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윽한 언어
최 병 창
그리 맑지 않다고 생각되는 개울물 속에
조그만 물고기 두어 마리가
서로를 소통하며 요리조리 헤엄을 즐기고 있다
소통이란 것은 여럿이 모여야만 가능한 것이고 재미기 있는지
없는지는 물고기가 돼 보아야 만이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르는 일이라고 던지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도 함부로 만들어 내거나 흔들면 안 되는 것 물고기의
흔들리는 중심은 언제나 물 속이다
계속 뻐끔거리는 입으로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떤 말을 주고받을까
사람들이 하는 말을 다 살피며 엿들으면서도 모른 척하는 까닭은
무엇인지 바닥에 있는 작은 돌멩이들도 물고기처럼 뻐끔거린다
내가 물고기가 되고 싶다고 물고기가 된다는 생각은 여전히 불가능한 일
물고기에게도 생각하는 바는 있음직 하지만 나는 물고기가 될 수 없어
물고기들의 생각을 알 수가 없으니 내가나를 모르는 만큼 물고기는
연신 두 팔을 흔들며 숨을 뱉어낸다
세상에는 알 수 없는 일들이 무수히 많지만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모두를 다 알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니 일상의 이름으로 짧은 미소라도
지어야 할 것 같은데
여전히 개울물 속에는
조그만 물고기 두어 마리가
만나지 못한 내가 되어
요리조리 헤엄을 즐기고 있다.
< 2018. 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