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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국제회계기준위원회는 재무제표의 표시와 공시에 관한 새로운 기준인 IFRS 18을 공표하여 2027년 1월 1일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IFRS 18에서는 영업이익을 투자ㆍ재무 범주 이외의 잔여 이익으로 정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매출액에서 매출원가 및 판매비와관리비를 차감하는 현행 K-IFRS 영업이익과 금액 및 속성이 달라 정보이용자의 혼란이 예상된다. 1997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ㆍ유럽 등 총 31개 국가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잔여 범주에 따른 포괄적 영업이익 표시는 영업 성과의 보수적인 표현을 유도하고 경영진이 영업 혹은 영업외이익을 재량적으로 분류할 유인을 원천적으로 억제할 것으로 보이나, 표시된 영업이익의 지속성과 가치관련성이 감소하여 투자자 관점의 유용성은 저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무제표 주석의 비경상 손익 정보를 토대로 영업이익 내 경상 항목에 대한 중간합계 표시를 허용하여 영업 성과 정보의 유용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영업이익 정의의 변화가 우리나라 규율체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면밀한 검토와 대비가 필요하다.
IFRS 18 ‘재무제표의 표시와 공시’ 제정의 영향
2024년 2분기 국제회계기준위원회(International Accounting Standards Board, 이하 IASB)는 ‘재무제표의 표시와 공시(Presentation and Disclosure in Financial Statements)’에 관한 새로운 기준 IFRS 18을 공표할 예정이다. 이는 기업의 성과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을 개선하고자 한 ‘주요 재무제표’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특히 손익계산서의 작성 방식에 큰 변화를 예고한다.
그간 IASB는 영업이익을 별도로 정의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해왔다. 이는 경영진이 자율적으로 영업이익을 산정하여 경제적 실질에 기초한 영업 성과를 보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같은 국제회계기준을 적용하는 기업 간에도 영업이익의 산출 방식이 달라 영업 성과의 기업 간 비교는 물론 국제적 비교도 쉽지 않은 문제가 지속되었다. 또한, 경영진이 조정 EBIT 혹은 조정 EBITDA와 같이 회계기준에서 인정하지 않는 성과측정치(non-GAAP measure)를 자의적으로 활용하고 강조하는 사례가 늘면서 투자자의 혼란을 초래하기도 했다(IASB, 2019. 4).
이에 IFRS 18에서는 손익계산서에 표시할 영업이익을 명확히 정의하기로 하였다. 구체적으로 영업이익을 투자 범주와 재무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잔여 이익으로 집계한다(<그림 1> 참조). 아울러, 경영진이 회계기준에서 인정하지 않는 성과측정치를 활용하고자 할 때는 이를 경영진 성과측정치(Management Performance Measure, 이하 MPM)에 관한 정보로 주석에 공시하여야 한다. 회계기준에서 인정하는 성과측정치 중 가장 직접적으로 비교가능한 항목과의 조정 내역, 산출 근거 등을 명시해야 하며, 이는 외부감사 대상에도 포함된다.
다만, 우리나라는 상기와 같은 IASB의 기준 제정 취지에 공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2012년부터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 내에 매출에서 매출원가 및 판매비와관리비를 차감한 금액을 별도의 영업이익(이하 K-IFRS 영업이익)으로 정의하여 이를 일관되게 적용해 왔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는 국제회계기준 도입 이후 기업 간 영업 성과의 비교가능성이 저하될 수 있는 문제를 선제적으로 개선한 것으로 평가된다(유용근 등, 2013). 한편, 우리나라는 회계기준에서 인정하는 성과측정치 외에 대안적인 성과측정치를 활용하는 기업이 드물어, 현재로서는 MPM의 주석 공시 및 외부감사 필요성 역시 제한적인 상황이다.
더욱이 IFRS 18에서 새롭게 정의하는 잔여 범주로서의 영업이익(이하 IFRS 18 영업이익)은 우리 자본시장에서 오랜 기간 활용해 온 K-IFRS 영업이익과 그 금액 및 속성이 다르다. 유ㆍ무형자산처분손익, 각종 손상차손, 기부금, 외환손익 등 K-IFRS에서 영업외손익으로 분류했던 여러 기타손익 항목들이 IFRS 18에서는 영업손익 항목에 포함되므로 정보이용자의 혼란이 예상된다. IFRS 18은 2027년 1월 1일부터 기존의 ‘재무제표 표시’를 관장하는 IAS 1 기준을 대체할 예정이며 조기 적용이 허용되는 만큼, 국내로의 원활한 적용을 위해 고려할 사항을 사전에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K-IFRS 영업이익과 IFRS 18 영업이익의 유용성 비교
IASB가 IFRS 18을 제정하려는 주된 목적은 기업의 성과를 보다 투명하고, 비교가능한 방식으로 보고하여 투자자에게 더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함이다(IASB, 2019. 4). 그동안 국제회계기준을 전면 도입한 국가 중 한국, 독일 등 일부 국가만 법률체계와의 일관성 유지를 위해 영업이익에 대한 정의를 마련하였고, 대부분 국가들은 손익계산서에 표시할 영업이익에 대해 별도의 정의를 두지 않는 원칙을 그대로 수용해 왔다(박일홍ㆍ김갑순, 2019). 향후 IFRS 18이 발효되면, 영업 성과를 보고하는 방식이 명확히 통일되므로 국제회계기준을 준용하는 대다수 국가에서 영업 성과 정보의 기술적인 비교가능성은 향상될 것이다.
학계의 축적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과 정보의 비교가능성이 향상될 경우, 다양한 경로를 통해 기업의 자본 조달 비용이 감소하므로 기업의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Kim et al., 2013; Imhof et al., 2017). 그러나 이와 같은 비교가능성 제고 효과는 비교 대상이 되는 이익 정보가 유용할 것을 전제로 한다. 기업가치와 관련성이 떨어지는 정보는 아무리 비교가능한 형태로 제시될지라도 투자자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으며 의사결정의 차이를 가져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잔여 범주 접근법에 따라 산출하는 IFRS 18 영업이익은 투자ㆍ재무 범주를 제외한 이질적 항목의 총집합이다. 영업활동 관련 항목을 중요성, 발생 빈도, 지속성 등과 무관하게 하나의 중간합계(subtotal)로 제시하기에 일시적ㆍ비경상적으로 발생하는 상당수의 특별 항목(special item)을 포함하게 된다. 이들 특별 항목은 개별 속성에 따라 기업이 처한 영업환경이나 미래 전망을 판단하는 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지만(Francis et al., 1996), 통상 예측이 어려운 일시적 이익은 영구적 이익 대비 낮은 가치관련성을 보이며, 따라서 정보적 유용성도 낮은 특성을 보인다(Ohlson, 1999).
반면, K-IFRS에서는 기업의 정상 영업활동(normal operating activities)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영업이익으로 집계하고자 하였으며, 이를 매출액에서 매출원가, 판매비와관리비를 차감한 금액으로 정의하였다. 이러한 기능적(functional) 산출 방식은 영업활동에 관한 성과를 완전하게 포괄하지 못하는 점에서 충실한 표현(faithful representation)은 아닐 수 있다. 다만, 비교적 지속적ㆍ경상적으로 발생하는 항목을 중심으로 투자자에게 가치관련성이 높은 영업이익 정보를 제공하는 점에서는 명확히 비교 우위에 있을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한 실증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K-IFRS 영업이익은 잔여 접근 방식과 같이 간접적으로 산출한 영업이익 대비 그 지속성이 높고, 주식수익률 변동을 보다 잘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박일홍ㆍ김갑순, 2019). K-IFRS 영업이익에 기타손익을 가감한 금액을 IFRS 18 영업이익의 대용치로 분석한 결과 역시, K-IFRS 영업이익이 국내 시장에서 더 우월한 정보적 유용성을 전달함을 실증하였다(김현태ㆍ최영수, 2022). 다만, K-IFRS 영업이익은 우리나라에서 오랜 기간 활용해 온 만큼 국내 자본시장 투자자에게 상당히 친숙한 성과측정치라는 점에서 내생적으로 높은 가치관련성을 형성하고 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에 본 고에서는 미국, 캐나다와 함께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실증분석이 가능한 유럽 국가들을 대상으로 K-IFRS 영업이익과 IFRS 18 영업이익의 정보적 유용성을 비교ㆍ분석하였다. 이들 국가에서 영업이익을 표시하는 방식은 우리나라의 제도적 영향과는 무관하므로 회계적 속성이 시장에 전달하는 정보적 영향을 비교적 덜 편향되게 측정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영업 성과의 국제적 비교가능성을 높여 투자자에게 더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 IFRS 18의 제정 목적에 대해서도 범국가적 실증증거에 기반하여 평가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국가별로 수익 혹은 매출에서 매출원가, 판매비 및 일반관리비, 감가상각비 등을 차감한 금액을 K-IFRS 영업이익으로 산출하고, 이에 비경상적(extraordinary) 손익과 특별(special) 손익 항목을 가감하여 IFRS 18 영업이익의 대용치를 산출하였다.1) 그리고 기업 이익의 장기 시계열적 특성을 포착하기 위해 기업-연도별 10년(최소 7년) 이동회귀(rolling regression) 분석을 수행하여 기준별 영업이익의 지속성, 가치관련성, 보수성 등을 측정하였다(Francis et al., 2004).
표본 기간 1997~2019년(자료 기간 1991~2019년)에 대해 미국, 캐나다, 유럽 내 29개 국가 등 총 31개 국가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K-IFRS 영업이익이 장기 시계열적으로 더 지속적이며, IFRS 18 영업이익 대비 가치관련성 역시 더 우월한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2> 참조). 투자자들은 서로 다른 성과측정치의 중요도를 구분하는 핵심 요인으로 이익의 지속성과 가치관련성을 가장 비중있게 고려하는데(Bradshaw & Sloan, 2002; Barton et al., 2010), 이는 대다수 국가에서 IFRS 18의 잔여적 접근 방식보다 정보적 유용성 측면에서 더 나은 방식으로 영업이익을 표시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단, IFRS 18 영업이익이 모든 특성에서 열위에 있는 것은 아니었다. 기업ㆍ국가별 이질성은 크지만, 비경상적ㆍ특별 손익 항목들은 대체로 신중한(prudent) 추정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K-IFRS 영업이익 대비 악재를 선반영하는 보수성을 내포하고 있다.
결론 및 시사점
상술한 논의를 종합하면, IFRS 18이 성과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은 그 장ㆍ단점이 명확하다. 영업ㆍ투자ㆍ재무 범주로 성과를 구분하여 표시하는 손익계산서는 기업이 영위하는 대표적 활동의 결과를 평가하는데 목적적합한 정보를 전달할 것이다. 그러나 기업의 다른 자원으로부터 개별적ㆍ독립적으로 수익이 창출되는 투자 범주, 기업의 자금조달과 관련한 자산ㆍ부채로부터 손익이 발생하는 재무 범주와는 다르게 영업 범주는 명확한 정의를 도출하기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IFRS 18에서는 투자ㆍ재무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잔여 항목 일체를 영업이익에 포함한 것으로 보인다.
잔여 범주에 따른 포괄적 영업이익 표시는 경영진이 영업손익 혹은 영업외손익에 포함할 항목을 재량적으로 분류할 유인을 원천적으로 제한할 것이다. 또한, 비경상적 손실에 신중한 추정을 요하는 회계원칙에 의해 영업활동과 관련한 성과를 보수적으로 표시하는 장점도 존재한다. 그러나 기타손익 항목을 상당수 포함하여 지속성이 저하된 집합적 영업이익은 투자자 관점에서 예측력이 떨어지고, 가치관련성이 낮은 정보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국제회계기준을 채택하고 있는 상당수 유럽 국가에도 동일하게 확인되는 실증적 증거에 기반한 추론이다.
IFRS 18이 현재까지 공개된 자료와 유사한 형태로 확정된다면, 다음과 같은 사항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첫째, 향후 IFRS 18을 국내로 도입하는 과정에서 영업손익 내 경상 항목에 대한 중간합계를 추가하여 비경상 항목을 구분하여 표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물론 IFRS 18과 관련한 공개초안에서는 모든 비경상 손익에 대해 금액, 발생 이유, 비경상 항목으로 분류한 근거 등을 주석에 보고하도록 하여, 투자자가 지속적인 이익 요소를 구분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주석사항과 재무제표 본문 간에는 정보 전달력에 엄연한 차이가 존재하며(Barth et al., 2003), 비경상 손익 정보를 주석에는 기재하도록 요구하면서 손익계산서 본문에는 구분 표시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일관성이 떨어진다. 이는 영업 범주로의 재량적 분류 가능성을 줄이고, 영업이익 정보의 투명성을 높이고자 한 의도로 보이나, 국제회계기준의 근간이 되는 원칙중심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둘째, 영업이익 정의의 변화에 따른 제도적 영향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잠정실적 공시, 매출액 손익구조 변동 공시 등은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 요약 항목을 중심으로 공시가 이루어지는데, 앞으로는 K-IFRS 영업이익의 활용이 불가능하다. IFRS 18 영업이익으로 대체되면, 주석을 통해 비경상 손익의 상세 정보를 확인할 수 없는 정기결산 이전의 실적 공시에서는 정보 유용성 저하가 불가피하다. 비경상 항목에 대한 공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으며, 공시량이 방대해지는 만큼 기계의 가독성을 고려한 정형화도 필요할 것이다.
셋째, 경영진은 각 기업에 적합한 MPM을 고안하여 정보적 유용성이 높은 성과측정치를 적극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물론, 당국이 획일적으로 K-IFRS 영업이익을 MPM으로 지정하여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겠으나, 이는 장기적으로 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건전한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는 우리 자본시장 측면에서 최선의 활용은 아닐 것이다. MPM의 제공이 활발한 미국ㆍ유럽 기업 대비 우리나라 기업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이유는 K-IFRS 영업이익이 유용하고 비교가능한 성과측정치로써 자리매김한 영향도 있겠지만, 좀처럼 예상 실적을 제시하지 않고 기업설명활동(investor relation)에 인색한, 주주 친화적이지 않은 문화적 영향도 있을 것이다. 신뢰도 높은 MPM 공시를 위해 선진시장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잘 정비된 규정을 도입하는 만큼, 경영진의 재량적 활용에 따른 부정적 효과는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단, 외부감사의 고유한계를 고려할 때, MPM 활용에 대한 이사회의 모니터링이 충실히 이루어질 필요가 있고, 무엇보다 Say-on-Pay 제도와 연계하여 경영진의 성과ㆍ보수 민감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고대한다.
1) 비경상적ㆍ특별 손익 항목에는 투자 혹은 재무 범주에 해당하는 항목이 있을 수 있겠으나, KOSPI200 기업을 전수 분석한 선행연구 사례에 비추어 보면 이들 항목 중 명백하게 영업 범주가 아닌 항목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김현태ㆍ최영수, 2022).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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