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는 신부님과 나는 호주머니에 있는 돈만큼, 돼지양념갈비 2인분과 물냉면을 먹고 자리에서 일어서려는데, 시키지도 않은 ‘소 생갈비’가 나오자 너무나 당황했습니다. 나는 종업원에게 ‘소 생갈비’를 시킨 적이 없다고 말했고, 그 종업원은 창가 쪽을 가리키면서 “두 분 드신 거, 저쪽 분들이 계산을 다 했고요, 추가로 ‘소 생갈비’까지 시키셨어요”라고 답하는 것이었습니다.
“저기라뇨?”
종업원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10여 분 이상이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중 몇 몇 분은 함께 사는 신부님과 아는 분이었던 것입니다. 암튼 우리는 ‘소 생갈비’ 굽는 것을 정지시켰고, 그 신부님은 그 분들에게 가서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그러자 그 자리에 있는 신자 분 한 분이, 그 신부님에게 이렇게 말했답니다.
“우리 신부님들, 평소에 얼마나 고기가 먹고 싶었으면…. 두 분 신부님, 덩치가 있는데 겨우 2인분만 시키고! 멀리서 보고 있으니, 물냉면을 시켜 물배만 채우시는 것 같았어요. 여기서 우리들도 신부님들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우리 신부님들 드시는 것도 겸손하게 드신다고. 여하튼 모처럼 이런 고기 집에 오셨으니, 술도 한 잔 하시고 그러셔요. 우리가 신부님들 드신 거 다 계산해 드릴테니, 마음껏 좀 드세요. 이왕 고기 집에 오셨으니 맛있게 좀 많이, 많이 드시고 가셔요.”
나는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그 분들 식탁을 바라보면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렸고, 그 신부님과 나는 그 식당을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 분들 말씀들을 곰곰이 생각하니, 왠지 마음마저 뿌듯해졌습니다. 우리 두 사람이 마음먹고 외식을 했고, 그래서 맛있게 먹은 음식이 서민들이 가끔 먹는다는 돼지 양념 갈비에 물냉면이라서 더 기뻤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신부라는 사실을 알아본 그 분들이, 우리를 계속 힐끗 힐끗 쳐다보고 있었고, 우리가 시켜서 먹는 것마저 겸손해 보였다는 말씀이 마음을 뿌듯하게 하였습니다. 암튼 우리는 사제관 쪽으로 천천히 걸었고, 나는 그 신부님에게 농담으로 말했습니다.
“어쩐지, 오늘 그 식당에 들어가는 순간, ‘아…, 소갈비나 꽃등심 같은 것이 먹고 싶더라’ 했지. 이왕 공짜로 먹는 거, 잘 먹을걸. 하하하.”
그러자 그 신부님도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그러게요. 만약에 우리가 최고급 고기에, 술이라도 몇 병 마시고, 얼굴이라도 벌겋게 달아오르고, 혹시 소리라도 질렀으면 어쩔 뻔 했어요. 아이쿠! 그리 소박하지는 않지만, 우리 수준에 맞게 음식을 잘 먹었더니…. 암튼, 그 집 정말 맛있네요. 그리고 신부님, 우리는 잘 모르지만, 세상 사람들은 우리들 사는 것을 안 보는 척, 모르는 척 하면서도 다 보고 있나봐요. 정말, 잘 살아야겠어요. 우리 잘 살아야겠어요.”
선하고 착한 한국교회 신자분들! 보이지 않게, 드러나지 않게 사제들의 삶을 바라보며, 늘 관심을 가져주는 한국교회 신자분들! 잘 살아야겠습니다. 정말 잘 살아야겠습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