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일요일 아침 늦잠 자려는 나를
와이프가 새벽같이 깨워 심부름 보내길래
투덜거리며 차시동을 걸고
졸린 마음 라디오 스위치를 꾸욱 누르니...
마침 방송되던 "mbc 라디오 서현진의 (어쩌구 저쩌구) "
재미있는 사연 그중 "군대 사연"을 올려달라고 하길래..
별 기대도 안하고 상품권을 준다기에 응모했는데... ㅋㅋ
글쎄~
2012.03월 당당히 월 대망의 1위로
100만원 상당 양복 상품권을 수상했던 "썰"입니다.. 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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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1986년 지금처럼 봄날이었습니다.
1986년 3월 경기도 파주에 있는
25사단 훈련소에서 훈련병 과정을 당당히 마치고
동년 4월 동사단 포병연대 브라보 포대에 당당히 배속받았습니다.
자대배치를 받자 마자
부대는 ATT라는 훈련을 받게 되었습니다.
군대 갔다온 사람들은 다 아시겠지만
자대에 배치 받고 분과를 배속 받아야합니다만
배속 받기도 전에 부대훈련을 나가는지라 포대장께서는 나를 그냥 편의상 "취사병"으로 임명했습니다.
※취사병 = 짬밥병= 사회에선 쉐프
취사병은 단 둘 나와 말년 취사병이었습니다.
나는 좋은 말로 말년 취사병장의 보조 취사병이고 속된말로는 “딱까리”였습니다.
말년 취사병장은
나를 보더니 근엄하고도 인자한 말투로 한마디 하더군요...
“짜식 운도 좋은 녀석이군~
넌 일주일동안 군 생활 완전 풀린거야...
꽃보직 받은줄 알거라~~“
넌 내가 하라하는 것만 하면 네 고참들 처럼 열라 뺑이 안치고 나와 웃으면서 밥하고 그릇만 닦음 되는기다 알깃나?(경상도 사나이)
....
....
나 기분 좋았냐고요?
아닙니다. 기분 더럽게 안좋았습니다.
난 신체 건강한 육군 포병으로
고참들과 멋지게 105미리 곡사포를 발사해야지 ...
어찌 내가 밥이나 하고 식기판이나 닦나?
기분 더러웠지만 꾹 참았습니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란 것이 간사한 것이라서
열라 고생하고 뺑이 치는 고참들을 보니 금방 내 합리화가 되더군요 ㅋㅋ
30개월 군 생활중
일주일 여기서 있는 것도 괜찬겠다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그런데 그 일주일이 죽음의 일주일 될지는 꿈에도 몰랐습니다.
취사병으로 임시 보직을 받고
그냥 저냥 하루를 보냈고 훈련장에 있던 둘쨋날
말년병장 김병장이 내게 말했습니다.
이등병~
오늘 저녁 메뉴는 된장 넣고 미나리국이니까
앞 개울가서 미나리좀 뜯어와라~
앞 개울가가 완전 미나리 천국이더라~
순간 난 당황했습니다.
난 서울 태생으로 한번도 시골이란 곳을 채험해 본적도 없고..
미나리요?
미나리는 음식으로 먹어는 봤지만 어디서 자라는지 어떻게 생긴 식물인지 알수가 있어야지요?
...
...
하지만 우렁찬 복창으로
“내 알겠습니다.!!!!” 일단 하고... 좀 미적 미적되니까...
역시 말년병장 눈치가 백단이라서 그런지..
이등병~
너 미나리 어찌 생긴지 아나? 모르지? 하면서
아주 인자하고 자상한 표정을 지으며 미나리 셈플을 하나 주시더군요...
난 미나리를 보자마자..
곧 아... 이렇게 생겼군 하면서 미나리를 휙 던저버리고 개울가로 향했습니다.
내 머리속에는 온통 미나리를 잔뜩 따와서
말년병장에게 사랑받아야지 하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양은 양동이(빠께스)에 가득 담을 흐믓한 미소를 짓고 개울가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순간....
앗!!!!! 개울가에 천국으로 지천에 널려있다는 그 미나리...
그 미나리가 어찌 생긴 것이지? 머릿속이 하얗게 되었습니다.
도무지 이놈이 그 놈같고 저풀이 이풀 같고 모두 미나리 같이 생겼습니다. 개울가 모든 풀들이 미나리로 보였습니다...
아.... 난감..
고참이 준 미나리를 가져왔어야 하는 건데 어쩌지?ㅜㅜ
깊은 반성과 나의 주의성 없음을 반성하고
....
...
그런데 순간
내 머리를 강타한 고참의 한마디가 있었으니..
“개울가 미나리가 지천에 깔렸구나...”
그렇지...
여기 개울가에 제일 많은 풀이 미나리군...
역시 나는 머리가 좋아..
군대는 눈치만 있으면 된다고 했던가?
역시 난 눈치하난 기가 막히다니까...
나는 군대 체질인가보다 하는 자신감과
순간 말뚝을 박고 직업군인으로 평생 살아볼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난 눈앞에 제일 흔하고 제일 튼실해보이는것은 모두 미나리다. 라는 확고한 신념으로 미나리를 뜯었습니다.
한 양동이 가득 미나리를 뜯었습니다..
군대 참 좋네..
내 취사병 고참이 얼마나 좋아하실까 하는 생각과 더불어... 싱글벌글~
미나리 담은 양동이를 들고 고참에게 가져갔습니다.
난 큰 목소리로... 불렀습니다...
김병장님~~~~
미나리 한가득 따왔습니다~~~
말년병장 김병장...
환화게 웃더니...
미소가 침묵으로... 그러더니..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내 얼굴과 양동이미나리를 번갈아 처다봅니다.
빠께쓰 미나리를 쏟아버리더니
그 양동이를 한손으로 우악스럽게 잡더군요..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다는 본능적 생각..
말년병장 김병장 입을 열더니..
이노무시끼가 미친나? 니 나하고 장난하나?
이 자슥 이기이기 이기 미나리가?
우악스럽게 잡은 빠께쓰로 사정없이 내 머리통을 날립니다...
내 머리를 얼마나 맞았는지
머리가 빙글빙글... 세상이 몽롱해지면서 온통
가수 나미 아줌마의 빙글빙글 노래가 들리는듯합니다.
세상이 미나리인지 풀인지..풀인지 미나리인지..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 좌로 굴러 우로 굴로 머리바가~~~~~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집니다.
엄마가 보고 싶습니다.
엄마 나 돌아갈래~~~
아 나의 군 생활이 시작부터 꼬였습니다.
난 바로 깨달았습니다.
역시 난 취사병체질은 아냐 일반 포병으로 포를 쏴야되....
...
...
그 뒤 어찌 되었냐구요?
아무튼 나는 똘망해 보인다는 이유 하나로
“작전병”이란 보직을 받고 찬란한 군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30개월 정말 빡세게 눈물도 많이 삼키고
가혹행위도 엄청 마니 당하고 나 역시 조금 시키면서 건강하게 군생활을 마쳤습니다.....
미나리....
가끔 미나리를 보면 생각납니다..
나의 눈물의 미나리...
그 취사병 김병장은 잘 계시나는지? 그때 주특기로 분식집이나 하나 열고 계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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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절
계절을 지나다
첫댓글 재미 굿
재밌다고 mbc라디오에서 월 장원으로 선정 100만원 양복 상품권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