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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화꽃 향기>를 보면서 그 아련함, 80년대라는 동시대의 추억을 공유하는 아련함에 가슴이 먹먹해져 오는, 급기야 눈물까지 흐르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어쩌다 케이블 TV에서 한 번씩 마주치게 되면 아직도 채널을 고정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영화다. 적어도 나에게는. 이런 류의 과거 회상적인 영화로는 곽재용 감독의 <클래식>도 유명하다 할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게 <클래식>은 <국화꽃 향기> 만큼의 무게는 남기지 못한 영화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클래식>은 자주 연상하게 되는 영화인데, 그 이유는 영화의 내용보다는 오히려 영화에 삽입된 장현의 "미련" 때문이다. 내 마음이 가는 그곳에 너무나도 그리운 사람 갈 수 없는 먼 곳이기에 그리움만 더하는 사람 코스모스 길을 따라서 끝이 없이 생각 할 때에 보고 싶어 가고 싶어서 슬퍼지는 내 마음이여 미련없이 잊으려 해도 너무나도 그리운 사람 가을 하늘 더 높은 곳에 내 사연을 전해 볼까나 기약한 날 우린 없는데 지난 날 그리워하네 먼훗날에 돌아 온다면 변함없이 다정하리라 ▲ 영화 <클래식>에 삽입된 곡으로 <클래식>판 "미련"의 뮤직비디오다. ▲ 김추자 "미련"은 두 가지 버젼이 있는데, 이 노래와 최헌이 리드보컬로 활동하던 검은 나비와 김추자가 공동으로 발매한 1975년의 <김추자와 검은 나비>에 수록된 "미련"이다. 수록곡들은 신중현의 기존 히트곡들을 김추자가 재해석한 버젼이라고 볼 수 있는데, "커피 한 잔", "님은 먼곳에", "미련", "잊어야 한다면", 등이 수록되어 있다. 그런데 이 앨범에 수록된 "미련"은 1절 도입부의 가사가 2절 도입부의 가사로 바뀌어져 있다. '내 마음이 가는 그곳에'가 아니라 '미련없이 가는 그곳에'인 것. 이건 아마도 당시의 녹음 시스템, 곧 앨범 전체를 한 번에 끝내는 '원샷' 녹음 방식이 빚어낸 에피소드라고 여겨진다. 지금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일 것인데, 이런 명백한 오류를 놔둔 채 그대로 앨범을 발매한 그 시대가 경이롭다. ▲ 임아영 - 미련 ▲ 신중현과 그의 아들인 신대철, 신윤철이 함께 연주하는 "미련"을 들을 수 있는 버젼이다. 90년대 중반인 거 같은데 자세한 연도는 찾아보지 못했다. ▲ 신중현 -미련 "미련"은 신중현이 작사 작곡한 노래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장현의 "미련"을 원곡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장현의 "미련"은 1972년에 발매한 데뷔 앨범에 수록되었는데, 이미 1970년에 발매한 임아영의 앨범에 "미련"이 수록되어 있다. 앨범 수록 시기만을 가지고 누가 '원곡'이라고 말할 순 없겠지만 장현이 최초가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이후 김추자도 "미련'을 수록한 앨범을 발매하였으니 70낸대초에 이미 세 사람의 "미련"이 존재하는 셈이다. 세 사람의 색깔이 너무 강하게 표현된 노래라 그런지 사람들의 선호는 조금씩 갈리는 편이다. 나의 경우는 <클래식>의 잔상이 남아서 그런지 아무래도 장현의 "미련"이 가장 절실하게 다가오는 듯한 느낌을 준다. 템포도 세 사람 중에 가장 느리게 진행된다. 장현. 그의 본명은 장준기다. 대구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밤무대 가수로 활동하다가 신중현에게 발탁되어 가수로 데뷔하게 되었다고 한다. 데뷔후 가수로 활동한 시기는 불과 4,5년 정도밖에 안 되는 짧은 시기였지만 독특한 음색으로 "기다려주오", "미련", "나는 너를", "석양", "마른 잎" 등의 히트곡으로 70년대의 초반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가수다. 이달 말이면 그가 떠난 지 6년째다. 그래서인지 찬바람이 부는 날이면 그의 노래가 가끔씩 그리워진다. <뱀다리> 어릴 때부터 라디오 등에서 그의 노래를 듣고 자랐기에 장현이라는 가수를 알고는 있었지만 그의 앨범 한 장 가지고 있지 않았었다. 그러다 음악을 아주 좋아하는 친구 집에서 장현의 노래들을 오랜만에 듣게 되었는데, 정말이지 감동받을 정도로 훌륭한 사운드였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으로 그 친구 집에서 들었던 장현의 음반을 주문했다. 그러나 음반이 도착한 날 집에서 그 앨범을 들으니 그저 그런 평범한 노래에 불과했다. 이유는 오디오의 차이! 그 친구 집에 설치된 오디오는 스피커만 이천만 원에 가까운 거였다. 조금만 볼륨을 높여도 아랫집에서 바로 항의 전화가 올 정도의 성능을 가진 음향시스템에서 듣는 장현과 이십만 원짜리 고물 오디오에서 듣는 장현은 하늘과 땅 차이였던 것. 그런데 도심 한가운데 아파트 중간층에서 방음시설도 안 하고 이천만 원이나 들여 음향시스템을 설치한 그 친구나 이십만 원짜리 고물 오디오에서 듣는 나나 장현의 노래를 마음껏 즐기지 못 한다는 측면에선 똑같다. 누구는 마음대로 틀지 못해서 즐기지 못 하고 누구는 마음대로 틀어도 즐기지 못 한다는 차이만 있을 뿐.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결론. 아파트에서 고급 음향시스템 갖출려면 먼저 방음시설부터 갖추어야 한다는 것! |
첫댓글 감사 ~
옛~생각이...절로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