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북부의 역(월롱, 파주, 문산)들을 찾다
1. 익숙한 것들의 변화를 보는 것은 즐겁다. 특히 그 변화가 퇴락하거나 부정적 방향이 아닌 발전적인 형태로 나타날 때 변화는 새로운 기대를 동반하게 된다. 오늘 파주 북부의 역들 답사가 그런 기분이었다. 2023년 초부터 단기거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자주 방문하던 파주 지역 여행이 한동안 중단되었다. 이번 주는 현재 거주지의 ‘난방’ 문제를 지연시키기 위해 양동으로 내려가지 않고 대신 파주 지역 역들을 오랜만에 다시 찾기로 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지만 익숙한 장소를 다시 찾게 되었을 때 나타난 변화는 분명 흥미로웠다.
2. <월롱역>에서 우선 눈에 띄는 것은 한동안 이 지역 명물로 자리잡고 있었던 ‘베이커리 카페’가 폐점했다는 점이다. 임대 표지를 붙이고 텅비어 있는 공간을 보니 사람들의 유행이 얼마나 빠르고 무심하게 흐르고 있는 지를 절감하게 한다. 여기뿐 아니라 불과 1-2년 전 사람들로 붐비던 파주 지역의 ‘빵 카페’들은 이제 한산해졌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어떤 특별한 명소와 연결되지 않은 채, ‘카페’ 그 자체로만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불러 모으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월롱역 뒷 쪽으로 이동하니 한참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수도권 제2 외곽고속도로’ <파주-김포> 구간이 건설되고 있었다. 문산 고속도로가 아직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또 다른 도로가 그 위를 지나고 있었다. 여기저기에서 길과 길을 연결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중부 지역을 중심으로 고속도로가 만들어지고 있고, 고속철도가 언론의 중심이 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있는 지역에서 다른 곳으로 편리하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것은 누구든 바라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편리함과 함께 거기에 뒤따르는 부동산에 대한 욕망이 대한민국의 국토를 휘젓고 있다. 지상에 대한 생채기를 넘어 땅속까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편리함’과 ‘욕망’이 어쩌면 최소한으로 보존해야 할 우리와 땅과 미래를 파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3. <파주역> 주변 풍경도 확 달라져 있었다. 파주역은 원래 정리되지 않은 황폐한 땅으로 들러 쌓였던 장소였다. 하지만 이제 그 주변에는 거대한 산업단지가 조성 중이었다. 깔끔하게 만들어진 도로가 길과 길 사이를 연결하고 있었고 그 사이에는 공장들이나 산업시설이 하나 둘 만들어지고 있었다. 불과 1-2년 전과는 다른, 말 그대로 ‘상전벽해’의 풍경이었다. 현재 기본적인 단지 구조가 만들어졌고 몇 개의 건물이 세워져 있었다. 비워있는 공간이 가득차기에는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파주 어느 곳보다 크고 활기찬 산업공단으로 자리잡을 듯 싶었다. 그러면서도 의심이 든다. 최근 파주의 빈 터에 산업단지 건설 프로젝트가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설비가 들어서는 것은 경제 성장을 이끄는 중요한 동력이자 결과이다. 그렇지만 경기가 안 좋고 발전이 정체되게 되면, 새로 만들어진 설비는 골치덩어리가 되고 산업단지는 폐허의 공간이 될 위험성이 커진다. 파주의 새로 만들어지는 산업단지도 북한과의 관계가 좋아진다면 발전 가능성이 커지겠지만, 현재와 같은 경색 상태가 지속된다면 이쪽으로 자리 잡을 기업이 과연 많을까 생각하게 된다.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산업단지는 분명 희망의 상징으로 등장하고 있지만, 그것은 정치적 변수에 의해 침몰할 수도 있는 위험한 지역이기도 한 것이다.
4. <파주역>에서 ‘문산천’을 따라 ‘문산역’ 쪽으로 이동했다. 문산시장에는 5일장이 열리고 있었다. 파주 지역에서도 가장 풍성하고 볼거리가 많은 곳이 ‘문산 5일장’이다. 저녁에 가까워서인지 장은 한산하고 파장 분위기였다. 가끔 5일장이 열리는 시장을 방문한다. 활기차고 정겨운 분위기가 펼쳐지고 그 속을 떠도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기가 좋다. ‘시장’은 사람을 만나고, 사람들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오랜만에 파주 지역 역들을 방문해서 좋았다. 1년 만에 방문이지만 그 짧은 시간에도 많은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운정역>에 내려 고가인도를 걸을 때 운정역 주변 비워있는 공간이 모두 거대한 아파트나 상가건물로 메워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 ‘변화’는 명확하게 증명되고 있었다. 과거의 위치 감각이 상실되고 있었다. 분명 알았던 공간이지만 이제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변화는 압도적인 속도로 일어나고 있었다.
첫댓글 - 우리도 세계도 "변화는 압도적인 속도로 일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