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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필 증언록: 소이부답] 박정희에 "야, 너두 죽어봐"…김재규 발작증 끝내 터졌다
중앙일보
입력 2024.01.30 00:01 업데이트 2024.01.30 05:45
배노필 기자
김종필(JP) 전 국무총리가 2015년 중앙일보에 자신의 증언록 ‘소이부답(笑而不答)’을 구술할 당시의 모습. 중앙포토
더중앙플러스에 장기연재 중인 ‘김종필(1926~2018) 증언록: 소이부답(笑而不答)’ 디지털 에디션이 이제 ‘그날’과 그 이후를 기록하고 있다.
바로 그날, The Day.
지난해 11월 개봉돼 1300만 흥행 열풍을 이어가고 있는 영화 ‘서울의 봄’의 영어 제목이 ‘12·12: The Day’이다.
12·12 그날, 공화당 총재 김종필(JP)은 저녁을 먹다가 ‘한남동 총격 사건’ 첩보를 듣는다. 자정이 돼서야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이 무장한 군인들에게 끌려갔다는 사실을 확인할 만큼 미궁의 상황. 이튿날 아침 최규하 대통령이 직접 JP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저, 어젯밤에 죽을 뻔했시유.”
10·26 이후 계엄령 하에서 계엄사령관이 잡혀가고, 취임 1주일도 안 된 엄연한 제10대 현직 대통령이 목숨을 위협받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JP의 증언은 전두환 신군부의 12·12 그날을 기록한 중요 사료이기도 하다.
1979년 10월 28일 전두환 합동수사본부장이 국방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의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중앙포토
JP는 10·26의 중요 증언자‧목격자이기도 하다. 역시 또 다른 역사극 ‘남산의 부장들(2020)’에 나오는 이병헌(극중 중앙정보부장 역할)의 대사 “야, 너두 죽어봐”는 JP가 사건 직후 김계원 비서실장에게 직접 들어 남긴 기록이다. 10‧26 수사와 재판에선 나오지 않은 기록으로 말년의 JP가 2015년 중앙일보에 털어놓은 이야기다.
‘김종필 증언록’은 그가 직접 겪은 드라마 같은 현대사의 생생한 증언이다. 또한 영화로 극화되면서 후대 사람들이 오해하기 쉬운 당시 실제 상황을 냉정하게 바로잡아 줄 중요 사료이기도 하다
.
하지만 예술가적 열정을 지닌 JP의 현대사 구술은 그 자체가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고전 비극의 어느 강렬한 장면처럼 그가 직접 겪은 ‘그날’들은 디테일까지 숨 막히는 긴박감이 있다.
“10·26의 밤에 청와대 정문은 뻥 뚫려 있었다. 본관에 이르는 동안 사람 없는 바리케이드들만 겹겹이 쳐져 있었다.”
그렇게 ‘각하 경호’를 외치며 권력을 주물렀던 차지철 경호실장이 죽은 그날 밤, 정작 ‘청와대 경호실’엔 아무도 없었다.
JP는 ‘혁명’ 동지이며 지도자였던, 아니 그러한 것을 떠나 조카사위로서, 10‧26 그날 밤 청와대에서 박정희의 시신을 맞는다. 5년 전 숨진 육영수 여사가 ‘손님맞이’ 때 쓰던 방에 급한 대로 테이블을 두 개 붙여놓고 박정희의 시신을 누인다. 총격을 받은 머리 뒤쪽에서 여전히 흘러나오는 진물을 근혜 영애가 흰 수건으로 연신 닦는 모습까지 사실 그대로 전한다.
5·16과 유신 정권의 ‘2인자’라고도 불렸으나 그랬기에 늘 ‘1인자’의 견제를 받았던 JP는 애증을 담아 박정희의 다양한 면모도 소개한다. 1960년대 술에 취해 청와대 본관 앞에서 “야, 박정희 나와” 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 경호실장(당시 박종규)을 다룬 박 대통령의 뜻밖 대응은 요즘 독자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김대중 육성 회고록’ ‘박근혜 회고록’과 함께 중앙일보의 현대사 대장정 시리즈를 이어가는 ‘김종필(1926~2018) 증언록: 소이부답(笑而不答)’의 자세한 내용은 더중앙플러스에서 읽을 수 있다.
‘김종필(1926~2018) 증언록: 소이부답(笑而不答)’은 더중앙플러스에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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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노필 기자 bae.nopi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