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읽는 오늘의 詩 〈1583〉
■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신동엽, 1930~1969)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네가 본 건, 지붕 덮은
쇠 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
네 마음속 구름
찢어라, 사람들아,
네 머리 덮은 쇠 항아리.
아침저녁
네 마음속 구름을 닦고
티 없이 맑은 영원의 하늘
볼 수 있는 사람은
외경(畏敬)을
알리라.
아침저녁
네 머리 위 쇠 항아릴 찢고
티 없이 맑은 구원(久遠)의 하늘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연민(憐憫)을
알리라
차마 삼가서
발걸음도 조심
마음 모아리며
서럽게
아 엄숙한 세상을
서럽게
눈물 흘려
살아가리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1967년 시집 <금강> (을유문화사)
*과거를 되돌아보면 우리 세대들은, 6.25까지 거친 전 세대에 미치지는 못하겠지만 무척 파란만장했던 시대 속에서 삶을 살아왔던 게 틀림없습니다. 경제적으로는 6,70년대의 가난했던 시절을 거쳐 산업화로 한창 도약을 이루었던 8,90년대, 그리고 풍요를 창출한 2000년대까지 두루 거쳤습니다. 정치적으로는 암흑기였던 유신시대나 80년대 신군부 시절에 맞서 치열했던 민주화 과정을 겪으면서 풍요로운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물론 가난에 쪼들리던 유년시절의 기억이나 격변의 시대에 능동적으로 투쟁하지 못하고 소심하게 숨어서 세상을 자조하기도 했던 부끄러운 경험도 아마 한켠에 간직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 詩는 우리들보다 더 어려운 환경을 살았던 우리 부모 세대가, 60년대의 암울한 상황에서 당당하게 거짓된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현한 작품입니다.
시인은 맑은 하늘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먹구름을 하늘로 알고 살아왔던, 우리들의 왜곡된 현실 인식을 올바르게 자각하고 삼가며 진실되게 살아가자고 부드럽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우리들의 마음을 두드리고 있다 하겠습니다.
1980년대 잠시 운동권이었으나 지금은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친구가 어느 다방 한구석에서 열심히 읊어줬던 기억이 새롭군요.
이 詩는 반세기 이전에 발표된 작품인데 지금 읽어도 가슴에 와 닿는 어떤 것이 있네요.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