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함을 치며 화를 냈지만 리나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그런데 그 순간 주위에서 이상한 시선이 느껴져, 뒤를 바라보니 검은 양복에 검은 선글라스를 낀 거구의 남자들이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뭐야? 경호원?!-
-그만 둬!-
리나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아니... 닌자인가....)
-.................-
-뭐... 니가 스스로 기억해 내... 내가 누구이고 널 어떻게 아는지...-
그리고 그녀가 손짓을 하자 어디선가 있던 고급승용차가 리나쪽으로 다가와 멈췄다.
-타시죠.-
운전기사인 듯 한 사람이 차 뒷문을 열며 말했다. 리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차에 탔다. 그리고 날 무덤덤한 표정으로 한 번 보더니 말했다.
-출발해.-
-부우웅..-
차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출발하고 나는 한 동안 멍하니 그녀가 간 곳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대체... 뭐 하자는 거야?-
집앞에 도착할때 동안 여전히 그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집 앞에 도착해
현관문을 열었는데...
-철컥-
문이 잠겨 있었다. 집에는 아무도 없단 말인데....열쇠로 문을 따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여전히 내 집이라고 하기에는 낯설은 공간이었다. 난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중얼거렸다.
-장이라도 보러 가셨나?-
방에 올라간 난 챙가방과 교복을 아무렇게나 던져 놓고 바닥에 누웠다. 침대가 있지만 아직
낯설다.
-하아... 도대체 누구지?-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혹시... 그 전학생처럼 날 오래 도록 마음에 두고...
에이 아니야.. 말이 안돼... 내가 비록 일본에 있었지만 잠깐 뿐이었고, 날 만나고 싶었다면 내가 입학하자마자 아니면 내가 일본에 온 것을 알자마자 그랬을 텐데 말이야...
하아.. 도대체.. 뭐야? 혹시 원한관계인가? 내가 죽도록 패주던 녀석 애인? 그래서 복수하려고 접근? 아니야.. 저 정도로 돈도 많고 권력을 가진 여자가 날 아직까지 가만 놔둔게 이상해... 휴~ 머리가 아픈군...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난 1층 부엌으로 내려왔다.
먹을 거 없나 찾고 있는데 문 소리가 들렸다.
-다녀왔습니다.-
아키였다. 나는 주전자를 들어 입에 대고 있다가 아키와 눈이 마주쳤다.
-아.. 여!-
나는 어색하게 인사를 했다.
-태영! -
-응?-
-입에 대고 마시면 어떡해?-
-아.. 이런, 혼자 사는 게 버릇이 되서....-
아키는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2층으로 올라갔다.
-버릇 좀 빨리 고쳐야 겠군...-
그리고 마루로가 리모콘으로 텔레비전을 켰다.
-후우....-
곧 평상복을 입은 아키가 1층으로 내려왔다. 그녀와 가족이 된지 꽤 지났지만 아직도 그녀의 보통때 모습이 익숙해지질 않는다.
-................-
-왜 그래?-
내 시선이 느껴졌는지 아키가 물었다. 나는 황급히 TV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아, 아니...별로... -
-?-
아키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소파에 앉았다.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표정으로 내 옆에 앉았지만 정작 난 심장이 빠르게 뛰며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키는 내 옆에 바싹 붙으며 물었다.
-뭐 재미있는 거 해?-
-응? 아... 아....
나는 얼른 채널을 돌리기 시작했다.
-역시 별로군... 아직 저녁이 아니잖아....-
정작 아키는 TV에서 시선을 뗀 체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근데... 어디 가셨나 보네?-
-아, 어머니...말이야? 안계시던데?-
아직은 나나 아키나 서로의 부모님의 칭호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계속 말을 이어 하려 하는데 아키가 날 빤히 보기 시작했다.
-............?-
-태영은 말이야..?-
-응?-
-왜 엄마라고 부르지 않아? 너무 높여 부르는 거 아니야?-
-그냥.. 그게 편해.. 한국은 나이 드신 분들을 높여서 대접해...-
-그게 예(禮)지?-
-그래.. 한국은 유교국가니까...-
-역시 이럴때는 태영이 외국인이라는 것을 느껴..-
-그래? 하지만 요즘은 나 같은 사람도 드물어. 워낙 내가 애늙은이 같이 굴어 그런거지..
한국이나 일본이나 이제는 거의 비슷해. 예전 분들이나 그렇지, 젊은 사람들은 그다지...-
-푸웃...-
-?-
-왜 애늙은인지 알겠어....-
-.................-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깜짝 놀란 아키가 물었다.
-어? 화났어?-
-아니.. 그냥... 아직도 실감이 나지가 않아서... 이렇게 집에서 너와 이야기 하는게...-
-..............-
아키도 세삼 깨달았는지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
-....................-
TV소리 말고는 일 순간 조용해 졌다. 그리고 내 머리 속에 스치는 생각 집에는
아키와 나 단둘 뿐이다.
-.................-
-.................-
-철컥!-
문소리가 들리고 나와 아키는 동시에 문쪽을 바라보았다.
-너희들 왔구나?-
어머니의 손에는 장바구니가 들려 있었다.
-이리 주세요...-
아키가 얼른 일어나 장바구니를 잡았다.
-고맙구나...-
-아니에요...-
밝게 웃는 아키, 두 사람을 보면서 난 다시금 깨달았다.
아키를 향한 내 마음을 빨리 멈추어야 한다는 사실을......
곧 밤이 찾아오고 아키의 아버지께서 회사에서 돌아오셨다. 나는 말 대신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대신했다.
-그래....-
아키 아버지도 짧게 대답을 하시고 방으로 들어가셨다.
-어휴~! 이젠 좀 더 편하게 해!-
뒤에서 보고 있던 아키가 툴툴거렸다. 그 말에 난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아직은...-
-태영은 이럴때 보면 소심하다니까...-
-그런가?-
-뭐?-
-아, 아니야...-
-얘들아, 저녁 먹어라!-
어머니의 소리에 나는 얼른 식탁으로 향했다. 여전히 아침과 다를 바 없는 저녁식사 시간. 아키가 나에게 눈치를 주지만 나는 아무 말도 없이 밥만 먹었다.
-그래, 요즘 학교는 어떠니?-
-괜찮아! 아빠는 어때?-
-허허.. 별 일이야 있겠니?-
아키의 아버지는 너털하게 웃으시다가 날 바라보셨다.
-하군은?-
-그냥 똑같죠. -
나는 짧게 대답했다. 그러자 어머니는 아키 아버지의 눈치를 살피셨다.
-허허허.. 그러냐? 무슨 고민이 있으면 말하거라... 내가 힘 닿는 대까지는
도와주마...-
-감사합니다... 아.. 잘 먹었어요.-
그리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우.... 아직도 인가? 이런 어색함 빨리 벗어나고 싶다....-
난 찜찜한 마음에 밖으로 나가 집 앞 계단에 걸터 앉았다. 작은 정원 그렇지만 이런 나라에서 이 정도 정원을 가지고 있다는 건 엄청난 부자란 사실... 돈 걱정은 없이 살 수는 있는 건가? 아니... 여긴 일본, 스스로 벌지 않으면 안되는 곳이지....
그때 인기척 소리가 들렸다.
-여기서 뭐하는 거냐?-
아키 아버지 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냥 바람 좀 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아키 아버지가 나를 불러세웠다.
-잠깐 앉아라...-
-.............예...-
-하아....-
아키의 아버지는 잠시 한숨을 쉬셨다.
-니가 일본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거 잘 안다. 나 역시 한국지사에서
근무할 때 많이 느꼈다. 하지만 이거와 이거는 별개 문제 아니냐?-
-..................-
-이런 식으로 하면 사이가 더 껄끄러워질게야. 이젠 조금 마음의 문을 열고
편하게 대하는게 어떨까?-
-조금 오해하신 것 같군요. 꼭 그런 문제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한국국적을 가지고
일본에 사는게 어려운 일이라는 거 일본에 대한 제 감정이 좋지 못하다는 것은 사실입
니다.-
-그래... 그렇지만 그건 내 잘못이나 아키의 잘못은 아니잖니... 그건 전세대의 불행했던
과거야... 그런 것을 어린 니가 마음에 품는다는 것은...-
-아니요. 제 생각은 다릅니다. -
-.................-
-.. 어차피 이런 이야기를 해봐야 끝은 없겠지만...다들 그러죠. 그런 이야기들이 나오면
피하기만 하고 내일 아니다라고.... 그리고 제 자신이 당한 일도 아니니까라고...
하지만 내 부모님이 살해당하고 내 연인이나 누나가 겁탈을 당했다면 가만히 있겠습니까?-
아키 아버지의 표정은 점점 불편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
-예.. 어떤 말을 하실지 압니다. 지난 과거의 일이다. 그러시겠죠. 미래를 봐야한다고...
저도 동감합니다. 하지만 과거를 보지 않는자에겐 미래도 없습니다. 한국은 과거를
소중히 하는 민족입니다. 나쁠 수도 있지만 잊지 않겠다기 보다는 불행한
과거를 되풀이 하고 싶지 않아서 일 겁니다..-
아키의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허나 속으로는 납득하지 않고 계신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난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좀 더 제 태도를 고치죠. 저 역시 아키와도 아키 아버님과도 사이 좋게 지내고 싶습니다.-
-허허.. 아버님은 무슨....-
-아직은 어색하니까요.-
-그래..알았다. -
-그럼 들어가보겠습니다.-
그렇게 말했지만 나 역시 내 마음을 숨기도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교실-
왁자지껄한 교실 나는 무심결에 히로유키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저 오늘 도시락 같이 먹으면 안될까요?-
마이가 묻자 히로유키는 곤란한 표정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마이 뒤에서
쌍도끼를 뜬 남자애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잘 들 노는군....-
나는 기가막혀서 책상에 얼굴을 묻고 잠을 청했다. 아니 잠을 청하려고 했다.
-야!야..!-
하루나가 내 머리를 꾸욱 누르며 날 깨웠다. 나는 여전히 엎드린 채 험학한 목소리
로 말했다.
-너.. 죽고 싶은 거냐?-
-호오.. 그렇게 나오시겠다 이거야? -
여유만만한 하루나의 태도. 이건 뭔가 믿는 구석이 있다는 건데...
-아~키~~!-
-!!-
나는 벌떡 자리에 일어나 당황스런 얼굴로 교실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아키는 없었다. 그러자 하루나가 재미있다는 얼굴로 말했다.
-후후.. 아키는 아까 교무실 갔는데?-
-으으...!!-
난 기가막혀서 어금니를 깨물며 하루나를 노려 보았다.
-그렇게 무섭게 쳐다 볼래.. 흐음.. -
그러더니 갑자기 손으로 머리와 가슴을 대며 연약한 척 하기 시작했다.
-날 이렇게 괴롭히는 걸 아키가 알까?-
-누, 누가 괴롭힌다고 그래?!-
-누구긴?-
-.................-
아무래도 자는 건 포기 해야 겠다.
-너야 말로 왜 멀쩡히 자는 사람 머리는 누르는데?-
-후후... 그야 재미있으니까...-
-...................-
기가 막혔지만 할 말이 없었다. 그러나 내 생각과 표정과는 상관없이 하루나는
딴 소리를 시작했다.
-마이라는 애 정말 대단해... 어떻게 저렇게 대 놓고 표현할까? 왠만한 일에는
눈하나 깜짝 않하는 히로유키도 당황스럽겠는데?-
-뜬금없이 뭔 소리야?-
-후후후... 그렇잖아? -
-그럴지는 몰라도 행복한 놈이지 뭐...-
-부럽기는 한 가보네? 그렇지만 걱정마! 내가 있잖아!-
-................-
나는 또 기가막혀서 말을 잇지 못했다.
-뭐야?! 그 표정은?! 너도 나 이쁘다고 해 놓고는.... 설마 내 마음을 가지고 장난 친거야...-
갑자기 왠 말도 안되는 소리를.... 그런데 하루나 뒤에 아키가 놀란 얼굴로 서 있었다.
-?!-
-어?! 아.. 미안... -
아키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놀란 얼굴로 자리를 뜨려 했다.
-아키? -
하루나도 아키를 발견하고 팔을 붙잡았다.
-농담이야.. 농담!-
-그, 그래?-
아키는 아직도 놀란 얼굴로 말했다. 한참 설명을 듣고 난 다음에 아키의 말이 더 가관이었다.
-흐음... 그래도 어울리지 않을까?-
-...........-
-...........-
우리 두 사람은 아키의 말에 머쓱해 질 수밖에 없었다.
쉬는 시간에 난 오랜만에 옥상에 올라가 바람을 쐬고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코우스케 녀석이 먼저 와 있었다. 뭐가 그렇게 좋은지 얼굴에 웃음이 가득찬 채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한참동안이나 휴대폰을 보던 그 녀석은 잠시 후 날 발견하고 소리쳤다.
-앗! 형님! 형님! 아니세요?!-
-좀 그 놈의 형님 소리 안 할 수 없냐?!-
-헤헤헤... -
그런데 이 냄새는......?
-응? 야 너 담배 폈냐? 내가 피지 말라고 했지! -
-예? 아니 전 안 폈는데요?-
-그래?-
나는 조금 이상했지만 나한테 거짓말 할 녀석은 아니기에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한 동안 안 보여서 좋았는데... 뭔 일 있냐?-
-물론이고요! 아 전에 갔던 그 레스토랑 아시죠?-
-그런데?-
-꽤 괜찮은 애가 있는데 저 한테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몇 번 만나기도 했고....하하하...-
그의 행동과 말투 상상만 해도 즐거운 듯 보였다.
-그래서 요즘 레스토랑으로 직행한 거군...?-
-예... 헤헤헤...-
-아무튼 좋겠다...-
-형님한테 관심을 갖는 여자가 많아요. 모르세요?-
-흥... 나 한테 관심 갖는 여자들 뻔하지... 내가 싸움 좀 하니까 데리고 다니면서
위세나 부리려는 계집말고 또 있게냐... 좀 괜찮은 애들은 지레짐작 무서워서 도망이
나 치는데... -
-걱정마세요! 형님 이번에 제가 잘 되면 형님한테도 다리 놔드리겠요!-
-됐으니까 너나 잘해.-
-아 맞다! 요즘 하루나라는 선배가 잘 다니신다면서요?-
-.................-
하긴 소문이 퍼졌겠지. 매일 등하교를 같이 하고 있으니까....
-혹시 사귀는 거 아니세요?-
-그럴 리가 있겠냐?-
-에? 이상하다...-
-소문일 뿐이야!-
-그래도 나쁘지 않잖아요. 우리학교 최고 퀸인데다 착하고 미인이고 엔젤단을 이끌고 있는....-
코우스케의 일장연설이 시작되려 하자 난 눈에 잔뜩 힘을 주고 말했다.
-..............그래서?-
-아, 아닙니다....-
-삐리리!-
그때 코우스케 손에 들린 휴대폰에서 소리가 들렸다. 그는 휴대폰의 착신을 보고
중얼거렸다.
-아... 사츠키! 전 그럼!-
코우스케는 핸드폰을 귀에 댄 채 신난 얼굴로 옥상으로 내려갔다.
-저 녀석.... 부럽기는 하네... 좋아하는 여자한테 차이고... 이상한 애들만 나한테 붙기만 하고... 하긴 내가 자초 한 일이지만.....-
막상 진심으로 좋아하는 여자가 생기니 지금까지 내가 한 행동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킁킁..-
근데 이 냄새는 담배 냄새 같은데...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데가 워낙 이 냄새를 싫어해
민감한 편이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냄새를 맡다가 계단으로 통하는 입구를 보았다.
위쪽 지붕이 의심 스러웠다.
-탁탁탁.-
지붕의 보수나 안테나를 고치기 위해 만들어진 계단을 통해 그 위로 올라갔다. 그곳에서 나쁜짓 하려는 걸 많이 보았다. 뭐 마약이나 섹스를 하려는 녀석들을 자주 보았다.
그리고 이번엔 분명히 담배다!
-어떤 녀석이야?!-
내가 고함을 치며 올라서는데....
-?!-
-아.. 하하하.. 들켰네?-
-하루나?-
그녀는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한 손에는 담배를 쥐고 있었다.
-헤헤... 너 개코네?-
-뭐야? 너 였어?-
-아 뭐.. -
잠시동안 우린 어색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놀랬지...?-
그녀는 담배를 땅바닥에 떨어뜨리며 말했다.
-..........그다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의외였다. 평판이 꽤나 좋은 애로 알고 있는데 이런 면이 있다는 게....
-아까 이야기 하는 거 들었어? 착하고 얌전하다고.... 쿡쿡쿡....-
그녀는 자신에게 하는 말들이 우스운 듯 웃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그녀의 웃음은 쓸쓸함이 베어 있었다. 그리고 하루나는 나나 아키 이외에는 다른 사람과 이야기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판단해 버리지.. 너나 나나....-
-................-
-역시 실망한 표정이네?-
-아니야.. 그런 거...-
그 말은 확실했다. 내가 담배피는 것을 싫어하는 건 사실이지만 내가 그것 때문에
하루나에게 실망할 이유는 없었다. 내가 그녀를 천사처럼 본 것도 아니고....
그러나 하루나의 표정은 납득한다는 얼굴이 아니었다. 나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정말이라구. 내가 너한테 실망하고 말게 뭐 있어?-
-하긴... -
-하지만 몸에 안 좋으니까 줄여... 여자가 담배 많이 피우면 나중에 애 한테 해롭된다...-
-풋.. 하하하하..!!-
-왜... 웃냐?-
하루나는 간신히 웃음을 멈추고 나에게 말했다.
-정말 말 하는 거 하나하나가 애늙이라니까...-
-그래, 내가 좀 그렇지....-
언제나 듣는 말이기에 별로 기분 나쁘지도 않았다. 하루나는 잠시 내 표정을 살피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후우.... 미안해....-
-응?-
-처음에 막 대한 거...-
-아.. 아...-
그렇기는 했지만 항상 그런 대접을 받았던 나로선 크게 마음에 담아둔 건 아니었다.
-이렇게 말하지만 나 역시 널 겉만 보고 판단했어... 아키는 정말 착한 아이거든....-
-..............-
-그 앤 나에 대해서 잘 알아... 이런 가식적인 애를 진심으로 대해주거든...-
첫댓글 우리는 과거일에 이렇게 화를 내는데........일본의 젊은사람들은 과거를 제대로 알고나 있을까요.............그게 두렵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