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가운데 2시에 관산남초에 도착한다.
시간을 맞추느라 용산 어산리와 관산 삼산리에 들러 나무를 보았다.
학교에 가니 박교장도 우실장도 안 보이고 손남들만 많다.
교감도 없는 작은 학교다.
체육관 앞 처마에서 비를 피하고 있으니 우실장과 박교장이 온다.
박교장실에서 차를 마시는 사이 우실장은 손님들을 맞는다.
손님 많은 날 놀러 온 난 괜히 미안하다.
퇴직자가 직원의 초대로 직장을 방문하는 일이 뻔뻔하기만 하다.
2시 반이 지나 우실장이 옷을 갈아입고 배낭을 매고 내 차에 탄다.
박교장은 5시 반까지 학교로 오라고 한다.
탑산사주차장에 차를 세우니 3시가 다 되어간다.
보슬비가 계속 내린다.
탑산사로 숨을 헐떡이며 급히 올라간다.
절에는 들르지 않고 아육왕탑을 내려다본다. 온통 먹탕이다.
구룡봉 바위에 서니 바람이 세차다.
오르며 벗은 겉옷을 입지 않고 버텨본다.
아래로 내려와 바람을 피해 소주를 입대고 마신다.
환희대로 오르는 길에도 아무것도 안 보인다.
연대봉 가는 능선엔 바람이 차다.
겉옷을 벗은 날 우실장은 염려하지만 난 견딜만 하다고 만용을 부린다.
연대봉에 오르지 않고 봉수대 돌벽 아래서 소주를 마신다.
비에 젖은 진달래인지 철쭉인지가 길가에 도열해 있다.
포대바위를 지나 주차장에 오니 4시 반이다.
약 한시간 40분 정도에 천관산을 짧게 돌았다.
우실장 사택에 가 씻고 젖은 옷을 갈아입는다.
텃밭에 모종을 심고 있던 박교장이 차를 끌고 안양 수문으로 가 삼합을 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