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은 자신의 모든 것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이다. 가장 소중한 목숨을 바치는 순교는 봉헌의 극치다. 하느님을 믿는다고 해서 누구나 순교할 수 있는 것은 아닐 뿐 아니라 자신이 가진 것을 하느님께 바친다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자신의 모든 것은 결국 하느님이 주신 것이고 언제든 하느님께서 거둬가실 수 있다는 진리를 깨달은 신앙 없이는 불가능하다.
평생 모은 재산을 하느님께 봉헌하고 잇따라 하느님 품으로 돌아간 홍용희(비오)ㆍ한재순(미카엘라)씨 부부는 바로 그러한 신앙을 행동으로 보여준 이들이다. 부부가 재산을 모은 과정은 그들의 봉헌을 더욱 값지게 만든다. 채소장사로 5남매를 키운 부부는 늘 해진 속옷을 입고 한겨울에도 난방 없이 지내는 근검절약의 삶을 살았다.
아내 한씨는 지난해 12월 정진석 추기경에게 재산을 기부하고 돌아오는 길에 너무 좋아 콧노래를 부르고 새벽 4시까지 감사기도를 드렸다고 한다. 어떻게 그토록 절약하며 사셨냐는 물음에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쓰고 싶은 거 다 쓰면, 하느님 앞에 가져갈 게 뭐가 있겠느냐"는 한씨 대답 앞에서는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모든 그리스도인이 부부처럼 자신의 전 재산을 하느님께 봉헌할 수는 없다. 또 기부가 신앙의 잣대가 돼서도 안 된다. 부부의 기부가 값진 것은 부부 평생의 삶과 신앙이 그 안에 온전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물질적 기부는 그러한 삶과 신앙의 결과였을 뿐이다. 부부의 기부는 우리 신앙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한다. 부부가 하느님 품에서 평화롭게 쉬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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