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별, 그대 자신을 보라 / 송강 스님
몇 년 전 ‘작은 티베트’라 불리는 라다크에 갔을 때였다.
초저녁에 잠깐 잠을 잔 후 자정 무렵에 잠을 깼다.
너무나 고요한 이국의 분위기에 취해 홀로 뜰을 서성이고 있었다.
그때 졸린 듯이 껌뻑거리던 도시의 불빛이
열악한 전력사정으로 꺼져버렸다.
지상에 불빛 한 점 없는 그 순간 나는 순식간에 하늘나라로 올라갔다.
내 시선이 닿는 모든 곳에는 영롱한 별들이 도란거리기 시작했다.
아! 어린 시절 지리산을 떠나며 이별했던
그 동무들이 모두 이곳에 먼저 와 있을 줄이야!
나는 그 밤을 옛 동무들과 얘기하느라 꼬박 새우고 말았다.
싯다르타도 그러했으리라. 성장해가면서 언젠가부터
세상의 지중한 인연들 때문에
자기의 별을 잊고 살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다 어느 때 모든 것이 슬프고 아프게 느껴지는 순간부터
자기 별을 떠올렸으리라.
그리고 온 세상을 헤매며 찾고 또 찾았으리라.
얼마나 많은 스승들로부터 그 얼마나 많은 학문을 익혔는가.
성을 나와서도 또 스승을 찾아다녔건만
자기 별을 찾지 못했다. “아! 업 때문이로구나!
그래 세상 그 누구나 하지 못할 최고의 고행을 한다면
아마도 다시 별을 찾을 수 있지는 않을까?”
그렇게 6년의 세월이 흘렀건만 별은 찾지 못한 채
부질없는 존경의 시선과 먼지처럼 푸석거리는
말라 비틀어진 육신만 남았던 것이다.
“누가 뭐라 해도 이건 아니다.
난 여전히 내 별을 찾지 못하고 있다.”
순간 싯다르타는 공들여 쌓아올린 그 명성을 던져 버렸다.
비틀 거리며 일어나 목욕도 하고 밥도 얻어 먹고,
그렇게 고행의 장소를 떠났다.
'타락자'라는 오명을 안고 나이란자나 강을 터벅거리며 건넜다.
다시 나무 아래 앉았을 때 싯다르타는
어린 시절 숲속에서 체험했던 선정(禪定)을 떠올렸다.
그리고 맑아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칠일이 지나갔을 때
캄캄한 새벽녘 바로 그 별빛을 본 것이다.
불빛에만 의지하면, 안은 어둡고,,,
밖으로만 찾으면, 자기와 멀어져
깨달음을 이루신 부처님께서는
우리 모두가 본래부터 "밝은 별"이었다고 가르쳐 주셨다.
그리고 그 별과 이별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하셨다.
그런데 우리는 왜 각자의 별을 보지 못하는 것일까?
우리는 너무나 많은 등불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태고로 부터 있어왔던 그 별빛을 잊고 있다.
우리에게도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그 먼 과거로부터 영롱한 빛이 있었건만
우리 주위에 하나 둘 등불을 켜기 시작 하면서
점차 내면의 빛이 가려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제 지혜도 선정도 인터넷만 뒤적이면 다 있다.
거기엔 도(道)도 있고 행복도 사랑도 다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매일 쉬지 않고 열심히 인터넷서핑을 한다.
거기서 배운 대로 쇼핑도 해보고 클럽도 가본다.
좀 고상하게 명상 동호회에도 가입해 보고
도인들 모임에도 나가 본다.
그런데 왜 행복해지지 않는 것일까?
내 멋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하는데,,,
왜 자꾸만 답답해지기만 하고 자유롭지 못한 것일까,,,?
이미 아주 오래 전에 싯다르타가 다 시험해본 일들이다.
어느 재벌인들 싯다르타처럼
자신의 뜻대로 시험해 볼 사람이 있겠는가.
그리고 자진해서 참 모진 고생도 다 해봤었다.
그 기록을 갱신한 사람이 아직은 없다.
부처님은 지금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거기에는 당신의 별이 없다.
그러니 부질없이 싸돌아다니며 찾지 말고 그대 자신을 보라!”
그래도 사람들은 계속 등불 늘리는 일에 열중한다.
“보다 더 크게, 보다 더 밝게. 별이 보일 때까지”를 외치며.
서울 개화사 주지스님
불교 신문
첫댓글 감사합니다~()
나무 아미타불 관세음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