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최희석씨(36·가명)는 요즘 살맛이 나지 않는다. 사립 명문대학 경영학과를 나와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취직한 최씨는 전형적인 386세대. 장남인 그는 지금까지 한번도 부모 말을 거스른 적이 없을 정도로 자 타가 공인하는 효자다. 학창시절 열심히 공부했고 성실하게 생활했다. 최씨는 명문대학 인기학과라 어느 정도 취직이 보장됐기 때문에 외국어나 컴퓨터 공부와 같은 건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렇게까지 절박하게 필요하지도 않았다.
최희석씨는 큰돈을 벌거나 모험적인 인생은 아니었지만 불만을 가질 만한 삶은 결코 아니었다. 지금도 그는 모나지 않는 `썩 괜찮은 직장인'으로 상사들에게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 최근 인터넷이 인간의 삶과 기업경영을 지배하는 새 천년은 그야말로 `위기감' 그 자체다. 무엇보다 `위기'를 느끼게 하는 것은 바로 밑의 두 남동생들이다.
바로 밑 동생인 희영씨(33)는 미국에서 분자 생물학 박사학위를 땄다. 막내 희강씨(29)는 아프리카 오지에서 연구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두 동생들은 초·중학교 생활은 그야말로 `문제아' 그 자체였다. 성적은 최하위권을 맴돌았고 틈만 나면 친구들과 싸움박질만해 아버지에게서 "형의 10분의 1만 닮아라"며 꾸중을 듣곤 했다. 보다 못한 아버지는 두 동생을 영국의 고모집으로 추방(?)해 버렸다.
과학과 음악을 유달리 좋아했던 희강씨와 희영씨는 그 곳 중·고등학교에서 세 과목씩만 배웠다. 영어, 물리, 생물학. 이게 희영씨가 6년 동안 배운 과목이다. 희영씨는 고 1때부터 옥스퍼드대학 교수에게 생물을 배울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다. 희영씨는 영국 전체 1등으로 옥스퍼드대 생물학과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고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갔다. 희강씨는 음악과 영어, 세계문화를 배웠다. 희강씨는 트럼펫 연주에 몰두했다. 희강씨는 대학을 포기하고 런던의 재즈클럽을 전전했다.
기성가치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반항했던 두 동생들은 큰 형에게 조금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각자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가 돼가고 있는 것이다. 희영씨는 인간의 두뇌 신경구조를 밝히는 첨단연구의 핵심멤버가 됐고 희강씨는 지난 해 초 아프리카 토속 리듬을 연구하겠다며 모잠비크라는 나라에 머물고 있다(아래 <표> 참조).
무기력한 회사원 노벨상후보 생물학자 세계적 재즈연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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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교육 지식사회에 맞나: 모범우등생 지식 사회선 열등생, 매일경제, 2000.05.10. 8면.
최씨 삼형제는 분명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같은 부모 밑에서 태어난 이들을 무엇이 이렇게 다른 사람으로 만들었을까? 성격일 수 있다. 그러나 이 글에서 성격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아 그 차이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한 가지 짐작이 가는 것은 있다. 이들은 서로 다른 영역에서 자신들의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맏형은 모범생이었다니 적어도 학교 공부를 두루 잘 했을 것이고 머리도 좋았을 것이다. 둘째와 셋째는 초중고교 때 성적이 최하위라니 노력을 안한 것인지 머리가 나쁜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이들 동생은 영국으로 유학한 뒤에 생물학과 음악 분야에서 각각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 글에서 미루어보면 사람은 각자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지능영역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중지능이론
이러한 지능의 차이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이론화시킨 사람은 Howard Gardner(1943 - )교수이다. 하버드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좌교수이자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과 및 보스턴대학교 의과대학 신경학과 겸임교수로 있는 그는 기존에 사람의 지능을 대표해온 IQ개념을 비판하며 1983년 다중지능이론(Multiple Intelligence Theory)을 주장하였다. 현재 이 이론은 초등학교에서 기존의 획일적 교육에 대한 대안으로 널리 실험되고 있다.
누구나 초중학교 때 IQ검사를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머리가 좋다·나쁘다의 대명사라 할 수 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IQ 테스트는 1900년대 파리의 교육자들이 심리학자 알프레드 비네가 개발한 것으로 학업능력이 뒤떨어지는 학생을 알아내 이들 학습장애학생을 적절하게 지도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Alfred Binet, http://www.donga.com/docs/magazine/science_donga/9902/sd0150.html, http://www.donga.com/fbin/science_donga?d=9803&f=sd0120.html) 이 IQ 테스트는 그 뒤 미국에서 군인과 학생들에게 널리 적용되고 변형 발전되어 현재 세계적으로 널리 시행되고 있다. IQ 테스트 이외에도 우리나라의 수학능력시험이나 미국의 SAT(대학입학 수능시험), GRE(대학원입학 수능시험), LSAT(법대입학 수능시험), GMAT(경영대학원입학 수능시험)는 모두 수학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개발된 표준화된 테스트이다. 이들 테스테에서 높은 성적을 얻은 학생이 앞으로 대학이나 대학원에 들어와 성공적으로 학업을 이수하고 나아가 사회에 진출해서서도 그 우수성을 유지할 것으로 믿는 것이다.
그런데 IQ테스트를 비롯한 이들 표준화 테스트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지능을 언어, 논리, 수리의 차원에서 측정하여 최종적으로 수치로서 그 능력을 표시한다. 그 수치는 대부분 사회적 성공과 밀접한 상관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그렇다. IQ가 우수한 학생이 학교 내신 성적이나 수능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그 학생들이 좋은 대학으로 진학하고 다른 조건이 같다는 전제 하에 대학 성적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는다. 그 성적과 취직시험(TOEIC, TOEFL 등의 언어능력 등)으로 이들 학생이 좋은 직장에 들어간다. 직장에서 승진 시험이 있으면 역시 IQ가 우수한 사람이 좋은 점수를 받고 먼저 승진한다. IQ는 이렇게 성공을 예측할 수 있는 마술방망이와 같다.
IQ가 이러한 신통력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은 우리나라의 교육제도와 연결되어 있다. 다양성을 인정하기보다는 수학능력이라는 획일성으로 입학, 취직, 승진 등이 결정되는 사회적 제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백조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리만을 인정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크고 잘나고 힘센 오리가 아니면 모두가 열등감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학생, 어른 할 것 없이 각자가 자기의 본래 모습(정체성)을 정확하게 볼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 최희석씨의 두 동생 희강·희영씨는 다행이 부모님을 잘 만나 자신들이 백조로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찾았던 것이다.
이제 우리는 한국 교육제도의 현실에 대해 비판하기 보다 성격유형에서처럼 지능측면에서 자신을 진단하고 각자가 백조의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한 시도를 한다.
Howard Gardner의 다중지능이론은 IQ와 같은 전통적 단순 차원의 지능을 부정하고 보다 다차원에서 지능의 존재를 인정함으로써 모든 사람이 각자의 능력과 잠재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개발하며 교육제도 또한 보다 다양할 것을 요구하는 매우 획기적인 생각틀의 전환이다(Walter McKenzie, http://www.surfaquarium.com/mi.htm). 우리가 다중지능에 따라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이해한다면 이들 정보를 활용하여 보다 자신을 보다 다양한 측면에서 이해하고 자신이 원하는 성공의 길로 스스로를 이끌 수 있을 것이다.
다양성의 인정
아래 글상자 안에는 우리 사회에서 찾아볼 수 있는 많은 직업과 그들이 만들어낸 최종 산물(output)이 나열되어 있다. 이 중에서 어느 것이 중요하고 어느 것이 중요하지 않은가?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필요하지 않은가?
물론 이분법적으로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인기 있는 직업과 인기 없는 직업, 사회적 평가가 높은 직업과 낮은 직업이 있다. 현재 변호사나 의사가 사회적 평가가 높은 대표적인 직업일 것이다. 소득이 보장되고 정년이 없고 사회적 지위가 있으니까. 문제는 다른 직업이 불필요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부 직업에 대한 평가가 지나치게 높고 여타 직업을 기피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의사나 변호사 못지 않게 운동선수도 중요하고 철학자도 중요하고 심지어 자동차 정비사도 중요하다. 자동차 정비사가 없다고 생각해보자. 자동차 정비사는 바로 자동차 병 고치는 의사이다. 분명한 것은 내게 중요하지 않고 필요하지 않다 하여 그것을 무시하는 것은 잘못이다.
2002 월트컵에서 우리는 축구가 이렇게 국민 전체를 감동시키고 하나로 묶을 수 있는가에 대해서 놀랐다. 수능 만점 받은 학생도 세계 과학올림피아드 금상을 받은 학생도 그만한 가치를 창조한 적이 없다. 운동선수, 가수, 배우, 무용가 등등 그들이 만들어낸 산물의 가치를 우리는 부정할 수 없다. 그들은 공부 잘하는 영역이 수학·국어 잘하는 학생들과 다른 것이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공부하면 국어, 영어, 수학 등으로 한정해서 생각하고 있다. 어느 부모의 이야기다. 애가 그림을 잘 그리는데 한 가지 걱정이 있다. 학교에서 공부를 잘 못한다고 한다. 그 아이가 미술 학원을 갔다. 옆집 친구가 놀러와서 어디 갔냐고 물으니까 그 엄마 대답이 '학원 갔다'는 것이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학원이 아니라 '미술 공부하러 갔다'는 말이 나왔던 것 같다. 그런 아이가 미운오리새끼처럼 교육받고 있는 현실이다. 입시제도가 바뀌기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부모들의 용기가 필요하다.
음악, 미술, 체육 모두가 국어, 수학과 같은 공부로 인정되는 사회가 다양하고 건전한 사회이다. 앞의 직업이나 산물에서 일부만이 그 중요성을 인정받는다면 건전하지 않은 사회다. 우리나라 아파트는 성냥갑처럼 너무 비슷하다. 층수나 모양이 벽돌 찍어놓은 듯하다. 싱가포르를 가보면 아주 다양한 아파트 외관을 하고 있다. 보는 사람들을 훨씬 편안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도록 만들어다. 이처럼 직업이나 그들이 만들어낸 산물도 다양하게 인정될 때 아름답다. 건전하고 균형 잡힌 사회는 바로 이러한 문화적 산물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중요성 인식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뜻이다. IQ만 중시하는 사회는 그것이 왜곡되고 편중된 사회다. 다중지능이론은 사회를 보는 균형적 시각을 보여준다. 각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능 영역에 맞는 직업을 택할 때 사회적으로 가치를 더하는 문화적 산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운동 지능이 뛰어난 사람이 의사가 되려는 것은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손실이고 희생이고 불행이다. 그런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리 각자가 어떤 지능영역에 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IQ와 다중지능의 시각
다중지능(Multiple Intelligence, MI)은 지능의 영역을 8개로 나눈다. 언어, 논리·수리, 공간. 음악, 미술, 신체동작, 대인관계, 자기지각, 자연친화가 그것이다. MI는 두 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첫째는 사람은 누구나 이 여덟 가지 지능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 여덟 가지 지능의 조합이 다를 뿐이다. 누구는 공간지능과 음악지능이 탁월하고 반면에 신체동작지능이 뒤떨어진다는 식이다. 다른 하나는 어느 누구도 이들 여덟 가지의 지능 조합이 같지 않다는 것이다. 그것은 유전의 영향도 있겠고 환경의 영향도 있을 것입니다. 비록 쌍둥이라 할지라도 그들이 성장하는 환경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똑같은 지능 구성을 가질 수 없다(Howard Gardner와의 인터뷰, NEA Today Online, 1999년 3월).
사람들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조합된 지능을 가지고 있다면 이들간의 상대비교는 곤란해진다. 다음 그림에서 첫째 세로줄은 언어지능과 논리·수리지능으로 대표되는 IQ의 순위를 표시한 것이다. 1등에서 꼴찌까지 분명한 등수가 나올 수 있다. 어쩌면 다른 지능에 대해서도 타당한 측정을 해서 순서를 정했다고 가정하자. 다중지능에서는 IQ로 대표되는 언어지능과 논리·수리지능 이외에도 6개의 지능영역이 더 있다. 그 각각에 대하여 측정한 결과 A, B, C 세 학생의 지능 조합이 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 세 학생 중에서 누가 1등인가? 중고등학교 성적처럼 음악점수, 미술점수 내서 영어점수와 합산하여 종합점수를 정하는 방식이어서는 안된다. 각자의 우수한 능력이 그 종합점수 안에는 함몰되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C학생의 경우에는 A나 B학생과 비교하여 자연친화지능 이외에는 모두 뒤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친화 즉 친환경적 사고와 같은 우리 사회에서 분명히 필요한 분야에서 A나 B학생보다 더 큰 가치를 더할 수 있는 학생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이와 같이 다중지능의 시각에서 자기능력을 관찰한다면 각자에게 선택의 권한이 생긴다.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진단하고 그에 맞추어 일을 선택하거나 일하는데 부족한 능력이 무엇인가를 확인하여 자기개발의 계기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차이점을 무시한 채 똑같은 내용을 가르치고 똑같은 방식으로 평가하여 한 줄로 1등에서 꼴찌까지 줄 세우는 방식은 생산적이지 못하다. 소수의 우월감과 마음의 상처를 받는 다수의 열등감을 가진 사람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아는 분이 미국 유학 생활 중에 부인께서 교포 자녀에게 피아노 레슨을 하고 있었다. 오빠는 학교에서 성적이 무척 좋았고 밑에 여자 동생은 그렇지 못했다. 부모님은 밑에 아이도 공부를 좀 잘 했으면 하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다.
하루는 오빠가 피아노 레슨을 받고 있는 동안 아는 분이 그 여자 아이와 얘기 나눌 시간이 있었다. 이 분께서 "얘야, 너도 오빠처럼 공부를 잘 하면 얼마나 좋겠니?"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 아이가 대답했다, "아니예요, 저는 오빠를 부러워하지 않아요. 피아노에서는 제가 오빠보다 훨씬 나은 걸요?"
다중지능이론은 얼마나 영리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영리한가의 문제이다. 누구나 한 두 영역에서 뛰어난 지능을 보여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글쓰기나 말하기에서 부족하면 그 뛰어난 지능은 수학일 수도 있고, 운동일 수도 있고, 악기 다루는 것일 수도 있고, 심지어 친구들을 많이 사귀고 원만한 교우관계를 유지하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가 보다 다양한 시각에서 자신을 관찰하고 이해할 때 전통적인 IQ중심적 단일 시각에서보다 훨씬 풍부한 삶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Gardner(1993)가 지적하듯이 현대사회는 세 가지의 지향성을 가지고 있다. 서구와 시험과 최고가 그것이다. 합리적 사고와 이성적 판단을 중요하게 여기는 서구적 가치가 교육에서 일방적으로 강조되어 왔다. 그에 못지 않게 직관이나 감정의 측면도 중요한 가치이다. 시험을 강조하다보다 측정 가능한 인간의 능력에 초점이 주어지고 측정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영역의 능력이 상대적으로 경시되어 왔다. 끝으로 우리 사회에서는 최고로 똑똑한 사람들이 더 많이 사회 곳곳에서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그 똑똑하다는 것이 논리와 언어적 차원을 말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인간의 지능을 보다 개괄적이고 종합적인 시각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다중지능이론은 이러한 현대사회의 편향된 지향성을 바로 잡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개념과 종류
전통적인 지능의 의미는 일반적으로 인간의 인지적 능력으로 이해되어 왔다. 근래에 들어 이러한 지능 개념은 Sternberg(1993)와 같은 학자는 지능을 통합적 지능, 분석적 지능, 실용적 지능으로 구분하기도 하는 등 그 범위를 확장시켜 이해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다중지능이론 역시 지능의 범위가 넓게 이해한다. 지능에는 삶의 과정에서 직면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포함한다. 컴퓨터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때 백신 프로그램을 구해 바이러스를 퇴치한다든가 길 잃은 아이가 집을 찾아가는 것이 이런 종류의 지능이다. 지능에는 또한 한 문화권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서비스나 유용한 재화(문화적 산물)를 만들어내는 능력도 있다. 선거유세에서 유창한 연설로 청중의 지지를 얻어내는 것이나 수필집을 써서 독자들의 삶에 여유를 갖도록 하는 것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Gardner, 1993).
단순히 문제지에 주어진 상황이 아니라 실제 상황에서 어떤 지능이 적용될 수 있는지를 보자. 문제를 쉽게 하기 위해서 여러분이 어렸을 때 어린이대공원이나 서울대공원에서 길을 잃었다고 하자. 어떻게 문제를 풀어나갔을까 생각해보자.
우선 이런 유형이 있을 수 있다. 파출소에 가서 신고하거나 정문 출구에 가서 기다리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머리를 쓴 경우이다. 하지만 길눈이 좋지 않다면 파출소나 정문이 어디인지 몰라 난감할 것이다. 또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건네는 것에 자신감이 없다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울고 있을 수도 있다. 한편 논리적으로 머리를 쓰는 능력은 부족하지만 친구를 잘 사귀고 사람들에게 쉽게 접근하는 등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이었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지나가는 어른에게 "내가 지금 엄마, 아빠를 놓쳤는데 찾아주세요" 하고 부탁함으로써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도 있다. 공원 구석구석을 빤히 알고 있었다면 여기저기 마구 뛰어 다니면서 엄마 아빠를 찾아 나섰을 수도 있다. 이것은 각자가 어느 지능영역이 발달하였느냐에 따라 문제해결방식과 행동방식이 다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능을 단지 인지 능력이 아니라 현실 문제 해결까지를 포함하는 넓은 개념으로 이해할 때 우리는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고 각각의 가치를 이정하고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Gardner는 지능을 앞에 말한 8가지로 구분하고 이들간에는 어떤 우열이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학자에 따라 Gardner가 분류한 지능은 재능(talent)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Gardner는 이들 개념을 구분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사람을 보다 전인적으로 이해하고 그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말한다. 또한 개별 지능 영역에서는 뛰어나지 않다 하더라도 이들 지능이 잘 조합될 때 오히려 뛰어난 능력이 나타날 수 있다. MI시각은 따라서 앞의 IQ시각과는 달리 이들 8지능이 어떤 식으로 조합되느냐에 따라서 훌륭한 변호사도 될 수 있고 훌륭한 가수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언어지능(Linguistic Intelligence)
내 기억으로 난 5살 때부터 한글을 깨우친 것으로 기억한다. 누가 한글을 가르쳐 준 것도 아니었다. 어머니는 유치원 다니는 장남인 형에게 더 관심이 있었다. 나는 형이 유치원에서 배운 것이 늘 궁금했다.
나는 아침에 구슬치기나 딱지치기를 하다가 점심 먹고 형이 돌아올 때쯤이면 항상 대문 앞에서 강아지와 함께 형을 기다리곤 했다. 형이 유치원에서 배워온 것을 빨리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난 형이 배워온 책을 보고 오후에는 방에 앉아서 혼자 한글을 쓰고 읽고 했다. 공부한다라기 보다 형이 배워온 것이 신기했다. 그런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도 누구의 도움 없이도 5살에 한글을 깨우치게 되었다. 그 뒤부터 어머니와 함께 버스를 타고 시내를 나갈 때면 거리의 간판들을 하나하나 다 읽었다고 한다.
중고등학교 때는 국어와 영어는 상당히 자신 있었다. 처음 영어 배울 때에도 두려움보다는 의욕이 앞섰고 조금이라도 뜻에 의심이 가는 단어가 나오면 항상 사전을 찾아서 그 뜻을 명확히 했다. 책을 읽다보면 단어의 의미를 알지 못하더라도 전체적인 글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에는 상당히 뛰어났다고 생각한다.
대학에 와서 내가 가장 좋았던 것은 고등학교 때와는 달리 의견을 자유롭게 발표할 수 있는 것이었다. 선생님 강의를 자리에 앉아 그냥 듣고만 있는 것보다 기본적인 내용을 학습하고 그 다음에는 학생들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여 결론에 도달하는 수업방식이 좋았다. 나의 주장에 반론을 펴는 학생의 논거를 다시 반박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이 학습에 상당히 큰 효과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다중지능 진단 설문을 통해 언어지능에서 아주 높은 점수가 나온 학생의 자기 소개이다. 이 학생의 글에서 잘 짐작할 수 있듯이 언어지능은 글이나 말을 통해 다른 사람이 전달하고자 하는 뜻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또 자기가 표현하고자 하는 생각을 말이나 글(때로는 비언어적 동작)을 통해 효과적으로 의사 소통하는 능력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읽고, 말하고, 쓰고, 듣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언어지능이 뛰어난 사람은 단어의 의미를 잘 파악하고, 어법에 따라 말하고 쓴다. 시 낭송과 같이 단어의 억양, 음률, 발음에도 아주 민감하다. 또한 말을 할 때에도 확신을 심어준다든지, 선동을 한다든지, 설득을 한다든지, 정보를 전달한다든지 등의 목적에 따라 그에 적절한 강약과 완급을 조절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사물에 대한 명칭을 부여하거나, 이름이나 장소를 잘 기억하고, 새로운 단어나 어휘 또는 외국어 학습 능력이 우수하다. 물론 언어지능 안에서도 시나 에세이는 잘 쓰지만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거나 토론은 못하는 사람이 있는 등 차이가 얼마든지 나타난다.
이와는 반대로 언어지능이 떨어지는 사람은 사람들과 말하기가 두렵고 말을 더듬는다든지, 상황에 적합한 단어나 어휘를 찾지 못하거나, 말이나 글로써 상대방을 설득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의 한 강의실은 무거운 침묵에 싸여 있었다. 그 날 종교학 과목의 시험 문제는 예수 그리스도와 포도주에 대해 종교적이고 영적인 의미를 서술하는 것이었다. 다른 학생들이 열심히 답안지를 작성하고 있는데 구석 자리에 앉은 한 학생이 창 밖만 바라보며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었다. 시험 종료 시간이 다 되어가는 데도 그는 펜을 손에 든 채 우두커니 앉아 있기만 했다. 처음부터 그를 눈여겨보던 시험 감독 교수가 학생에게 다가와 말했다.
"자네, 지금 답안은 작성하지 않고 뭘 하고 있는가? 서둘러 쓰도록 하게."
교수가 심각하게 충고했지만 그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교수님, 저는 지금 머리 속으로 가장 적절한 답안을 구상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 구상이 끝나는 대로 곧 답안을 작성하겠습니다."
하지만 교수가 두 시간이 넘도록 지켜보았지만 그는 여전히 답안을 쓰기는커녕 하염없이 창 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시험 종료를 알리는 신호가 울리자 교수는 그 괴상한 학생에게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여전히 비어 있는 그의 시험지를 보고 답안지를 걷기 전에 한 줄이라도 쓴다면 낙제 점수를 면해 주겠다고 말했다. 그래도 그는 여전히 꿈적도 하지 않았다.
"자네, 아직도 답안을 구상 중인가?"
그러자 학생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이제 다 되었습니다."
말을 마치자 말자 연필을 들어 다음과 같이 한 문장을 써내려 갔다.
"물이 그 주인을 만나니 얼굴이 붉어지도다."
그 학기에 그 학생은 종교학 과목에서 최고 학점을 받았다.
"물이 그 주인을 만나니 얼굴이 붉어지도다." 물이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니 그 기쁨이 한이 없다. 어떻게 만난 인연인가. 빨랫물이 될 수도 있었고 독극물이 될 수도 있었는데 그리스도의 목을 축여줄 영광을 안았으니. 가히 가슴이 떨리고 얼굴이 붉어질만하다. 한 줄속에 그리스도와 포도주의 영적 관계를 이보다 압축하여 표현할 수 있을까? 감탄에 감탄이다. 그 학생은 뒷날 영국의 유명한 낭만시인이 된 그 바이런(1788-1824)이다.
언어지능은 이런 시인 외에도 작가, 기자, 저널리스트, 연사, 변호사, 방송 진행자, 정치가, 교강사, 사서가, 광고·홍보, 번역가 등의 직업에서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이들은 시, 소설, 수필, 연설문, 업무규정집, 단어퍼즐, 극본, 토론, 잡지, 논문, 광고 등의 산물을 사회에 내놓는다.
논리·수리지능(Logical-Mathematical Intelligence)
난 공부를 하는 데 있어 항상 '왜'와 '어떻게'라는 물음을 갖고 접근한다. 즉, 학습을 하거나 신문에 난 기사를 읽을 때 왜 그럴까라는 물음을 항상 생각한다. 사회적인 사건이 이슈화되었을 때 그 사건의 이유를 생각해서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어한다. 그리고 공부를 해서 어떤 이론을 배우면 실제로 그 이론이 사회현상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의문을 갖는다.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논쟁이 일어나면 항상 어떤 전제를 세우고 이러한 전제 하에 나의 주장을 내세우고 결론을 내린다. 친구들이 감정으로 대응하는 문제도 좋다, 싫다 등의 맞대응보다는 항상 체계적으로 설명하기를 좋아한다.
나는 기계나 프로그램의 작동원리에 대하여 다른 사람보다 빨리 파악해내는 편이다. 나는 퍼즐이나 추리게임을 좋아하고 또 잘한다. 답을 찾기 위해 하나하나의 힌트를 찾아 논리적으로 재구성하는 과정과 정답을 맞추었을 때의 쾌감을 좋아한다.
고등학교 때 과학과 경제 과목을 좋아했다. 다른 과목보다 훨씬 수월하게 공부했고 외워서 공부하는 것이 결코 아니었다. 내가 이 과목들을 좋아했던 것은 외울 필요없이 인관관계와 원리를 이해하면 쉽게 기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막연히 수학문제를 푸는 것이 좋았다. 어려운 수학문제를 대하면 난감하기도 하였지만 시간을 투자해 문제에 매달려 결국 답을 맞히고 나면 뛸 듯이 기뻤다. 친구들하고 밥을 먹으면 꼭 내가 전체 밥값이 얼마가 되고 각자 얼마를 내야 하는 지 계산한다. 모임 같은 것이 있을 때 내가 돈을 걷어 관리하는 편이고, 그런 것을 좋아한다.
논리·수리 지능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학생들의 이야기다. 논리·수리 지능은 사물이나 개념을 논리적이고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숫자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여기에는 개념 내지 요소간의 논리적 연계성 내지 인과법칙을 잘 이해하고 이를 적용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 연역적 내지 귀납적으로 문제의 논리적 성격을 규명하고 비판적이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능력 등이 포함된다. 따라서 위의 예에서 처럼 "만약 ... 라면 ...일 것이다"는 인과관계를 추론하는 생각에 익숙하고 사건의 발생이나 기계의 작동원리에도 관심을 갖는다. 물리학이나 경제학에서의 각종 공식이 보여주듯 복잡한 현상을 아주 단순화 시켜서 그 현상의 구조 내지는 질서를 잘 잡아내고 간단한 수식으로 나타내는 것 역시 논리·수리 지능의 중요한 특성이다. 뉴튼의 만유인력의 법칙,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존 내쉬(5번 성격유형에서 예로 들었던) 게임이론 등은 그런 대표적인 예들이다.
논리·수리 지능이 뛰어난 사람들이 주로 두각을 나타내는 직업은 수학자, 회계사, 수리경제학자, 물리·화학·생물 등의 과학자, 프로그래머, 은행원, 컴퓨터전문가, 통계전문가, 변호사, 탐정·형사, 엔지니어 등이며 이들의 주요 기여는 새로운 지식이나 이론을 발명하고 증명하는 것을 비롯해서 계량 자료의 수집 및 분석, 활동별 시간관리, 업무 프로세스 설계 등에서 나타난다.
공간지능(Spatial Intelligence)
1875년 프랑스의 빌네브 마을. 진흙만 눈에 띄면 잠자는 일도 잊은 채 흙 반죽에 열중하는 열한 살 짜리 계집아이. 소녀는 그토록 오린 나이에 벌써 주위 사물을 형상화하여 어른들을 놀라게 하곤 했다. 데상이나 조각방법을 누구에게 배운 적이 없건만, 타고난 감성과 열정이 그녀의 풍부한 영감과 놀라운 상상력을 끊임없이 자극했다. 그리하여 두 동생과 어린 하녀, 위인들의 모습이 날마다 가녀린 손 끝에서 빚어졌다.
자기 생각을 충분히 흙덩이 속에 집어 넣었다고 확신해야 비로소 미친 듯이 깎고 붙이고 파낸다. 얼마 뒤, 죽어 있던 흙덩이는 진한 감동과 생명을 지니고 새롭게 탄생한다. ... 돌이나 흙덩이를 바라보며 작품을 구상하는 동안만큼은 세상 누구보다 즐거워 보였다. (이병철 엮음, 참 아름다운 도전 1, 명상: 2001, pp. 289, 294)
로댕 작업실에서 스승과 제자로 함께 작업했고 로댕과 사랑에 빠졌던 프랑스 출신 천재 여성 조각가 카미유 클로델(1864-1943)에 대한 묘사다. 카미유의 머리 속에는 사물을 평면이 아니라 입체적인 이미지로 그려내고 그것을 현실에 재현하는 공간지능이 뛰어났음에 분명하다. 공간지능은 이렇게 아이디어를 머리 속에서 입체적·시각적으로 이해하고 구성하며 실제로 표현하는 능력이다. 수학을 잘 하더라도 공간지능이 떨어지는 사람은 공간도형을 제일 어렵게 생각한다. 3차원 상에서 그 도형의 이미지를 생각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공간지능이 뛰어난 사람은 공간적 세계의 이해가 빠르고 세세한 것까지 자세하게 관찰하며 만들기를 좋아한다. 또한 색상, 선, 모양, 면과 이들 간의 관계를 잘 이해하고 이것을 그리기에 잘 활용한다. 벽에 그림을 건다든지 거실에 소파를 배치한다든지 할 때 전체와 부분간의 균형미에 대한 발달된 감각이 잘 나타난다. 장소에 대한 이미지와 세세한 부분이나 특징을 잘 기억하여 다시 찾아간다. 공간지능이 시각적 표현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맹인도 공간지능을 가질 수 있다.
전통적인 선형적 개념 정리를 입체적으로 이미지화 해서 지도를 그리듯이 개념을 체계적으로 전개시켜 나가는 마인드맵(mindmap, 아래 그림, 나중에 에니어그램으로 대체. 출처: http://www.thinkwise.co.kr/, 2002. 7. 17.)도 공간지능이 뛰어난 사람이 잘 활용한다.
선박 항해사는 공간지능을 활용하는 대표적인 직업이다. 그들은 "특정한 별자리 밑을 통과하게 되면 그가 도달해야 되는 섬을 머리 속으로 정하고 거기에 의해 항해를 얼마나 더 해야 하는지 어디까지 왔는지, 또는 앞으로 어떻게 항로를 잡을 것인가를 계산한다. 항해자는 섬들을 전혀 볼 수 없고 대신에 항해를 위한 '머리 속의 그림'에 의하여 위치를 파악한다'고 한다(Gardner, 1983, 재인용, 46)
신체·동작지능(Bodily-Kinethetic Intelligence)
- 어렸을 때부터 태권도장, 합기도장을 다니는 등 운동을 좋아했다. 태권도장을 다닐 때 또래 애들보다 빠르게 품세를 익혔다. 사범님의 동작 시범 때 눈여겨 보다가 난 그것을 곧잘 따라했다. 품세를 익힐 때 우선 한번의 완전한 시범을 보고 부분동작에 대해서 배우게 되는데 나는 처음 시범동작을을 보면 동작을 거의 흉내 낼 수 있을 정도였다. 한번만 봐도 흉내는 낼 수 있었다.
- 어릴 때부터 프라모델 만들기에 취미가 있었고 잘 만들었다. 섬세한 손동작을 요하는 프라모델 제작에 소질이 있었던 것 같다. 프라모델은 제작 난이도에 따라 초급자용, 중급자용, 고급자용이 있었는데 나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 이미 고급자용으로 만들었다.
- 시간만 나면 운동을 했다. 하루라도 집안에 틀어박혀 있는 것은 정말 싫다. 지금도 검도를 배우고 있는데 도장에 가서 운동을 하는 시간이 하루일과 중 가장 즐겁다. 뛰다보면 힘들기까지 한데도 기분은 매우 상쾌하다. 그리고 평상시에도 주위 사람들에게 동작이 민첩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현재 학교 도서관에서 근로 장학생으로 일하고 있는데 가만 보면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도서를 정리하는 것 같다.
신체·동작지능이 상대적으로 발달한 학생들의 성장기 이야기다. 신체·동작지능은 몸을 움직이고 물건을 능숙하게 다루는 능력이다. 신체·동작지능은 몸을 유연성이 좋고 근력, 순발력, 지구력, 균형감각이 뛰어나 운동을 잘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손동작이 얼마나 세련된가도 포함한다. 따라서 조각가는 실제로 신체·동작지능도 뛰어난 사람이다. 한복집에서 바느질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나 수술을 많이 하게되는 외과의사도 신체·동작지능이 뛰어나야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이 외에도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몸동작으로 연출할 수 있는 댄서도 신체·동작지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의 몸 동작을 유심히 관찰해서 그 의미를 이해한다든가 가만히 앉아서 생각하는 것보다 실제 몸을 움직이는 가운데 문제의 답을 떠올리는 사람도 신체·동작지능이 발달한 경우이다.
한편 신체·동작지능이 뒤떨어지는 사람들을 보면 장난감 조립에 서툴고 특히 군대에서 소총을 분해하고 조립하는데 많은 애를 먹었다는 경험을 털어놓는다. 단체 게임에서 어쩔 수 없이 축구 같은 경기에 함께 뛰게 되는 경우 공을 차다 넘어진다든가 배구공을 쳤는데 네트를 넘기지 못하는 등의 경험도 자주 듣는다.
현대 무용의 창시자 이사도라 덩컨(1878-1927)은 이사도라 덩컨은 신체·동작지능이 뛰어난 사람 중 하나이다.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춘 것이 아니라 음악 자체를 추었다(255)"는 말을 들을 정도로 '소리=동작'의 등식을 만들어낸 무용가라 할 수 있다. "움직임에 대한 최초의 아이디어, 춤에 대한 최초의 생각은 파도의 리듬에서 비롯한 것이었다(257)"는 덩컨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그녀는 보이고 들리는 것을 다시 내면의 아름다움으로 승화시켜 춤으로 토해낸 사람이다.
무용가를 신체·동작지능이 발달한 사람들은 주로 연극인, 안무가, 운동선수, 조각가, 공예가, 정형외과의사, 마술인, 곡예사, 에어로빅 강사, 드라마 코치 등의 직업에서 능력을 발휘하기에 적합하다. 이들은 운동경기, 조각, 춤(댄스), 무언극, 연주 포스터, 세공예품, 동상 등을 통해 그들의 가치를 인정받는다.
음악지능(Musical Intelligence)
- 지금 생각해보면 창피한 일이기도 하지만 초등학교 때 대중가요에 관심이 많아서 장기자랑 시간에는 친구들 앞에 나가 대중가요를 부르기도 하였다. 중학교 때는 '걸어 다니는 노래방'이라는 별명까지 있었다. 지금도 길을 가다가 지나간 노래가 흘러나오면 과거에 그 노래가 나왔던 시절이 기억나고 그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한다. 심지어 친구와 대화중에 노래 가사랑 비슷한 상황이거나 노래 가사와 대화 중의 말이 겹치는 경우 그 노래가 툭툭 튀어 나오기 일쑤다. 중학교 때 처음 용돈을 모아서 장만한 것이 그 때 당시 10만여원 하는 통키타였다. 혼자 키타 교본을 보고 배워서 심심할 때 코드 따라 노래부를 정도가 되었다. 대학교 1,2학년 시절에는 과내 그룹사운드에서 보컬을 맡아 1년여 활동하기도 했고 록이나 메탈 음악에 심취한 적도 있었다.
-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듣거나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가진 지닌 사람을 보면 부럽다. 혼자 있을 때 나름대로 작사작곡에서 노래를 불러 보기도 한다. 학자나 저자, 역사인물이나 연도 등은 잘 외우지 못해 대충 넘어가는 편이지만 성가대에서 찬양연습을 하면 두 세 번이면 그 음과 가사를 외운다.
- 나의 음악지능은 중간정도였던 것 같다. 음악을 틀어놓고 즐기면서 일을 한다. 피아노와 장구를 배운 적도 있다. 그런데 깊게 배우지는 못했다. 기본적으로 다루는 것은 쉽게 터득하지만 어디선가 한계에 부딪히며 그것을 극복하지 못해 중도에서 포기했던 것이다. 그래서 음악을 듣고 따라부르는 정도에서 만족하고 있다.
음악지능은 이해하기 쉽다. 누구나 잘 알 듯이 음악을 가슴으로 좋아하고 머리로 이해하며 나아가 자기의 감정이나 생각을 음악을 통해 표현하는 능력이다. 음악지능이 뛰어난 사람은 소리와 리듬에 대한 예민한 감각을 가지고 있고 음직임이 리드미컬하다. 영화를 보면 흑인 젊은 애들이 어깨에 붐박스를 메고 그들 특유의 몸동작과 지그재그식 걸음을 연상하면 이해하기 쉽다. 음의 멜로디, 박자, 장단을 잘 기억하고 악기 다루는 법을 쉽게 터득한다. 일을 하거나 공부할 때 음악을 틀어놓거나 입에서 흥얼거리거나 몸을 흔드는 현상을 많이 관찰할 수 있다.
모던 재즈 보컬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미국 흑인 재즈 가수 빌리 홀리데이(1915-1959)의 일화에서 그녀의 음악지능의 천재성을 엿볼 수 있다.
- 열 살도 되기 전 엘리노라는 학교에 다니면서 오후에는 허드렛일을 해 돈을 벌어야 했다. 어느 날 심부름을 가다가 축음기 소리를 들었다. 루이 암스트롱과 베시 스미스가 부르는 재즈와 블루스였다. 노래는 첫 순간부터 어린 소녀의 마음을 뭉클 사로잡았다. 아이는 노래가 흘러나오는 집으로 찾아들어가, 아무 일이고 할 테니 음악을 들려달라고 사정했다. 그 뒤로는 앉으나 서나 어디에 있든지 노래를 흥얼거렸다. 노래를 부르면 마음이 후련해졌다. 아이는 어느덧 당시 불린 재즈의 가사를 다 외우고 정확히 따라서 부르게끔 되었다.
- (방세 45달러를 구하기 위해 나이트클럽에 들렀다가 뜻밖에 피아노 연주자의 노래 제안을 받고) 지배인의 마음이 변할세라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곡("외로운 나그네")을 신청했다. 시끌벅적한 실내가 문득 조용해졌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만이 그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노래가 끝났는데도 꿈 같은 정적은 한 동안 계속되었다. 어느 자리에서는 술잔을 옆에 놓고 소리 없이 눈물만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그 날 밤 피아니스트와 반을 나눈 그녀의 팁은 57달러나 되었다.
- 사람들은 어떻게 부를까를 신경쓰겠지만 나는 단지 느끼려고 할 뿐이다. ... 생각, 편곡, 연습 따위는 필요 없었다. 오직 느낄 수 있는 곡만이 필요했다. 때로는 감동한 나머지 노래를 부를 수조차 없는 곡도 있었다.
음악지능이 뛰어난 사람은 가수 이외에도 작곡가, 지휘자, 연주가, 음악비평가, 녹음 기술자, DJ, 음향 엔지니어 등의 직업을 가진 경우가 많다. 그들은 음악, 공연, 광고 로고송, 음반 제작 등을 통해 그들의 능력을 사회에 환원한다.
대인관계지능(Interpersonal Intelligence)
우리 대학의 관리자 과정에 다니던 통신회사 부장 한 사람 이야기다. 한번은 그 과정에 있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여행을 하게 되었다. 이 양반은 나와 나이는 비슷한데 교수 대접을 극진히 한다. 날씨가 더우니까 수시로 음료수를 공급하고 늘 신경 써주는 것이 감사하기도 하고 부담도 된다. 다른 사람들과도 아주 편하게 잘 지낸다. 일주일에 두 번 수업이 있는데 몇 주만에 벌써 나이가 적은 사람은 모두 이 부장의 동생이 되어 있었다. 이번 여행에는 부인도 동반을 했다. 간이 휴게소에서 콜라를 마시면서 부인께 남편 얘기를 꺼냈다. "우리 부장님은 참 서글서글해서 좋아요. 사람도 참 잘 사귀시는 것 같고. 집에서는 좀 피곤하실 수도 있겠지만. 결혼 전에도 그런 걸 아셨나요?" 그 부인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결혼 할 때는 시동생이 둘 있었어요. 그런데 그 시동생이 하나하나 늘어나더니 지금은 셀 수도 없어요. 동생뿐이 아니예요. 웬 형들도 그렇게 많은지 몰라요."
이 부장은 대인관계지능이 뛰어난 사람임에 분명하다. 대인관계지능은 사람들의 감정, 의도, 생각 등을 잘 파악하고 이에 적절하게 대응하고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능력이다. 이들은 사람의 동작이나 얼굴표정, 목소리 등에서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낸다. 이들은 자신보다 다른 사람에게 더 관심이 많고 대인관계가 좋고 친구가 많으며 붙임성이 좋다. 사람에 대한 동정심이 강하고 이해해주며 또 설득력도 뛰어나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에 혼자서 일하기보다 여러 사람과 함께 어울려 이하는 것을 선호한다. 동문회 등 친목단체 등의 모임도 잘 주관하고 회원들 관리도 잘하는 사람들이다.
성격유형에서 설명했던 김태연 회장은 대인관계 능력이 누구보다도 돋보인다. 미국으로 이민 가 몇 달 되지도 않았는데 그 동네 사람들과 친해지기 위해 "제 이름은 김태연입니다. 여러분의 친구가 되고 싶어요"라는 피켓을 들고 하루에 100가구씩을 돌아다녔다고 한다. 양자양녀로 받아들인 자녀가 6남 3녀, 모두 외국인이다. 겉으로 드러난 것만이 모두가 아니다. "사실 내가 이룬 성공도 아들에게서 얻은 '어머니'라는 이름에 비하면 하찮은 것일 뿐이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김태연씨는 정과 사랑이 넘치는 여자였인 것 같다. 각종 사회봉사활동에도 헌신적이고, 유선방송에서 "태연 킴 쇼"의 방송 진행자이다. "정수(精髓) 아카데미"를 세워 무술은 물론 정신수양까지를 겸비한 수련생들을 양성하고 있다. "죽을 때까지 내게 가르치는 일이 주어진다면 먼 훗날 내 인생도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라고 말할 정도로 가르치는 것을 중시했다. 사람 없이는 존재의 의미가 없을 사람이라는 생각에 이른다.
대인관계지능이 뛰어난 사람이라면 김태연씨와 같이 방송 진행자, 강사를 비롯해서 간호사, 교사, 심리상담사, 사회복지사, 판매원, 코치, 비서, 바텐더, 배우, 간병인, 정치인, 전도사 등의 직업을 잘 소화할 수 있다.
자기지각지능(Intrapersonal Intelligence)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거대한 것은 못되더라도 소박하고 작은 것일지라도 개똥철학을 가지고 살아가는 의식 있고 깨어있는 삶을 꿈꿔왔다. 나 자신을 찾기 위해 여행도 많이 다니고 여러 집단에 참여하여 그러한 집단 속에서 나의 모습을 찾으려 노력도 많이 했다. 대학 1,2학년 때에는 사회에 대한 고민과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인생에 대한 진지한 고민에 빠졌었고, 군 생활 시절은 나의 미래와 삶에 대한 고민들로 점철된 시간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책을 읽을 경우에도 공상소설류 보다는 에세이나 인생의 철학을 다룬 책을 즐겨 읽는 편이며, 영화를 보더라도 SF나 코믹, 액션보다는 휴머니즘 영화를 선호하는 편이다. 전철이나 책 속에서 인생에 대한 명언이나 좋은 글귀를 읽게 되면 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나의 삶과 결부시켜 생각해보기도 하고, 심지어는 다이어리 한 켠에 적어두고 내 자신이 흐트러지려 할 때나 머릿속이 복잡할 때 그러한 글귀를 읽으며 내 자신의 중심을 잡기도 한다. 낚시를 가거나 등산이나 마라톤을 할 때도 나 자신을 돌아보며 반성하고 미래에 대해 상상하며 머릿속에서 무언가 항상 생각을 하면서 행동하는 편이다.
자신을 반성적으로 생각하여 삶의 의미를 새기면서 살아온 흔적이 아주 잘 드러나 있다. 대학생으로 이 정도의 자기성찰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기지각지능이 잘 발달된 학생이다. 이들은 자신의 약점과 강점을 솔직하게 이해하고 삶의 목표를 끊임없이 탐구하는 사람들이다. 자신의 욕구, 감정, 기분상태를 잘 알고 이를 통제하는 능력이 강해서 다른 사람으로 인해 기분이 나쁘고 화가 난다 해도 자신의 기분대로 표현하지 않고 한번 더 생각해보고 자신을 통제하여 행동하는 편이다. 자기존중욕구와 남들과 다른 개성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하다. 일기나 저널을 잘 쓰고, 자기개발계획을 세워 꾸준히 노력하며, 경전·명상록·수필집·자기개발(Self-help)관련 책을 많이 읽는다.
성직자에서 이런 자기지각지능의 특성을 자주 관찰하게 된다. 다음은 김수환 전 추기경의 명상록에 나온 1979년 한 달간의 피정 기간에 쓴 일기의 한 부분으로 하느님 앞에서 한없이 작은 인간의 마음을 너무도 솔직하게 고백하는 신앙인의 자세가 잘 느껴진다.
오후 2시 30분... 마음이 너무 불안하다. 이번 피정이 내게는 생사가 달려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렇게 심각해지는 것이 정상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 하긴 이런 고통의 시간, 어두움의 시간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가졌었다. 하지만 이렇게 자주 어두웠다가 개였다가 하면 힘들다.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쉬고 싶다.
주여, 이 잔을 마셔야 합니까? 저의 죄의 업보이고 자초한 것이기도 합니다만... 이 어두운 시간이 당신의 빛으로 인도되는 시간이기를 희망합니다. 당신만이 빛이니까요.
*피정: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수도원이나 피정의 집에서 묵상과 자기성찰 기도를 통해 자신의 삶과 신앙쇄신을 꽤하는 것. 김수환,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것, 사람과 사람, 1999, p. 236.
성직자 이외에 소설가, 심리상담치료사, 철학자, 교사의 직업을 가진 사람이 특히 자기지각지능이 필요하다. 자서전, 시, 소설, 상담 등을 통해 이들 능력이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자연친화지능(Naturalistic Intelligence)
쥐를 잡는다고 쥐약을 논에 놓아두었다가 우리집 어미 개가 그 약을 먹고 죽은 적이 있었다. 새끼를 두었던 개라 새끼를 못 잊고 눈을 그대로 뜬 채 죽어 있었다. 새벽에 그 광경을 목격하고 난 무척이나 많이 울었다. 학교에 갈 생각도 안하고 그냥 앉아 울기만 했다. 어머니가 겨우 달래서 학교에 갔었다. 어미개가 죽자 난 우유를 사서 그 강아지를 키웠다. 그러다가 결국은 한 마리만 남고 다섯 마리가 죽었다. 죽은 새끼를 난 개울가에 묻고 그 강아지의 명복을 빌어주고 시간이 나면 그 곳에 가서 물고기를 잡아서 강아지 제사를 지내주기도 했다.
식물을 키우는데도 관심이 많았다. 실과 시간에 꺽꽂이를 배우면 반드시 그렇게 해보았다. 그리고 우리집에는 뒷마당이 있어서 거기에 거의 모든 씨앗을 가지고 직접 싹을 틔우기도 하고 키우기도 하였다. 심지어 제사상에 올릴 밤도 해보고 사과를 먹으면 사과씨도 꼭 심어서 싹을 틔우기도 하였다. 그리고 매일 물을 주며 자라는 것을 체크했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어 그렇게 할수 없게 되자 공허했다. 그 때 공허감을 달래준 것은 하늘을 바라보는 일이었다. 맑은 가을 하늘을 바라보면 내 가슴도 한 껏 파래지는 것 같았고 별들을 바라보면 별들도 나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하늘의 별들의 모습은 과연 어떨까? 하는 상상이 내 머릿속에 계속 남아 있어서 그 때 내가 가장 갖고 싶었던 것은 천체 망원경이었다.
나의 꿈은 전라북도 전체를 환경도시로 만드는 것이었다. 거기에 실버타운과 어린이를 위한 시설들을 만들고 도시에 지친 사람들이 자연을 느낄 수 있은 곳을 만들 생각을 했다. 내가 전북지사가 된다면 그렇게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80명 수업들은 학생들 중에서 가장 자연친화지능이 돋보인 학생의 글이다. 이 학생이 꼭 전북지사가 되어 그의 꿈이 실현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자연친화지능은 동물, 식물, 기타 자연요소(날씨 등), 그리고 이들간의 생태관계를 이해하고 아끼는 능력이다. 이 학생의 경우처럼 동물이나 식물을 좋아하고 실제로 키우는 능력이 뛰어나고, 자연에 쉽게 감응하고 그 속에서 행복감을 맛본다. 자연계의 자원을 이용하는 지식과 능력이 뛰어나다. 요리 솜씨도 이 능력에 속한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주말농장을 한다거나, 정원가꾸기, 애완동물 기르기, "내셔날 지오그래피(National Geography)" 등의 잡지 구독과 같은 취미를 가진다. 이들은 또한 환경보존에도 많은 관심을 갖는다.
레이철 카슨(1907-1964)은 해양생물학자로 환경운동의 시조로 불리는 여성이다. DDT살충제의 유해성을 최초로 제기하고 여론 형성에 성공하여 이를 금지시키게 한 장본인이다. 그녀의 자연관을 들어보자.
미생물이든 인간이든 모든 생명체는 지구에서 생존할 가치와 권리가 있으며, 누구라도 힘으로 이를 밀어내면 안 됩니다. 그것은 자연의 질서를 파괴하고, 생태계를 교란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인간이 거대한 우주의 아주 작은 일부분이라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면 머지 않아 자연이 인간을 파괴할 것입니다. 73.
자연친화지능이 높은 사람은 환경보호론자를 비롯해서 동식물 애호가, 조류학자. 농부, 정원관리사, 목장경영인, 동물사육사, 어부, 천문학자, 조경학자/관리사, 생물학자, 요리전문가, 삼림관리사, 애완동물 관리사, 기상전문가, 동물학자, 식물학자, 천체물리학자 등에서 많이 만날 수 있다. 그들은 카슨 여사처럼 환경보존운동을 비롯해서 동식물 보존운동을 전개하기도 하고 천체운행법칙의 발견과 같은 학문적 발전에 기여할 수도 있고 분재와 수석 등을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우리 생활 가까이 전달하는 역할도 한다.
조합의 시너지 효과
다중 지능의 시각에서 보면 사람은 여러 지능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어느 누구도 8개 지능영역에서 모두 뛰어나기란 쉽지 않다. 또 어느 한 지능에서만 특출나다 하여 그것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것도 아니다. 사회에 가치를 창출하는 무엇인가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몇 개의 지능영역이 적절하게 결합되어 있을 때 더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가수의 경우를 보자. 가창력을 포함한 음악지능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여기에 요즘과 같이 댄스뮤직이 인기를 얻고 있는 시절에는 신체동작지능이 어느 정도 발달해야만 안무를 소화해서 춤과 함께 노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정도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 일정관리를 포함한 섭외 등의 일을 혼자서 처리할 수 없다. 당연히 매니저를 두어야 한다. 당연히 매니저와의 관계를 포함하여 방송인, 음반제작사, 동료 연예인, 그리고 팬들과의 대인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토크 쇼에 나가 재담을 털어놓을 수 있는 언어지능이 발달되었다면 그들의 노래를 훨씬 많은 사람들에게 홍보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분야에 특출한 재능이 뛰어나지 않아도 걱정할 것이 없다. 존 내쉬는 수학에 천재였다. 수학을 공부하는 데 그런 천재가 한 명 나타나면 모든 사람은 패자인가? 그렇지 않다. 천재는 천재로서의 새로운 이론을 만들고 과거에 풀지 못한 문제를 풀어내는 일에서 사회에 가치를 더하는 것이다. 내쉬는 대학 강의실에서는 효과적으로 지식을 전달하지 못했다. 논리수리지능은 내쉬에 비할 바가 못되지만 중학교 수학 교사로 훨씬 능력을 인정받고 많은 학생들의 장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언어지능, 대인관계지능, 자기지각지능이 논리수리지능과 조합을 이루어 수학천재에 상대적으로 잘나고 못나고를 비교할 수 없는 자기만의 자기를 인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음악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집 아이들을 가르치는 바이올린 선생님이 있다. 일 주일에 두 번씩 어느 새 2년이 넘었다. 아이들의 솜씨는 내가 봐도 별로다. 아이들도 별로 열의가 보이지 않는다. 학교 수업을 따라가는데 최소한을 유지시키는 정도에서 우리도 만족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힘든 것은 선생님이다. 어쩌다 레슨 시간에 집에 있다 보면 제대로 연습도 하지 않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에 힘들어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때마다 '우리 아이를 저 선생님이 맡아 주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인내하고 도닥거리는 대인관계가 젊은 처녀 선생님이다. 아이들도 자기들 음악 탓은 하지만 선생님 싫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나는 그 바이올린 선생님이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비교하여 열등감을 갖지도 않고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 수준에 꼭 맞는 정경화가 아니라 바로 우리 선생님이다. 그 일에서 보람을 찾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자신의 모습을 정확히 본 것이고 당당하게 사는 길이기 때문이다.
다중지능이론을 배운 한 학생이 과제물에서 친구 이야기를 소개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를 정확히 알고 받아들이면 상대적인 존재가 아니라 절대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 자기를 알고 받아들이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내가 중학교 때 친했던 친구였다. 그 친구는 전교 1등을 할 정도로 공부를 잘 했다. 공부를 잘한다 해도 한 가지 분야는 못하는 것이 있는데 이 친구는 미술, 체육, 음악까지도 너무나 잘했다. 그래서 학교에서 과학고를 권했는데 본인은 과학이나 수학 같은 이공계열에는 관심이 없어 관심을 갖지 않았다. 하지만 주변의 성화가 심해 과학고를 지원했고 당당히 합격하였다. 과학고에서 그 친구는 학교 생활을 잘 했지만 성적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수학과 과학이 문제였다. 과학고에서 경쟁하려면 수학과 과학에 특별한 재능이 있어야 했다. 고민을 많이 하던 친구는 결국 교육대학교를 들어갔다. 사람들은 과학고에서 교대 갔다는 말에 입방아를 찧기도 했지만 정작 본인은 아주 잘 지내고 있다. 초등학교 선생님은 모든 과목을 두루두루 잘해야 하는데 그 친구는 못하는 것이 없었으니 말이다. 리코더, 단소 시험도 거의 연습 안하고도 만점을 받고, 체육 점수도 쉽게 받는다고 했다. 남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고 과학고에 다닐 때보다 훨씬 밝아지고 열심히 사는 모습이었다.
첫댓글뭐가 이렇게 길어... 여기 쓴 내용은 니 얘기냐? 마지막에 뭐든 잘하는 친구 있쟎아. 우리 학원에도 꼭 그런 놈이 있지.중 3 특수목적고 반에 성남중하교 전교 1등이랑 강남중 전교 1등이 있거든. 나는 얘네들 보고 깜짝 놀랬다. 아.. 세상에 한번만 얘기하면 절대로 잊어먹지 않는 인간이 존재하는 구나. 바로 이 아이들을
첫댓글 뭐가 이렇게 길어... 여기 쓴 내용은 니 얘기냐? 마지막에 뭐든 잘하는 친구 있쟎아. 우리 학원에도 꼭 그런 놈이 있지.중 3 특수목적고 반에 성남중하교 전교 1등이랑 강남중 전교 1등이 있거든. 나는 얘네들 보고 깜짝 놀랬다. 아.. 세상에 한번만 얘기하면 절대로 잊어먹지 않는 인간이 존재하는 구나. 바로 이 아이들을
두고 하는 말인게야. 외려 나는 내가 한 말고 깜빡깜빡해서 걔네들 앞에만 서면 괜히 긴장이 됐는데 요놈들이 눈치를 챘는지 이젠 나를 완전히 깡무시한다. 특히 전에 수요곡선 부분에서 내가 망신당한 걸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흑흑흑.
뭐야 왜 이리 길고 복잡해. 처음부분만 읽다 말았다. 학교에 가면 직접 설명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