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선수에게 글러브는 제2의 손. 자신의 손에 맞게 길들이는 작업은 그만큼 중요하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5일 이상의 시간을 투자해 스스로 글러브를 길들인다. 하지만 '달인'이 존재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FA로 LG에 둥지를 틀고 사이판 전지훈련에 나선 내야수 정성훈(29)은 염경엽 LG 운영팀장에게 글러브를 맡겼다. "팀장님, 한국에서 새 글러브를 가져왔는데, 잘 좀 길들여주세요"라고 부탁했다. 염 팀장은 "5일 후에 찾아가라"고 화답.
염 팀장은 2000년 선수생활을 마감한 뒤 현대에서 프런트·코치로 일하는 동안 선수들 사이에 '자상한 형님'으로 통했다. 2003년 KIA에서 현대로 이적해 온 정성훈도 그를 잘 따른다. 게다가 염 팀장의 '글러브 길들이는 기술'은 둘 사이를 더욱 돈독하게 하는 촉매제 노릇을 했다.
정성훈은 "아마 새 글러브를 길들이는 기술은 염 팀장님이 국내에서 최고일 것"이라고 치켜세웠고, 염 팀장은 "내가 글러브를 길들여주면 편하게 미트플레이를 할 수 있다며 종종 부탁하더라"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은 글러브 가죽이 많이 부드러워져 예전처럼 글러브에 공을 넣고 끈으로 묶어두거나 로션을 바르지 않는다. 대신 물로 글러브에 접히는 부분 부분을 마사지해주고, 글러브를 착용하는 선수의 취향과 특징에 따라 새 글러브의 모양을 만드는데 신경을 쓴다. 대체로 약 5일정도가 소요된다"고 염 팀장은 전했다. 글러브와 함께한 세월에, 동생같은 선수들을 향한 애정이 더해져 '글러브 길들이기의 달인'이 탄생했다.
[TIP] 글러브 길들이기
글러브 길들이는 방법에 '정설'은 없다. 하지만 이를 돕는 도구들은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글러브 쉐이퍼'다. 야구공 모양으로 둥글게 만들어진 글러브 쉐이퍼로 웹(엄지와 검지 사이)이 끝나는 부분을 두드려 '볼집'을 만들어 간다.
투수들이 손목 스냅을 단련하는데 사용하는 '스냅볼'도 글러브를 길들이는데 유용한 도구다. 시합구보다 무게가 더 나가는 스냅볼을 주고 받는 동안 '돌'같던 글러브에 공이 안착할만한 공간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