더 들어 주소소."
동조 내지 찬동이 아닌 의외의 말을 들었는지 정색이 조금 달라진다. 뭐 이 할아버지가 부산, 경남의 평균치 인식을
여과 없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전라도와 관계되는 일은 전부 빨갱이로 바라 본다는 것.
한때 나이 많은 세대가 모두 떠나고 나면 젊은이들이 세상을 차지하여 세상이 바뀔 것이라 생각했다.
그것도 오산이다. 증오는 무의식적으로 대물림 되어 본능으로 정착하고, 젊은이들도 과히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가장 깨어 있고 개방적이며 객관적이라 생각하는 대구, 경북 사람들도 정치 하나 만큼은 팔이 안으로 굽듯이
철저히 반진보적 사상으로 똘똘 뭉쳐 있다시피 무장해 있다. 나는 단 하나의 예외적 인간을 그 동안 본 적이 없다.
이런 점에서 내가 좋아하는 ㅇ ㅅ ㅂ 조차도 편향적이다. 그 이유는 너무도 간단하다. 골수에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나는 스물살 이후부터 철저히 민주당과 전라도 인을 지지해 왔는데 그것도 요즘은 철회 하고 싶다.
소수의 약소 종족으로 전라도를 지지한 것은 그들이 지역을 초월하여 범 지역적 진보 정당으로 활동하기를
바랬지만, 그쪽 동네도 '동교동계' 모임이 아니라면 아니된다는 논리이다. 자신들을 비워 대의를 추진할 싹수가
이제 보이지 않는다.
이제 남은 것은 철저한 경상도와 전라도의 지역당의 투쟁만 있을 것이다.
잘 되었다. 인자 나도 마음 비우고 정치는 뒤돌아 보지도 않으련다. 괜한 헛짓이다.
이참에 정당에 관한 모든 관심을 끊어 보련다.
첫댓글 그러게요. 실망만 늘어 간다고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