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이탈
최 병 창
공존의 합리성이란 불가능한 것인가
발이 묶이고 손이 묶이고
입과 눈이 묶인 처지에서는
할 말이 있어도
함부로 나서면 안 되는 것
그렇다고 절묘한 순간이란
언제 어디서나
틈새처럼 존재하는 것이라지만
발버둥은 치명타처럼
제 살을 파고들뿐이었다
지지하는 입들이 보이지 않아도
파문은 일파만파로 퍼져나간다
강한 것은 살아남는 것이고
약한 것은 죽을 수밖에 없는 것
합리적 공론이란
아무렇게나 존재하지 않는다
유치하게도 꿈꾸는 세상은 없다
그래도 세상은 제각각
줄다리기에 여념이 없었으니
따지고 보면 현재의 사형이나
무기징역은 같은 잣대일 테니까
바람이 몸속으로 들어온다
격이 다른 자유 안에서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미끄러지듯 밀리는 첨단에서
다시 태아날 길은 없어도
이슈를 앞지를
방법은 어디에도 없었으니
바람은 그렇게 내 몸의 기억들을
지워지지 않는 얼룩처럼
틈새를 따라 이탈하고 있다
역시 나는 바람의 존재인가
뜨거운 가슴이 비를 기다리듯
마지막인 듯
누구나 해야 할 일이 있는 것처럼.
< 2023. 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