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시(雜詩) 1-도연명(陶淵明)
人生無根蔕(인생무근체) 인생은 든든한 근본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飄如陌上塵(표여맥상진) 길거리에 날리는 먼지와 같은 것
分散逐風轉(분산축풍전) 바람 따라 여기저기 흩어지니
此已非常身(차이비상신) 이 몸은 이미 불변의 존재가 아니다
落地爲兄弟(낙지위형제) 이 세상에 태어나면 사람은 모두 형제가 되니
何必骨肉親(하필골육친) 어찌 골육과만 친하게 지내리오
得歡當作樂(득환당작락) 기쁠 때는 너 나 없이 함께 즐거워하고
斗酒聚比隣(두주취비린) 술 한 말 사서 이웃들 불러 모으자
盛年不重來(성년부중래) 혈기왕성한 젊은 시절 두 번 다시 오지 않고
一日難再晨(일일난재신) 하루에 새벽은 다시 오지 않는다
及時當勉勵(급시당면려) 때를 놓치지 말고 힘써야 할지니
歲月不待人(세월부대인)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도연명[陶淵明, 365~427 자는 원량(元亮), 호는 연명(淵明), 후에 도잠(陶潛)으로 개명, 동진(東晉) 시대 심양(潯陽) 채상(柴桑) 출신]은 중국 동진(東晋)말기부터 남조(南朝)의 송대(宋代)초기에 걸쳐 생존한 중국의 대표적 시인으로 기교를 부리지 않고, 평담(平淡)한 시풍이었기 때문에 당시의 사람들로부터는 경시를 받았지만, 당대 이후 6조(六朝) 최고의 시인으로서 그 이름이 높아졌으며, 그의 시풍은 당대(唐代)의 맹호연(孟浩然), 왕유(王維), 저광희 등 많은 시인들에게 영향을 주었고, 주요 작품으로 “오류선생전”, “도화원기”, “귀거래사”등이 있습니다.
*도명명은 가난하게 성장하였기 때문에 어머니를 봉양하기 위하여 관리생활을 했으나 41세 때 그 유명한 ‘귀거래사’를 읊으며 마지막 관직인 팽택 현령(彭澤 縣令)직을 사임하고 귀향하여 농사 지으며 술을 벗삼아 시를 지었는데, 전원생활을 읊은 작품이 많고, 유교와 노장 사상을 바탕에 깔아 인생의 진실을 추구한 것이 많으며, 자연스러운 감정의 표현은 뒷날 이백과 두보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위 시는 위 시는 문학비평가이신 김희보님의 “중국의 명시”에 실려 있는 것을 옮겨본 것입니다.
*根蔕(근체) : 근본
표(飄) : 바람에 불려 흩어지는 모양
맥상(陌上) : 맥(陌)은 논둑길이 동서로 통하고 있는 것, 상(上)은 언저리, 여기서는 길거리
상신(常身) : 변함없는 몸
낙지(落地) : 이 세상에 태어남
득환(得歡) : 기뻐해야 할 때
두주(斗酒) : 말 술, 약 18.039L
비린(比隣) : 이웃이 되어, 이웃사람들
성년(盛年) : 혈기 왕성한 나이
신(晨) : 새벽
급시(及時) : 기회를 놓치고 말고
면려(勉勵) : 힘쓰다
*위 시는 잡시 12수 가운데 첫 수로서, 사람은 때를 놓치지 말고 즐겨야 한다는 것을 권하고 있고, 특히 마지막 4구를 뽑아 절구 형식으로 하여 권학시(勸學詩)란 제목으로 소년 훈계의 시로 많이 애송되어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