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영청 달 밝은 밤에 한아름 그리움을 안고 고향을 찾아 들던 한가위가 목전이다.
만월의 중추절에 서린 분단의 아픔, 남북경협의 대명사로 불리던 현대아산 정회장의 투신은 유행처럼 번지는 자살 증후군을 낳았다.‘존재의 의미와 유한성’에 회의를 느끼며 진통 하는 날, 제일 존경 받는 영웅의 짧고 굵은 최후의 모습과 불굴의 정신은 나를 사로잡았다.
얼마 전 캐나다의 도미니카 연구소에서 최고의 영웅을 선정하는 작업을 했다. 약 28,000명이 참여한 여론조사 결과 1위에 22살의 젊은 나이로 요절한 테리 폭스(Terry Fox)가 뽑혔다. 그는 1977년 골 종양으로 불구의 몸이었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1980 21살이 되던 해에 10만 달러의 암 연구기금 모금의 꿈을 안고 ‘희망의 마라톤’을 시작한다. 휠체어를 타고 달리는 모습은 전 국민적 감동을 일으키며 2410만 달러의 기금을 모았다. 다음해 22살 암이 재발하여 생을 마감하지만, 지금도 그의 혼신의 정신은 캐나다의 제일 존경 받는 영웅으로 남아 있다. 매년 열리는 암 기금 달리기 대회는 올해(9.14일)도 성대하게 치러질 예정이다.
23년 전, 테리 폭스는 캐나다 출신의 이름 있는 운동선수였다. 대학시절 많은 분야의 스포츠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장차 프로에 진출할 꿈을 키우던 어느 날 다리에 심한 통증을 느낀다. 병원에서 다리 깊숙이 암이 침투되었다는 선고를 받는다. “유감이지만 당신은 빨리 수술을 받아야만 하오. 21살이니까 직접 수술 동의서에 서명을 해주시오.” 의사의 진단에 이를 악물고 서명한다. 생명의 유한성과 꿈의 좌절. 운동장에 한번 서 보기도 전에 운동 선수로서의 운명을 비관할 수도 있다. 허지만 고등학교 시절, 감독 선생님의 말을 떠올렸다. “온 마음을 바쳐 원한다면 넌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 그의 나이 18살, 오른쪽 다리 절단 수술 후 항암 치료를 받는 16개월 동안ㅡ수 많은 어린이들이 암에 의한 고통으로, 천진한 생명이 부서지는 절망을 보면서 2가지 할 일을 결심한다. 내가 이 병에서 해방되면, 첫째는 암 퇴치 운동을 위한 모금 운동을 펼치리라. 나 자신처럼 다른 젊은이들이 고통 받지 않도록 10만 달러의 모금을 위해서 캐나다의 해안 전체를 완주할 것이다. 둘째는 장애인은 물론 모든 이들에게, 인간의 삶이란 목표를 향하여 뜻을 이루려 할 땐ㅡ 신체의 장애가 오히려 도전의 매개체가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리라. 퇴원 후 처음으로 부모님께 자신의 의도를 말하지만 “아들아, 우린 저축한 돈이 있단다. 네가 대학에 돌아간다면 너를 위해 쓰겠다.” 의족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다음날 캐나다 암 협회에 자신의 의사를 알리지만 ‘불가능하니 부모님의 충고에 따르라’고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학교를 찾아가고, 투루트 수상을 만나지만 관여를 원치 않는다. 그는 대학 룸메이트의 힘을 얻어 비행기로 동해안 뉴펀들핸드로 간다. 그리고 지금껏 의지하던 목발을 대서양에 던졌다.
1980년 4.12일 암 환자를 위한 ‘2가지 존재의 의미를 안고’ 캐나다 첫 횡단을 감행한다. 쩔둑이는 걸음으로 사람들에게 <희망의 마라톤>을 후원해 달라고 요청한다. 비와 눈, 바람이 흩뿌려도 날씨와 계절에 상관없이 휠체어로 이동하며 달렸다. 고통스러운 의족의 무게를 이를 악물고 참아낸다. 길바닥에 피가 떨어진다. 어느새 그를 환호하는 이들은 하나 둘 불어나고 열 띈 응원은 확산된다. 공동체 정신은 ‘존재의 의미’에 동참한다. 캐나다의 고질적 문제인 언어 장벽과 각 주의 대립관계를 해결하는데도 큰 기여를 한다. 서서히 언론의 톱 뉴스의 주인공으로 부각(浮刻)된다. 드디어 143일 동안 매일 50Km 이상을 달리며 그가 소망하는ㅡ 국민 한 명당 일불 씩 기부 받아 2,200만 불의 기금을 모았다. 144일 되는 날, 암이폐로 전이되어 달리기를 중단한다. 부모님이 기다리는 밴쿠버의 병원 응급실로 옮기는 장면이 캐나다는 물론 미국 전역에 방영되었다. “테리, 다음 번엔 어떤 일을 할건가요” 취재기자의 질문에 “당신들은 내 달리기를 멈추게 할 생각인가요” 카메라를 응시하며 끝까지 프로 정신을 잃지 않는 최후의 장면은 얼마나 멋진 만찬인가. 6개월 후, 캐나다 제일의 영웅은 생전의 꿈을 이루고 세상을 떠났다. 밴쿠버에는 테리 폭스의 이름으로 고등학교와 영화관, 암 연구기관 협회가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그의 정신은 불덩이가 되어 온 세계로 퍼져나가 55개국에서 매년 9월에 달리기 행사가 진행된다. 모금 된 전액은 그 지역사회의 암 퇴치 연구를 위해서 쓰여지고 있다.
11년 전부터 우리 나라에서도 주한 캐나다 대사관 주최로 소규모의 달리기 행사가 진행되었다. 3년 전부터 캐나다 상공 회의소와 한국 암 환자 협회 공동 주최하에 적극적으로 추진 되고ㅡ 캐나다 인들의 가슴에 들어 있는 이웃 사랑의 교훈이 살아 움직인다. 인간의 존재가 가장 아름다울 때는 누군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때다. 꿈을 가진 도전은 테리의 정신이 보여주듯, 사회와 국가를 위해 선을 이루는 것. 혼자가 아닌 공동체의 힘은 불가능이 없다는 것이 자명한 역사의 교훈이다.
2천년 12월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시상된 노벨 평화상은, 어떤 의미로든 나라의 영광이다. 한국과 한국인의 정체성(正體性)에 대한 국제사회의 확인이다. 20세기 한반도는 '잃어버린 반세기'와 '절반뿐인 반세기' 일제 50년 식민지 치하의 억압을 겪었고 이후 분단된 땅에서 질곡과 상처의 역사. 굴절의 한 세기를 살아왔지만 우리는 고유의 전통과 문화를 잃지않았다. 이런 한국인과 한민족의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증해 준 것이다. 국제사회가 굳건한 신뢰의 표현으로 수여한 노벨 평화상. 전 김대통령은 다섯 번의 죽을 고비와 6년의 감옥살이, 10년이 넘는 망명과 연금의 고통을 받으면서도 반독재 민주화 투쟁의 의지를 굽히지 않았던 '인동초(忍冬草)'라면, 노벨 평화상을 받은 주인공답게 캐나다 테리 폭스 불굴의 의지를 굽히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아직도 정신적인 최후의 만찬은 유효한 것인가.
첫댓글 둥지의 모전댁님 한주일 동안 안녕하신지여/파랑새의 글을 기다리는 님이 계시기에/ 태평양을 오가는 길 기분이 괜찮는데요/날이 갈수록 테리폭스는 정녕 존경 받는 영웅으로 모든이에게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어서오세요 감사합니다...우리주님의 영광이 항상함게 하시길 기원합니다.........
오셨군요 반가습니다...22세에 ..아까운 사람입니다...우리나라에 그런사람 있어면 좋은데요 ..답답합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