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을민꽃살무늬 문
코끼리가 목이 마르네
잔지바르 어느 집 대문을 코로 미네
머리로도 안되네
어깨로 힘껏 밀자 문이 화들짝 열리네
식구들은 혼비백산
코끼리는 물을 마시네
한 사내가 걸어갑니다
등에 무얼 매달고 갑니다
걸음이 무겁습니다
등에 무얼 메고 가세요?
문이란다
열어도 열어도 안 열리던 문
끝내 열지 못한 문
버리지 못한 문
문이 업혀서 갑니다
너는 살아있니?
살아 있으니 얼마나 좋아
살아서 열어야 한다
살아있을 때 열고 싶은 문은 다 열어 보렴
그가 집은 문이 반이라고 말한 적 있습니다
사방천지에 문
고향바다 긴 다리는 떨쳐버리고 온 첫 문
당신은 열린 듯 닫힌 듯, 문
나는 나에게 가장 어려운 문
기우뚱한 문
그림 속의 문
누군가 막아버린 문
벽인 척 속이고 있는 문
움직이면서 움직이면서 내 움직임을 보고 있는 문
빛나는 통로를 볼 수가 없네
커튼을 연다
문이 생긴다
빗살만 만들어 놓고 꽃은 달지 못한 문
방 안에는 어제가 있고 밖에는 오늘이 있다
코끼리는 목이 마르네
대문을 코로 미네
문을 부수네
2023 하반기 월간 모던포엠 신인문학상 당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