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들이고 방은 드린다. 아침에는 밥에 뜸을 들이고 저녁이 되면 가게를 드린다.
'드리다'에는 요즘에는 잘 쓰지 않는 표현들이 담겨 있다. 가령 머리를 땋아 댕기를 물릴 때도 드린다고 하고, 집에 벽장이나 문을 새로 꾸미거나 마루나 방을 새로 만들 때도 드린다고 한다. 가게 문을 닫을 때도 드린다고 하며 곡식을 까부를 때도 드린다고 한다.
반면 '들이다'는 요즘도 많이 쓸 뿐만 아니라 뜻도 다양해서 공을 들이고, 길을 들이고, 물을 들이고, 맛을 들이고, 직원을 들이고, 하숙을 들이고 심지어는 땀을 식힌다는 뜻으로 땀을 들인다고도 한다. 그러고 보니 '손톱에 봉숭아 물을 들인다'라는 말도 이젠 추억의 표현이 되었나 보다.
'들이다'는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뜻하는 '들다'의 시키는 말이니 굳이 당하는 말을 만들어 쓸 필요가 없고, '드리다' 또한 굳이 당하는 말을 만들어 쓸 필요는 없다. 그저 '들인'이나 '드린'으로 쓰면 그뿐이다.
한편 말이나 주렴을 펼쳐 늘어드릴 때는 '드리우다'라는 동사를 쓴다. 빛이나 어둠, 그늘, 그림자가 깃들 때도 드리운다고 한다. '드리다'로 잘못 쓸 때가 종종 있는데, '드리다'와 '드리우다'는 전혀 다른 말이니 가려 써야겠다. '드리우다'의 당하는 말은 '드리워지다'이다.
참고 도서 《동사의 맛》 김정선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