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꿀오박사가 한국에서 벌꿀사업을 하면서 느껴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결정이 생긴 벌꿀은 가짜꿀이다."라는 잘못된 인식입니다. 잘못된 인식은 수십년의 결과물이므로 한 순간에 바꾼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인식이 전환되길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는 법!
벌꿀결정화에 대한 한국사람들의 몇가지 인식의 오류를 리스팅해보겠습니다.
1. 벌꿀에 결정이 생기는 것은 "벌꿀에 설탕을 퍼부었기 때문이다?!"
꿀에 설탕을 퍼붓는 일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벌에게 설탕사료를 먹이는 행위를 "사양한다"라는 표현을 씁니다. 설탕물을 벌이 먹고 만들어진 꿀을 "사양벌꿀"이라고 표현하는데, 사료로써 설탕물을 먹인 것이지 설탕을 꿀에 퍼부은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대중들의 잘못된 인식이 한가지 더 생기게 됩니다. "사양벌꿀은 설탕물을 먹였으므로 결정화가 잘 될 것이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시중의 사양벌꿀은 "가열과정"이라는 농축과정을 철저히 지킵니다. 가열과정을 거친 사양벌꿀은 대한민국의 슈퍼마켓, 대형마트뿐만 아니라 식품산업 전반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마트의 건강식품코너까지 자리 잡은 것이 사양벌꿀입니다. 이렇게 생산되어 마트에 전시된 사양벌꿀들은 겨울을 지나면서도 결정화현상이 거의 없습니다. 즉, 이런 결론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사양벌꿀은 이외로 결정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2. 결정이 생기는 벌꿀은 저품질이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벌꿀의 결정화는 밀원의 종류 & 농축여부 등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보입니다. 그리고 확률적으로 결정화되는 벌꿀은 생꿀(raw honey)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오히려 좋은 벌꿀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벌꿀의 결정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1) 첫째로, 위에서 언급한 가열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결정화가 잘 일어납니다.
2) 클로버벌꿀의 경우는 꿀을 내림과 동시에 결정화가 일어날 정도입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크림벌꿀"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합니다. 일반적으로, 나무꽃(목본)보다는 풀꽃(초본)에서 내린 꿀이 결정화가 훨씬 빠릅니다. 한국에서는 유채벌꿀, 클로버벌꿀 등이 결정화가 매우 빠릅니다.
3) 채밀한 벌꿀보다는 벌집채로 된 벌꿀이 결정화가 빠릅니다. 그 이유는, 화분(꽃가루)의 혼입이 많으면 결정화가 빨라지기 때문입니다. 화분입자 하나하나는 액상의 벌꿀 안에서 고상으로 존재하면서, 액상벌꿀의 고화를 촉진하는 시발점역할을 하게 됩니다. 겨울철 호수의 가장자리에서 얼음이 빨리 얼기 시작하는 원리와 같습니다.
지금부터는 사진과 동영상 자료들을 보면서 설명을 구체화해보겠습니다.
두 가지 서로 다른 동영상을 소개합니다. 왼쪽 동영상은 "가열이라는 농축과정을 거친 아카시아 천연벌꿀입"입니다.
반면에, 오른쪽은 "호주 시드니에서 제가 직접 내린 유칼립투스벌꿀"입니다. 그리고 가열과정을 거치지 않았습니다.
결정화 된 호주벌꿀을 처음 접한 분들은 이구동성으로 "진짜꿀 맞아요?"라고 묻습니다. 만약, 꿀 수준으로 분류해보면 제가 직접 내린 꿀은 "완숙꿀"입니다. 완전히 숙성되어 더 이상 숙성할 필요가 없는 최상의 벌꿀입니다. 꿀이 저장되기 시작하여 3개월이 지난 후에야 꿀을 내렸기 때문에 "완숙꿀"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가짜꿀 취급을 당할 때의 당황스러움은 제게는 여전히 익숙하지는 않습니다.
<참고> 숙성정도에 따라 벌꿀을 분류해볼 수 있습니다.
1 농축벌꿀: 한국 아카시아벌꿀의 대부분은 대략 일주일 정도 지나면 분리채밀을 거쳐서 농축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짧은 생산기간으로 인해, 수분을 많이 날려보내야 하는 농축과정을 거칠 수 밖에 없습니다. 가열과정을 거치므로, 아주 맑은 색상의 꿀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고 결정화가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단점은, 가열로 인한 영양소의 일부 파괴가 있습니다.
농축벌꿀과 완숙벌꿀의 차이: 왼쪽은 꿀을 내렸는데, 물처럼 흐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열과정을 통한 수분증발이 많이 필요합니다. 반면에 오른쪽은 꿀을 내리는데, 벌통속에서 완숙되어 꿀이 아주 뻑뻑합니다.
이것이 농축벌꿀과 완숙벌꿀의 차이입니다.
2 숙성벌꿀: 국내에서 숙성꿀이라고 판매되는 벌꿀들이 있습니다. 보통 한달 정도의 생산기간을 거친 벌꿀들인데, 아주 일부이긴 하지만 농축과정을 거치지 않고 판매되는 고급벌꿀입니다. 생꿀(raw honey)이라고도 표현되며, 아카시아생꿀은 국내에서 구할 수는 있지만 아주 귀합니다. 그리고 야생화벌꿀 및 밤꿀의 경우, 일부 농가들에서는 숙성꿀을 생산하여 판매하는 곳들이 있습니다. 야생화생꿀의 경우, 생산 후 10월이 넘어가면서 결정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 소비자들은 이를 보고 가짜꿀이 아니냐고 문의들을 주시는데, 결정화되는것이 더 좋은것이라고 설명해드리고 있습니다. 밤꿀의 경우는, 생꿀일지라도 결정화가 잘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밤꿀은 가짜꿀 취급 받을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밤꿀의 경우도, 밤순꿀(pure honey)과 밤생꿀(raw honey)의 맛차이는 아주 큽니다. 특히, 밤꿀은 약효능이 좋다고 알려져 있는데, 밤생꿀을 여러분이 접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군요.
3 완숙벌꿀: 수개월에 걸쳐서 벌집에서 숙성된 벌꿀을 완숙벌꿀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통나무를 깍아서 생산하는 아주 고가에 거래되는 벌꿀제품들이 일부 있습니다.
동영상 3개를 나열해보았습니다. 시드니의 제 양봉장에서 벌통을 관리하는 모습과 밀도로 벌집 봉개를 여는 모습. 그리고 꿀을 내리는 모습입니다. 여기서 오른쪽 세번째 동영상을 주목해 주세요. 채밀기를 돌리는데도 꿀이 잘 내려가질 않습니다. 벌통에서 오랜기간 숙성되면서 수분이 날아가버려 꿀을 내리는 작업이 쉽지가 않습니다. 이러한 벌꿀이 "완숙벌꿀"입니다.
호주 시드니집에서 3개월 넘게 완숙된 유칼립투스벌꿀을 꿀병에 넣고 먹다 남은 모습입니다. 벽면에 설탕처럼 결정이 덕지덕지 붙어 있습니다.
호주 시드니집에서 3개월 넘게 완숙된 유칼립투스벌꿀을 한스푼 떠 보았습니다.
꿀이 흐르지 않고 숟가락표면에 찰싹 붙어 있습니다. 결정이 생긴 모습이 전등아래 반짝이고 있습니다.
호주 베링가 마누카벌꿀입니다. 벽면에 붙어 있는 결정화된 벌꿀이 보입니다.
호주 시드니 지역에서 판매되는 벌집꿀입니다. 한국에도 일부 직구매형태로 들어오는 벌집꿀인데, 바닥이 액상이 아니라 결정화되어 있습니다.
벌집꿀은 특성상 생꿀인 동시에 숙성꿀입니다. 생산기간이 한달여에, 가열과정을 거칠 수 없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결정화가 아주 빠른 편입니다.
제가 커피를 즐길때는 벌꿀을 애용합니다. 양봉업을 하는 사람에게는 당연한 거겠죠. 동영상에 보이는 벌꿀이 설탕처럼 엉겨있는 모습이 선명합니다.
유칼립투스벌꿀을 유리병에 소포장하는 모습입니다. 이 꿀을 받아보시는 분들이 완숙벌꿀의 가치를 알아보기를 바랍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벌꿀들이 있습니다. 맛과 향, 그리고 눈에 보이는 모습까지 다양합니다. 대한민국 소비자들께서 벌꿀을 고르는데 있어서, 제가 포스팅한 것이 좋은 참고가 되길 바랍니다. 장황한 설명이었지만 분명 도움이 될거라 믿습니다. 맛있고 몸에 좋은 벌꿀 드시고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