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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읽으시고 질책을 부탁합니다.
상기는 살아있다 / 김지명
외출하고 돌아온 순자가 방문을 열었다. 남편(최상기)은 침대에 피를 흘리며 죽어있었다. 죽은 남편을 보는 순간 순자는 비명을 지르고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비명을 들은 앞집 친구가 달려와 문을 두드리고 초인종을 눌러보았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 아파트 경비실에 연락하여 소식을 알아보려고 해도 인터폰을 받지 않았다. 다시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려도 소식이 없자 가슴이 떨리고 두려움이 앞서 경찰서에 신고하였다.
남천지구대에서 달려온 김명태형사도 초인종을 눌러보았지만, 대문을 열지 못했다. 조형사가 소방서에 연락하여 사다리차와 구급차를 불렀다. 십사 분이 지나자 소방차들이 도착했다. 하늘 아파트 1305호에 경찰과 소방대원은 사다리차를 타고 베란다 창문으로 들어갔다. 거실에 들어선 김형사는 주위를 살펴보아도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형사는 대문을 열어 밖에서 기다리던 차지태반장과 소방대원이 들어왔다. 큰방에 문이 열려있어 들여다보니 두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부인은 방바닥에 쓰러져 있고 남편은 침대에 엎드려 옆구리에 식도가 꽂힌 채 죽어있었다. 피를 많이 흘려 방 안에는 피비린내가 진동을 치고 있었다. 그때 소방대원은 쓰러진 여자의 맥을 짚어 보더니 살아있다며 재빨리 구급차로 옮겼다. 차지태형사반장이 감식반에 연락하여 의사를 불렀다. 순자를 옮겨 실은 구급차는 안개가 깔려있는 도로를 앵앵거리며 쏜살같이 달려 성모병원에 들렀다. 응급실에서 안정제를 맞은 순자는 세 시간 후 깨어났다.
감식반[鑑識班] 의사 추상관과 김재규가 사고 현장에 도착하여 시신을 점검했다. 침대 위에서 피투성이가 된 채 엎어져 죽어있는 남자를 뒤집혔다. 남자의 얼굴에는 예리한 칼끝으로 난도질이 되어 형태를 알아볼 수 없었다. 감식반 김의사가 사진기로 활동사진을 촬영하듯 다방면으로 섬세하게 찍었다. 그리고 문고리부터 침대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지문 흔적을 조사하였다. 식도와 주방 방바닥에 발자국의 크기와 모양 등 다방면으로 조사가 끝난 검시관은 구급차로 시신을 영락공원으로 옮겨 냉동 보관하였다.
병원에서 깨어난 순자는 경찰관의 보호를 받으며 순찰차로 집으로 왔다. 순경이 집 주위를 감시하고 있었다. 차반장은 이 사건을 김형사에게 맡겼다. 김형사는 사망자의 집에 들러서 안전을 책임지겠다며 순자를 안심시켰다. 순자는 안식처라고 찾아온 집에 들렀을 때 피비린내가 진동을 치자 남편 생각에 또다시 쓰러졌다. 부인을 다시 병원으로 옮겨 안정제를 맞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순자는 남편의 죽음에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아 친인척에게 연락하지 못하고 환자처럼 멍하니 병원 침대에 앉아있었다. 순자네 앞집 아주머니가 병원에 들렀다. 순자와 앞집 아주머니는 둘도 없는 친구사이였다. 순자를 퇴원시켜 집으로 데리고 와서 순자의 말에 친구는 방 안을 깨끗이 치웠다. 앞집 친구는 경계 근무하는 순경을 불러 도움을 요청했다. 피묻은 침대를 버리겠다며 밖으로 꺼내달라고 했다. 순경은 힘들어하면서 아무런 말도 없이 침대를 경비실 곁으로 옮겨주었다. 순자의 집을 경계하던 순경은 집주인이 왔으니 철수 한다고 하였다. 순자는 친구가 집안을 환기해 맑은 공기를 마시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딸에게 아빠의 죽음을 알리면서 미국에서 공부하는 동생에게 전하라고 했다. 순자는 친인척에게 전화하여 남편의 죽음을 눈물 섞인 음성으로 전했다.
감식반 서의사가 부검에 앞서 시신의 가족이게 서명을 받아야 하니 김형사에게 보호자를 데리고 오라고 했다. 김형사는 순자를 찾아가 순찰차에 태워서 시립 영락공원에 갔다. 금정구 선두구 1494-1번지에 영락공원 검시실로 불려 간 순자에게 김의사가 부검하겠는가 하고 물었다. 부인은 부검을 허락해 주었다. 부인은 철저하게 검시해 달라고 간청했다. 냉동실에서 시신을 꺼내어 외상부터 내부까지 철저히 조사하였다. 가족 앞에 감식한 결과를 발표하였다. 식도가 막혀 질식사한 것으로 보아 목을 졸려서 숨지게 한 후 얼굴에 날카로운 흉기로 난도질한 것 같다. 그리고 침대에 눕혀놓고 식칼로 심장부위를 찌른 것이다. 칼에 찔릴 때 반응한 흔적은 전혀 없었다.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신체 부위에 상처를 가하면 그 주위에 근육이 몰려 굳어있어야 하는데 그런 흔적이 없다. 사망자의 집에는 어디서도 지문의 흔적은 나타나지 않았다. 흉기로 사용한 식칼에도 사망자의 집에 있었던 것이지만, 범인의 지문은 발견되지 않았다. 검시관은 원한 관계나 금전을 노리는 악당들의 행동이라고 했다. 사전에 아주 치밀하게 계획된 사건으로 보였다. 모든 검시결과가 끝나고 시신은 가족에게 인계되었다.
시신을 인수받은 부인은 영락공원 영안실에서 화장을 의논하기로 했다. 가족 친지들은 죽음의 소식을 듣고 벌 때처럼 몰려들었다. 스님이 와서 염(殮)을 하는데 일가친척들이 둘러서서 염을 도왔다. 얼굴은 껍질을 벗기듯 심하게 찢어져 아무도 보려고 하지 않았다. 스님은 사망자의 입속에 솜뭉치를 넣고 온 얼굴을 감싸놓고 염불하였다. 가족들이 보는 앞에 새로 만든 삼베옷으로 갈아입히고 시신을 관 속으로 드려놓고 입관 행사를 마쳤다. 가족 친지들은 조용하던 영안실에 슬픈 울음은 밖에까지 울려 퍼졌다.
외국에서 공부하다 달려온 아들은 상복도 입지 않고 엎드려 땅을 치며 통곡했다. 아들은 미국 하버드대학 법학과 박사과정을 공부하던 중이었다. 아들의 슬픔은 누구보다도 정도가 심했다. 집안의 주춧돌이며 27대 장손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의 시신은 집안 어른과 상의하여 화장하기로 했다. 조문을 온 주민은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 죽었다고 애석해하며 통곡하였다. 사흘 동안 조문객은 밤낮으로 줄이 이어졌다. 인심이 좋아 주위에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았기 때문이다. 사망자의 처남 박치기는 살며시 들어와 조문하고 회사일이 바쁘다며 선걸음에 다녀갔다. 다른 직원들은 자기들의 가족처럼 통곡으로 애도하였다. 사장은 직원들에게 가족처럼 보살펴 왔기 때문이다.
삼 일 후 시신은 천이백 도의 고온에서 불타고 뼛가루 몇 조각만 남았다. 한순간 녹아내려 한 줌의 재로 변했다. 모든 장례절차를 끝내고 일가친지들은 헤어졌다. 뼛가루를 봉지에 담아 대마도 앞 바닷물에 풀어놓고 어류의 먹이로 주었다. 가족은 가정으로 돌아와 미래의 삶을 설계하였다. 딸은 사위와 직장 때문에 떠나고 아들은 외국에서 유학 중이라 떠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두가 떠난 가정에는 순자만 홀로 남아 외로운 삶의 갈등이 시작되었다.
김형사는 며칠 후 사망자의 집으로 들어가 부인을 만났다. 형사는 고 최상기 부인에게 수사 과정을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의문스러운 사람은 모두 말하라고 덧붙였다. 부인은 남편의 친구들 이름과 연락처를 빠짐없이 가리켜주면서 의심할 사람은 없다고 했다. 형사는 부인에게 남편의 행동과 여자관계를 물었다.
“알고 지내는 여자 있나요?”
“아니요, 전혀 아는 바 없어요.”
“부부 관계는 원만한가요?”
“네 힘들어도 맞추어 주는 편입니다.”
얼마나 센지 변강쇠보다 더 강한 사람 같아요. 전에는 하루라도 안 하면 죽는 줄 알고 목숨 걸고 싸웠지만, 나는 많이 하면 죽는 줄 알고 한사코 반항하였지요. 그런데 지천명으로 넘어가니 아주 부드럽게 대하더군요.
“퇴근 시간이 일정하던가요?”
“특별한 일을 제외하고는 일찍 들어왔어요.”
“최근에 술을 자주 마셨나요?”
“가끔 마시고 취하여 들어올 때도 있었어요.”
김형사가 사망자의 전화번호를 물었다.
“전화번호는 010-****-1234입니다.” 그리고 우리 집 전화번호는 051-622-84** 번입니다. 알고 싶은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해주세요.
“네 협조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부인과 대화를 마치고 집 밖으로 나왔다. 김형사는 묻지도 않은 집 전화는 왜? 가리켜 주는지 의문이 생겼다. 아파트 경비실 언저리에서 주민과 많은 덕담을 나누었다.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잉꼬부부라고 소문이 나 있었다. 주민은 하나같이 예절이 바른 사장이었다고 죽음을 안타까워하였다. 반상회 하는 날엔 부부가 함께 참여하여 분위기를 호조 시키며 늘 웃음을 자아내게 하였다. 그래서 사장의 죽음에 더욱 슬퍼하고 안타까워했다. 초상이 끝날 때까지 가족처럼 상가(喪家)에서 도와주기도 했던 주민이었다. 듣고만 있던 김형사도 아까운 사람이었구나 하고 고개 숙여 애도를 표했다.
김형사는 사망자의 회사로 찾아가 중책을 맡은 박치기과장을 만났다. 젊은 과장은 회사를 맡아 사장을 대행하여 열심히 일하고 이었다. 김형사는 박치기 과장에게 몇 가지 질문했다.
“사장과의 관계는?”
“사장은 내 매형입니다.”
“사장이 죽는 날 어디 있었나요?”
“회사에서 일했습니다.”
근무시간에는 회사를 떠나본 일이 없습니다. “차를 가지고 갔나요?”
“아뇨, 제가 지하철역까지 태워다 주었습니다.”
“마지막 연락을 받은 시간은?”
“오후 세시에 연락받았습니다.”
“혹시 박과장이 의심할 사람은 없나요?”
이번 사건과의 관련된 희미한 기억이라도 있으면 무엇이든 이야기해보라고 했다. 사람을 죽이는 방법이 잔인하여 무엇 때문인지 반드시 알고 싶다고 했다.
“글쎄요, 저는 전혀 아는 바 없어요.”
매형이 워낙에 좋은 사람이고 유머 서러워 모두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라서 의심해볼 조금의 가치도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과장이 이 회사를 인수받을 것인가요?”
“저는 관심이 없습니다만, 누님이 어떻게 할지 모르겠습니다.”
“회사 설립 당시에 있었나요?”
“네 창설직원입니다.”
“누님이 시댁 집안일에 자주 다니나요?”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매형 남매들은 모두가 잘사니까 자주 어울리는 모양입니다.” “박과장은 사는 것이 별로인가요?” “저는 대대로 거지 같이 살아왔어요.” 잘살아 보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력해도 안 되더이다. 김형사는 박과장의 눈빛이 수상하여 수없이 질문하고 또 다르게 물어보았다. 조금의 실마리도 발견하지 못했다. 형사는 과장에게 질문에 응해주어 고맙다고 하고 사무실에서 나왔다.
형사는 경찰서로 오다가 다시 발길을 돌려 정밀사업 사무실에 들렀다. 사장의 비서 겸 경리담당자인 최미희 아가씨를 만났다. 미희에게 경찰서에서 나온 김형사라고 알렸다. 미희는 지은 죄도 없는데 왜 찾아왔는지 놀라서 당황해 하고 있었다. 형사는 미희가 회사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김형사는 미희에게 많은 질문을 했다.
“회사에 입사한 지 얼마나 되었나요?”
“오 년 정도 되었습니다.”
“누구 소개로 입사했나요?”
“공개모집에서 채용되었습니다.”
인터넷으로 신청받은 서류를 자세히 검토한 사장은 키 크고 미인으로 보이는 시골 아가씨를 선택했다고 들었습니다. 바로 저를 두고 한 말씀 같았습니다.
“퇴근 후에 사장과 자주 만났지요?”
“아뇨, 어쩌다가 사장님과 식사 정도...”
사장님이 손님을 만날 때 같이 가서 식사를 함께한 일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먼저 집으로 가곤 했습니다.
“회사 사원이 몇 명 되나요?”
“모두 오십 명입니다.” “퇴사한 사원이 있나요?”
어떤 이유든 회사에서 쫓겨난 직원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제가 입사한 이후로는 아직 한 명도 없었습니다.”
사장님이 아주 자상하시기에 모두 한 가족처럼 보살펴 줍니다. 그 덕분에 모두가 자기 일처럼 몸을 아끼지 않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크고 작은 일에도 사장님은 일일이 찾아뵙고 같이 웃어주고 함께 슬퍼해 주었습니다.
“사장이 왜 죽었습니까?” 외부에서 걸려온 전화통화 중에 협박이라든지 언성을 높아졌을 때 있었는지.
“회사에서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삼복더위가 시작되는 어느 날 오후 3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일이 끝나고 회사로 간다는 전화를 마지막으로 받았습니다. 형사는 아무리 조사하여도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원점에서 맴돌고 있었다. 김형사는 차 검시관과 업무를 마치고 주점에 마주앉아 검사 결과를 다시 살펴보면서 대화했다. 그 순간 형사의 등 뒤에서 어디선가 들어본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나에게 사장시켜 달라고 해라”
“내가 무슨 사장 자격이 되나”
우리가 힘써줄게 잘 해보라고 지금까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잖아 하였다. 살며시 뒤돌아보니 정밀기업 박치기과장이 나와 등을 맞대고 앉아있었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형사는 고개를 돌려 검시관에게 귓속말로 알렸다. 형사는 그 말에 포인트를 잡아 증거를 찾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과장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까 지켜보자고 했다. 차 검시관은 눈치를 채고 오래도록 자리를 지키며 술을 마셨다. 형사는 박과장과 친구들이 말하는 것을 일일이 메모하였다. 박치기 과장은 밤이 늦어지자 친구들과 주점에서 멀어져 갈 때 술값을 지불하였다. 형사도 차검사와 헤어졌다.
형사는 정밀기업 회사에 전화하여 미희와 통화를 했다. 퇴근 후에 해운대 하얏트호텔 뒤 태양카페에서 만나자고 했다. 범인을 잡도록 도와준다면 반드시 보상할 것이라고 형사는 덧붙였다. 미희는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박치기과장이 누구와 만나고 어떤 통화를 하는지 수시로 연락하라고 했다. 특히 회사 직원과 은밀히 만나는 여직원이라든가 자주 술자리를 하는 남자직원을 알아보라고 했다. 미희는 최선을 다해 그들과 밀접하여 알아보겠다고 상냥하게 대답했다. 형사는 미희로부터 받은 사장전화번호를 추적조사 하였으나 별다른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 형사는 과장과의 전화번호를 추적하여 통화하는 내용을 알아야 단서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항시 과장의 전화에 총력을 쏟아 감시하기로 했다. 과장의 통화내역에서는 최상기가 죽은 후로는 업무용도 이외는 한 통의 전화도 없었다.
형사는 미희에게 연락하여 과장의 정보를 알아본 것이 있는지 물었다. 미희는 박치기과장의 명령에 따라 회사 통장을 본인 이름으로 바꾸어 놓았다고 했다. 형사는 미희에게 과장의 신상정보를 가리켜 달라고 했다. 미희에게 전해 받은 정보를 가지고 태양은행 서면 지점장을 만났다. 지점장은 놀라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범인을 잡으려고 한다며 박치기의 정보를 보여주면서 협조를 부탁하였다. 지점장은 직원을 불러 박치기의 거래 명세서를 하나도 남김없이 조사하라고 했다. 은행에서 박치기의 금전거래는 아주 저조하고 미세하였다.
박치기 과장은 회사대표자 회의에 참석하였다. 모두에게 사장이 바뀌어서니 열심히 잘 해보라는 인사를 받았다. 회의를 마치고 의논을 하기위해 누님의 집으로 찾아갔다. 누님은 반갑게 맞아주면서 고생이 많다고 동생을 격려해 주었다. 동생 박치기는 회사를 내 명의로 하면 안 되는가 하고 물었다. 그리고 최대로 키워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순간 순자는 섬뜩한 느낌이 머리를 스쳐갔다. 동생이 남편을 죽인게 아닌가 하고 순간 의심을 했다. 대표자는 누나가할 테니 너는 관리를 맡아 얼마든지 키워볼 수 있잖아 자영이 죽은지도 얼마돼지 않았는데 그 친구들이 뭐라고 하겠는가? 나중에 분위기 보면서 하도록 하자고 했다. 남의 눈치 볼게 뭐있어 우리 잘되자고 하니 그렇게 하자고 졸랐다. 생각해 보겠다고 하고 동생을 돌려보냈다.
형사는 증거를 찾기 위하여 순자네 집으로 찾아와서 조사할 것이 있으니 협조해 달라고 했다. 순자는 상담할 사람이 없었는데 이렇게 찾아주어 마음 한편으로는 고마웠다. 순자는 형사를 반갑게 맞아주면서 수사 과정을 물었다.
“형사님 단서를 찾았나요?”
“죄송합니다.”
“그러세요. 하루빨리 범인을 잡아주세요.”
“곧 법정에 세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수사를 하러온 형사는 오히려 수사를 당하는 모습에 당혹스러워 했다. 형사는 태연하게 거실에 있는 소파에 앉아있었다. 형사는 순자에게 몇 가지 질문하겠다고 했다.
“회사에 출근하시나요?”
“아니요,”
“경리에게 금전 문제를 보고 받나요?”
금전문제는 반드시 보고 받아야 합니다. 회사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아야 합니다. 내일 부터라도 경리에게 아무도 몰래 보고 하라고 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박 과장에게 회사업무를 보고 받나요?
“아니요.”
이야기 하라고 하니 동생은 그것 알아서 무엇 하려고 하면서 알 필요 없다며 거절하여 그만 두었습니다.
순자는 하고 싶은 말을 털어 놓았다. 사실은 동생이 몇 일전에 찾아와서 회사를 자기 명의로 하자고 조르는 순간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고 사실을 털어 놓았다. 혼자되니 세상에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하소연을 했다. 김형사는 그렇지 않아도 동생이 의심스러워 수사를 하는 중이라고 했다. 동생이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데가 있는가? 물었다. 순자는 전혀 아는바 없다며 자신의 신분을 보장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하였다. 형사는 동생이 어떻게 하여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나요? 동생이 고등학교 졸업하고 불량배와 어울려 다니기에 내가 대려다가 회사에 취업시켜 주었습니다. 요즘은 정신 차리고 일을 잘하는가? 했는데 가끔 보스를 만나 술자리를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형사는 귀가 솔깃하였다. 보스와의 만남이라···. 몇 일전에 술집에서 대화하던 그들이 범인이라고 단정하였다. 부인 잘 알겠습니다. 참고하여 수사를 하겠다고 하고는 사무실로 왔다. 김형사는 박치기와 만나는 사람을 찾는데 전력을 다했다.
대포 폰으로 전해온 문자 메시지에는 ‘신문에 광고를 보고 일자리 찾는다고’ 적혀있었다. 연봉이 얼마나 되면 하겠는가? 하였다. 공사를 하려면 장비도 구입해야 하고 절반을 착수금으로 오천을 요구했다. 삼일 후 문자를 넣었다. 7월 24일 오후1시 23분에 범일 전화국 앞 공중전화 수화기에 눌러진 쪽지를 보라고 했다. 쪽지에는 등산복 차림으로 7월 25일 오후3시에 남천동에서 서면 방향 83-1번을 타고 맨 뒷좌석 좌측 창가에 앉으라고, 뒷면에는 등산복 차림의 여성이 옆자리에 앉으면 내 도시락은? 이라고 적혀있었다. 가장 한가한 시간이라 버스는 텅 비어있었다. 사내는 맨 뒷좌석 좌측창가에 앉았다. 서면 정류장에서 한 여인이 등산복차림으로 타더니 옆에 앉았다. 사내가 내 도시락은 이라고 하니 아! 좋아하는 것으로 맛나게 만들어왔다고 했다. 두 사람은 어린이 대공원 앞에서 내리면서 호수 언저리로 걸었다. 사내와 여인은 산책길 옆에 의자에 앉았다. 여인이 일어나 배낭을 바꾸어 메자 사내도 남은 배낭을 걸머지고 산으로 향했다. 많은 사람들 틈으로 끼어들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길로 걸었다.
사내가 집으로 와서 배낭을 열어보니 오만 원짜리 지폐로 천장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봉투에는 사장 집에서 회사까지 길과 차량번호 사진과 부인의 폰 번호까지 들어있었다. 확인을 하고 모두 소각해버렸다. 사내는 사장이 나오는 시각에 맞추어 골목에서 기다리기를 여러 번 사장의 얼굴과 차량을 확실하게 눈여겨보았다. 사내는 사장이 멋져 다시 서먹을 때 있다고 생각하고 유사 인물을 물색하였다. 일주일 만에 노숙자 중에서 유사 인물을 찾았다. 일을 도와주면 거금을 주겠다고 노숙자를 유인하였다. 노숙자에게 옷을 싸주고 목욕을 하고 밥도 같이 먹었다. 이튿날 노숙자를 대리고 사장집 앞으로 갔다.
부인이 수영을 가는 시간을 이용하여 pc방에서 사장에게 부인번호로 문자를 보냈다. 집에 일이 생겼으니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고 즉시 오라고 했다. 사장은 놀라서 급하게 집으로 왔다. 골목에서 기다리던 사내와 노숙자는 대문이 열리는 순간 사장과 함께 집으로 밀고 들어갔다. 사내는 마취제를 손수건에 묻혀 사장의 입을 막았다. 마취된 사장을 거실에 눕히고 두 사람은 방으로 들어갔다. 노숙자에게도 마취하여 놓고 사장이 입은 회사복은 노숙자에게 입히고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냈다. 노숙자의 옷은 사장에게 입혔다. 사내는 노숙자를 침대에 올려놓고 목을 졸라 숨지게 하고 얼굴에 난도질하였다. 주방에서 가져온 식도로 옆구리를 찔러놓고 밖으로 나와 사장을 메고 사장의 승용차에 싫었다. 순식간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사장을 손발에 끈으로 묶고 입에는 테이프로 발라 자루에 담았다. 차를 몰고 영도 영선동 선착장 언저리에 주차하고 배를 기다렸다. 한 참후에 배가 도착하자 사장을 다시 마취시켰다. 두 사람이 겨우 들어 배에 싣고 멀리 사라져 갔다. 차를 몰고 민주공원 주차장에 세워놓고 택시를 타고 사라졌다.
사내는 새로 받은 번호로 문자를 보냈다. 낙화하였으니 강물 따라 흘러가야 한다는 문자를 보고 즉시 답했다. 내일 범일 전화국 공중전화기아래 신문을 보아라고 했다. 사내는 신물을 보니 메모로 “대철은 살아있다”라는 단편소설 세 번을 읽고 책을 가지고 8월 13일 오전 열시에 동부경찰서 옆 공중전화 박스에 놓으라고 기록되어 있었다. 사내는 13일 아침 여권과 가방 모두 준비하였다. 열시에 공중전화 앞에 책을 놓고 돌아서는 순간 여인이 아저씨 책을 잊었네요, 하면서 다른 책을 전해 주면서 십이라고 하였다. 중년은 돌아서서 책을 펼쳐 십이 폐이지를 보았다. 민주공원 매점에서 우측으로 두 번째 의자 밑에 열쇠를 가지고 부산역 7번 보관함을 열어라고 적혀있다. 사내는 민주공원 매점에서 커피를 뽑아 밖으로 나왔다. 우측 두 번째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열쇠를 가지고 부산역으로 갔다.
7번 보관함을 열어보니 서류봉투가 있었다. 봉투 안에는 은행에서 필요한 모든 서류가 들어있었다. 태양은행 초량지점에서 서류를 직원에게 전하니 열쇠를 주어면서 따라 오라고 했다. 은행직원이 가는 곳으로 따라갔다. 금고 문을 열고 들어가니 작은 금고에 두 개의 열쇠구멍이 있었다. 먼저 은행직원이 열쇠를 열고 사내에게 열어라고 했다. 사내는 열쇠로 금고 문을 열고 안에 있는 공공칠가방을 들었다. 사내는 밖으로 나와 공항으로 가면서 가방을 확인 하였다. 오십 달러짜리 지폐가 스물 다발이 담겨져 있었다. 사내는 여권을 챙기며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출국 검사대를 거쳐 이층에 오른 사내는 밖으로 보면서 한국의 아름다음을 가슴에 담고 홍콩으로 떠났다.
상기는 팔다리가 노끈에 묶이고 입은 테이프로 봉해버렸다. 상기는 온몸이 묶인 채 자루에 담겨 어디론가 이송되었다. 삼복이 멀어져 가는 어느 날 무인도에 도착한 대철은 자루에서 나왔다. 고요한 밤에 파도소리만 철썩이고 있었다. 회사 입구에는 대성산업이라는 간판이 희미한 가로등아래 보였다. 그러나 포로수용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경계가 아주 삼엄했기 때문이었다. 경비하는 초소에는 총을 가지고 있었다. 탈출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교도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안으로 들어가면 플라스틱 생활용품을 찍어내는 공장이었다. 수십 명의 근로자가 일하고 있었다. 밖에는 주민이 보이지 않고 출퇴근하는 배도 없는데 섬에 사람들은 어떻게 생활하는지 궁금하였다. 안내자의 발걸음 따라 말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또 다른 공장이 있다. 세상에 은폐된 곳에서 마약을 제조하고 있었다. 안내자는 여기에 들어오면 살아서 나가는 사람은 지금까지 한 명도 없었다. 섬 밖으로 나간다는 생각은 개미허리만큼도 하지 말라고 강조하며 너희는 다 죽은 목숨이라고 했다. 열심히 하면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호적이 없는 사람으로 노예가 되었다는 것을 암시했다.
섬에서 운영되고 있는 공장은 겉으로는 생필품 제조 공장으로 허가받아놓고 실제는 마약을 제조하는 공장이었다. 조직도 대단하여 국제적인 단체라고 근로자가 말하였다. 대철은 끌러가는 날부터 주방에서 뒷일을 하면서 노예처럼 살았다. 막사는 반지하로 되어 군대식으로 만들어 한 막사에 삼십 명이 생활하고 있었다. 노예로 생활 한지 일 년이 지났다. 말복이 지나던 날 태풍이 세상을 뒤집고 있었다. 역대 최고의 강풍은 허리케인보다 더 무섭게 섬을 스쳐 가고 있었다. 나무가 넘어지고 막사도 경비실도 모두 유리가 다 깨어지고 문이 부서지더니 정전까지 되어 불안한 밤이 시작되었다. 대철은 노예처럼 일하는 근로자 속에서도 인기도 많고 따르는 사람도 많았다. 대철이 곁에는 네 명이 조직이 되어 항시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초소의 창문이 바람에 날아가고 번개 벼락이 강하게 몰아치고 있었다.
폭우가 쏟아질 때 경비가 허술한 틈을 타고 행동을 개시하였다. 대철이가 죽음을 걸고 민첩하게 포구 쪽으로 뛰었다. 네 명도 함께 뛰었다. 파도는 4~5m의 높이로 밀려왔다. 통통배에는 모터가 없고 바다 위에 한 잎의 낙엽 같은 배만 있었다. 다섯 명이 물속에 몸을 넣어 배를 밀면서 헤엄을 쳤다. 바람에 의하여 뒤집힐 듯 육지 쪽으로 밀려가고 있을 때 섬에서 총소리가 들려왔다. 모두 탈출을 시도하다 경비원과 전투가 시작된 모양이었다. 바람이 우리를 살렸다. 포구로 들어갔으면 주위를 지키는 조직들에 의하여 잡혔을 것인데 멀리 떨어진 외딴곳으로 파도에 의해 밀려가고 있었다. 비바람은 배를 뒤집고 우리는 배를 바로 세우기를 반복하였다. 세 시간 정도의 사투가 계속되었다. 생사를 건 사투 끝에 한 명은 결국 역부족으로 살아남지 못하고 실종되었지만, 나머지는 무사히 육지에 닿았다.
죽어있는 오징어처럼 축 늘어져 잠시 정신이 들 때까지 휴식을 취했다. 해변에서도 군 초소에 걸렸다. 마약공장에서 탈출했다고 했다. 군인에게 사실을 말하고 보내 달라고 사정할 때 상병은 알고 있었다.
“아저씨들 저 섬에서 탈출하면 모두 총살당하는데 참으로 용감하시네요.”
“상병은 초소 군인들도 모두 그네들 편입니다. 보상금을 받기 위해 연락하면 돈을 주고 잡아갑니다. 조심하셔야 합니다. 저 고개 넘어가세요.” 하면서 어서 가라고 했다. 자식 같은 상병의 이름은 차상길이다. 다시 만나면 반드시 보답하겠다고 하고 발바닥에 피가 나도록 뛰었다. 차가 불을 밝히고 오면 불빛에 들키지 않으려고 숲속으로 깊숙이 숨어있다 자동차가 사라진 후 다시 뛰었다. 상기와 그들은 젖은 작업복에 신발도 없었다.
몇 시간을 뛰고 걷고 하여 마산 진동까지 왔다. 발바닥은 모두가 피를 흘리고 있었다. 해변의 주택가에 승용차가 눈에 띄었다. 상기가 작은 유리를 깨고 차 문을 열어 모두 승차하였다. 기술자 한 사람이 케이블을 벗기더니 시동을 걸어 부산 방면으로 달렸다. 출입금지 간판을 치우고 마창대교를 지날 때 거친 바람에 차가 날아가는 것 같아 불안하였다. 상기가 운전자에게 부산 거저리에 있는 검찰청으로 가자고 했다. 물에 빠진 생쥐 모습으로 검찰청 숙직실에 들렀다.
검찰 숙직원은 간첩인 줄 알고 놀라고 긴장하여 덜덜 떨었다. 검사는 우리의 이야기를 믿지 않았다. 신상을 조사해 보라고 했더니 모두가 사망자 명단으로 나타나 더욱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사건을 소상히 알리면서 그놈들을 일망타진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하니까 숙직 자는 그때야 긴장을 풀었다. 급하게 오느라고 길가에 세워둔 승용차를 주인에게 허락도 없이 가져왔다고 실토하였다. 검찰청 숙직원은 멍하니 우리를 바라보았다. 생사를 건 탈출이 이렇게 끝나자 긴장이 풀려 모두 피로에 지쳐 쓰러졌다. 정신을 차려보니 모두가 발에는 붕대를 감고 병실에 누워 잠에 취해있었다.
모두가 사망자로 되어있어 바로 집으로 가기를 두려워하였다. 같은 방법으로 당할까 걱정되기 때문이었다. 상기도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집 부근 높은 곳에서 아래로 내려다보았다. 아내는 출근하는 사나이의 팔짱을 끼고 대문 밖으로 나와 배웅하였다. 상기가 납치된 지 이 년도 넘지 않았는데 어떻게 살았는지 걱정을 하면서도 한편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아내가 나를 죽이려 하지 않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초인종을 누르자 순자는 누구세요? 하면서 대문을 열었다. 죽었다고 초상까지 치렀던 최상기 전 남편이 순자 앞에 나타났다. 순자는 상기를 멍하니 바라보더니 귀신을 본 듯 정신이 돌아버렸다.
검찰의 지휘아래 해경은 작은 섬의 포구를 지키며 섬을 경계하였다. 경찰 두 중대는 공장을 에워싸고 공장내부의 조직원을 검거하였다. 검거하는 과정에서 총으로 반격전 벌이는 자를 사살하고 나머지를 모두 체포하였다. 살인범과 마약조직 범인을 잡아 신문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이 밝혀지면서 큰 충격에 빠졌다. 현직 경찰과 검사까지 깊숙이 연루된 무서운 조직원들이었다. 세관에서 눈감아주었기 때문에 컨테이너에 대량의 마약도 무난히 이동할 수 있었다. 경찰관이 눈감아 준 것은 마약거래 현장이었다. 주민이 거래현장을 신고하여 보스가 잡히면 변호사를 통해 담당검사에게도 돈으로 거래하였다. 공직자의 소수가 철저하게 관리를 돕고 있었다. 한 마리의 미꾸라지가 온 도랑물을 흐리게 한 샘이다. 돈에 울고 웃으며 죽고 사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에 무엇을 이용하던 돈을 가지려고 눈에 불을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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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옛날 어른들께서 하신, 새우잡이로 잡혀간다는 그 우스갯소리가 생각나네요 더 디테일한 내용으로 중장편을 연재했음 재밌었겠다 싶어요 모바일로 보기엔 좀 복잡하고 어지러운 면이 있습니다만, 재미나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