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릴적 뒤안에는 복숭아 나무가 한그루 있었다. 그 나무는 매번 봄마다 꽃을 피웠고 열매를 맺었고 가을이면 작지만 따서 먹기까지 하였다. 나는 그 나무를 '개복숭아'나무라고 했다. 열매가 아주 작아 먹을것도 없어서 개복숭아였다.
봄마다 분홍빛의 꽃을 피웠을게다. 입사귀가 나오기전 맨가지에서 어찌 저런 분홍색의 꽃을 피울 수 있을까? 그당시에는 아무것도 몰랐는데 지금서 생각하니 그 분홍색 복숭아 꽃이 눈에 선하다.
따스한 봄날 뒷산에서 집을 보면 그 복숭아 나무가 잘 보였다. 분홍색의 그 꽃은 벚꽃처럼 화려하지도 않았다. 또 강열하지도 않았다. 그냥 분홍색의 복숭아 꽃일 뿐이었다.
만개한 복숭아 꽃은 오래가지 않았다. 몇칠내 파란 이파리가 돋아나 꽃잎은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떨어진 꽃잎은 목련처럼 지저분하지도 않았다. 분홍색 홑꽃잎이 뒤안가득 채워졌다. 장독대 위에도 분홍꽃잎은 어김없이 떨어졌고 개구멍 아래에도 꽃잎은 떨어졌다.
그 어렸을 적에는 아무 감정,느낌이 없다가 왜 지금서 생각이 바리바리 나는걸까? 복숭아 나무아래 난초도 생각이 난다. 다른 풀보다 먼저 꽃대를 쑥~ 내밀어 이것도 분홍색 꽃을 피웠는데... 복숭아 꽃이 지면 그다음은 살구꽃이 피었다. 이 살구꽃은 하얗게 피었다. 벚꽃처럼 한꺼번에 활짝 폈다가 금새 졌다.
내 얼릴적에 이렇듯 낭만과 화려함이 있었는데....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밭가는 아저씨 거름내는 아저씨 못자리 준비하는 아버지들의 모습에 그 낭만적인 모습은 아지랑이 사라지듯 자취도 없이 숨어 버렸다.
지금서 그 아련한 시절이 생각나는것은 왜 일까?
산밭둑의 하얀 찔레꽃... 산등성이의 하얀 싸리꽃... 뒷논으로 가는 얖은 길모퉁이 능선에 봄마다 눈처럼 흰 싸리꽃이 피었다. 이제 그 싸리꽃을 보러 어디로 가야 할까? 싸리꽃 넘어로 멀리 다래월 느티나무가 보였고 옥강정 앞산의 오종대가 가물가물 보였는데...
그 환경은 없어지고 나의 머리속에 추억으로만 간들간들 머물러 있다. 봄이되니 내고향마을의 복숭아꽃, 살구꽃, 싸리꽃이 더욱 그리워 진다.
ps> 싸리꽃은 이팝나무꽃이다. 백리향이라고도 한다. 어째든 난 싸리꽃이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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