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연예인들의 얼굴과 음성을 조작한 가짜 영상을 활용한 사기 범죄, ‘이걸 왜 속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조인성과 송혜교 씨의 딥페이크 영상은 목소리와 입 모양이 잘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영상 속 시선 처리도 어색합니다. 하지만 스마트폰 화면은 작고, 그 작은 어색함에 눈길이 잘 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두 연예인의 영상을 보고 거액을 보낸 피해자들은 그 연예인만을 믿은 것이 아닙니다. ‘배터리 아저씨’로 불리는 박순혁 작가가 실제 투자를 대신해 주는 것으로 속은 것입니다. 그 박순혁 작가는 딥페이크가 아닌 실제 박 작가의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박순혁 작가의 유튜브 영상을 도용한 광고였습니다만.
무슨 상황인데?
박순혁 작가
조인성과 송혜교 씨의 박순혁 작가에 대한 투자 독려 영상이 ‘딥페이크’였다는 사실을 최근 〈8뉴스〉에서 보도해 드린 바 있습니다. 첫 보도 당시 피해자는 1명, 피해 금액은 1억 원이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딥페이크 영상이 악용돼 우리나라에서 실제 사기 사건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문제는 간단치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보도 이후, 그제야 모든 것이 돈을 가로채기 위한 치밀한 설계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피해자도 있습니다. 딥페이크 영상을 악용한 사기 사건을 공론화하면서 SBS에는 피해자들의 제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피해 사연은 듣는 사람의 속이 타들어갈 정도입니다. 비난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게 집중되어야 합니다.
모든 피해자가 처음부터 선뜻 거액을 보내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누구나 ‘이게 사기 아닐까’ 미심쩍어합니다. 수백만 원을 보낸 뒤, 시험 삼아 소액을 출금해보기도 합니다. 돈만 가로채는 사기가 아닐지 나름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그 점을 노리고 일당은 받은 투자금의 일부를 다시 계좌에 돌려주기도 합니다. 송금과 출금이 한두 차례 반복되면 피해자의 경계심은 풀어집니다.
좀 더 설명하면 - 경계심은 어떻게 풀어지는가...
풀어진 경계심은 점점 큰 규모의 투자로 이어집니다. 백만 원 단위는 천만 원 단위로 올라갑니다. 1천만 원을 보내고, 2천만 원을 보냅니다. 〈8뉴스〉에서는 투자한 총금액 ‘1억 원’만 보도되었지만, 1억 원을 한 번에 보낸 투자자는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 투자액은 늘면서 눈덩이가 되는 것입니다. 한 피해자는 1달에 걸쳐 총 1억 원을 투자했다고 합니다. 자식 돈까지 끌어 모았다고 합니다.
또 다른 피해자도 이런 식으로 총 1억 원을 투자했지만, 지금은 그것이 ‘투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투자는 거짓말이었고, 스마트폰 앱에 찍힌 잔액은 허구였으며, 조인성과 송혜교는 가상의 이미지였을 뿐입니다. 피해자가 믿었던 박순혁 작가는 자신도 얼굴을 도용당한 피해자라는 입장. 박 작가는 유튜브 광고를 신고하고 신고해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추가 피해자가 없도록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대체, 이걸 왜 속지?’ 싶어도 피해자는 여러분의 부모님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한 걸음 더 - 중국발 딥페이크였나?
재앙에는 전조가 따른다고 합니다. 그 전조는 평소에는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재앙이 벌어진 뒤에야 눈에 선명하게 들어옵니다. 전조는 사후적입니다. ‘아, 그때 알아챘어야 하는데’ 싶습니다. 연예인 딥페이크 사기 사건에도 전조 비슷한 단서가 있습니다. 복수의 피해자는 중국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투자 권유는 100% SNS 메신저를 통해 이뤄집니다. 통화는 없습니다. 한 피해자는 SNS 메신저에 찍힌 ‘위안’이라는 단어를 그 단서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투자가 아니라 사기라는 것을 진작 알아챌 수 있는 단서입니다. ‘한연아 비서’(물론 이런 사람은 없습니다)가 보낸 메시지는 이렇습니다. “이 표를 고객님께서 5천만 위안의 자금을 구매하면…” 이런 식입니다. ‘위안’도 단서가 되지만, 어법도 이상해서 단서가 됩니다.
또 다른 피해자도 중국을 지목합니다. 비서가 SNS 메신저로 자신한테 투자를 권유하다가, 자신과 나눈 대화를 캡처해 다른 동료에게 보낸 것을 실수로 보여줬다는 것입니다. 그 캡처 화면에는 중국말이 적혀 있었다고 피해자는 똑똑하게 기억합니다. 그 순간 ‘아, 당했구나. 완전히 당했구나’ 싶었다는 게 1억 원 넘게 송금한 한 피해자의 증언입니다. 억장이 무너지는 증언이기도 합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 딥페이크 사기, 당하지 않으려면?
〈8뉴스〉에서는 이런 사기를 당하지 않기 위해 한국어 맞춤법도 잘 살펴보시라고 조언을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한국 사람도 맞춤법 자주 틀리는데? 그게 무슨 조언이 되느냐는 취지의 댓글도 달립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다만 방송 리포트에서는 시간상 소개를 전부 못 드렸는데, 맞춤법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안대요, 오빠”, “입금 댔어요?”, “앱 다운 클릭 하시무 무시하고”, “출처가 나오며는”, “50포인트 적립되여서”, “이렇게 하면 고객님은 바로 7~8%의 이익을 낸다는 게 이해가 가나요?”, “언니가 저를 알고 함께 투자해는 것이”, “50억이 재생능력을 발휘” 등… 맞춤법이 틀리거나, 어딘가 어색한 한국어 표현이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마치 번역기를 돌려 메시지를 보내는 느낌도 듭니다.
또 한 가지. 기승전 ‘투자 권유’, 기승전 ‘추가 송금 요청’이라면 무조건 의심해야 합니다. 사기 일당은 이런 식입니다. 1억 원을 투자한 뒤 2천만 원을 출금 요청하면, 뭔가 문제가 생겨서 돈을 더 보내야 출금이 가능하다고 둘러댑니다. 출금을 지속적으로 요청할 경우 피해자에 대한 태도와 말투가 대놓고 돌변하기도 합니다. ‘신용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협박하기도 합니다. 그들은 닉네임만 친절한 비서일 뿐입니다.
무엇보다 이런 종류의 사기 패턴은 대부분 같다는 점도 참고해야 합니다. 시작은 유튜브 불법 광고, 그리고 카카오톡 친구 맺기를 통해 궁극적으로 유도하는 곳은 네이버 밴드입니다. 밴드에서는 딥페이크 영상을 올려 피해자를 속일 수 있고, 공지사항을 올리며, 피해자들에게 박순혁 작가를 사칭한 누군가의 강의도 전파하고, 메신저로 안부를 물으며 투자자들의 경계심을 풀어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사기를 의심하는 사람은 밴드에서 ‘강퇴’ 시킬 수도 있습니다.
존리, 염승환, 황현희 씨 등 유명인의 실제 얼굴을 내세운 유튜브 광고 또한 무조건 경계해야 합니다. 유튜브에는 이렇게 사기를 목적으로 한 유명인 사칭 광고가 무분별하게 게재되고 있지만 그것을 걸러내는 작업은 일절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박순혁 작가의 진짜 투자 강의를 열심히 보다가, 유튜브 알고리즘이 박 작가의 투자 광고를 중간에 띄워준다면 시청자는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유튜브 광고의 광고주를 확인할 수 있는 ‘광고투명성센터’ 페이지는 현재 대단히 불투명한 상태로 보입니다. 존리는 존리가 아니고, 황현희도 황현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출처== https://premium.sbs.co.kr/
첫댓글 욕심이 화를 부르는 법
좋은뉴스 감상합니다.
좋은기사 감상합니다.
잘보고 갑니다.
잘 감상합니다.
즐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