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방에도 봄이 왔을 텐데
봄이 한창 무르익어가는 삼월 중순이다. 코로라 감염증 확산 사태가 진정되지 않아 사상 유래 없는 초중고 신학기 개학이 전국 동시로 두 차례 연기 된데다 다시 추가 연기가 되었다. 사월 들어 개학한다니 모두 다섯 주가 연기 되었다. 방역 당국은 감염증 확산 방지를 위해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감염자가 집단으로 발생한 대구 경북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더 신경 쓰일 테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는 뜻에서 바깥나들이는 최소화하고 있다. 집에서부터 걷기 가능한 산책이나 산행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집 근처 반송공원으로 산책을 나서거나 사격장 뒤 소목고개로 올라가는 정도다. 창원대학 앞을 지나 용추계곡으로 들어 봄에 핀 야생화들을 탐방하기도 했다. 어제는 예전 근무지 교육단지를 걸으면서 목련과 이르게 핀 벚꽃을 구경하기도 했다.
그간 한 차례 대중교통을 이용해 근무지 거제를 다녀왔다. 학교 관리자와 업무부서 부장과 몇몇 동료들이 매일 출근해 방역과 개학을 대비하느라 분주했다. 나에겐 별다른 일이 맡겨지지 않아 수업에 들 교재를 챙겨 와실로 와서 살폈다. 거제로 간 김에 지세포로 나가 서이말등대와 공곶이를 찾아 수선화를 보고 왔다. 이튿날은 비가 오는 속에 대금산을 올랐다가 창원으로 복귀했다.
지나간 두 차례 일요일엔 벗과 산행을 나섰다. 한 번은 마산역 광장으로 나가 진전 둔덕으로 가는 녹색버스를 탔다. 종점에서 오곡재를 오르다가 산중 계곡에서 머위와 쑥을 캐서 미산봉과 상데미봉을 넘어 군북역으로 나갔다. 그제 일요일은 합성동 시외터미널에서 함안으로 가는 농어촌버스를 타고 가야에서 내려 아라가야 궁궐터로 추정되는 선왕골을 둘러 삼봉산을 올랐다가 왔다.
삼월 셋째 화요일은 밖으로 나가질 않고 집안에 머물렀다. 텔레비전을 켜질 않고 종이신문만 몇 구석 살펴 읽었다. 오후가 되자 교육부에서 발표한 개학을 추가 연기한다는 소식은 휴대폰으로 검색해 알게 되었다. 여러 검토와 고심 끝에 사월에 학교 문을 연다는 발표였다. 학생들의 건강이 학습권 보호보다 우선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때 되면 코로나 기세가 확연이 꺾이길 기대한다.
개학이 되려면 스무 날이 남았다. 근무지로 건너가 복무처리를 갱신해 놓고 다시 창원으로 돌아와 지내야 할 처지다. 개학하면 교실에 들어 지도할 교재 분석은 어느 정도 윤곽을 잡아 놓아 시간을 더 들이지 않아도 된다. 집 근처로 산책이나 산행을 나서는데도 이제 한계가 왔다. 다닐 만한 곳을 다 둘러봤다. 용추계곡은 구석구석 샅샅이 살펴 지형지물이나 식생을 훤히 꿰뚫고 있다.
자가 운전을 하지 않아 바깥나들이에게 제약이 많이 따른다. 마스크 착용을 필수이고 간혹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라도 하면 휴대용 세정제까지 가지고 다닌다. 외출하고 돌아오면 감염원이 붙어 왔을까 싶어 전전긍긍이라 샤워와 세탁을 더 꼼꼼하게 해야 했다. 개학까지 남은 기간 사회적 거리두기는 지속해야 하니 멀게만 느껴진다. 혼자만 겪는 답답함은 아니지만 참고 견뎌야 한다.
지난번 거제로 갔을 때 고현터미널 버스 운행 시간표를 보고 대구 경북 코로나 감염 상태가 심각함을 알았다. 창원이나 김해 노선은 평소 절반으로 감축 운행했다. 대구와 구미는 물론 경주 포항 노선은 당분간 전면 운행 중단이었다. 이용 승객이 없어서기도 하겠지만 감염원 차단을 위한 조치였지 싶었다. 나는 매년 봄 주말이면 경주로 가야 하는 일이 있는데 발이 묶이고 말았다.
울산에 사는 친구가 경주 산내 산골서 주말 농장을 가꾼다. 친구는 봄부터 여름과 가을까지 주말이나 방학이면 산방에 머물다 나온다. 창원에서 그곳까지 거리가 좀 된다만 나는 가끔 경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친구와 접선해 산방으로 들었다. 겨울이 오던 길목 가지치기를 도와주는 아직 들리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아니었다면 내 동선이 경주 지음 산방까지 뻗쳤을 텐데 …20.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