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자 시대/ 손증호
공자는 뒷방 차지 맹자도 두문불출
노장자 은둔하자 바야흐로 먹자 시대
세상은 먹방에 빠져 먹고 먹고 또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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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연습 16/ 김일우
자꾸 나를 따라와서
내 것이라 여기고
나무 올라 장대 저어
따고 싶던 보름달
오늘 밤
강강술래 춤 속에
나는 무얼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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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절규/ 이규철
고통에 울부짖는 두 다리 잃은 여성
우물에서 건진 시신, 폭격으로 무너진 집
저 먼 곳 우크라이나 두 눈앞에 어린다
너네 나라로
돌아가! 이 새끼야!
총을 든 군인에게 외치는 어린 소녀
불끈 쥔 가녀린 주먹 부들부들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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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리꽃/ 이성의
오늘이 떨어진다
그렇다고 실망 말게
내일의 봉오리가
순백으로 부풀잖아
모레도
그그모레도
몽실몽실 맺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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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라 불러본다/ 전연희
흙이나 파먹고 산 그럴 듯한 별칭이다
매달린 거친 땅에 들풀처럼 살아내던
곡괭이 다져온 자리 땀방울에 젖는다
꿈이래야 두어 가지 헤식은 숭늉 같은
두레상 둘러앉은 식솔의 맨밥 같은
등 굽은 허리를 펴면 버짐처럼 피던 노을
돌아와 서리서리 물기 밴 삼베적삼
헹궈 넌 바지랑대 함께 버틴 힘줄이다
비옥한 오늘에 서서 목이 메는 그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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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함께 가는 길
부산시조 제53호(상반기호) / 부산시조시인협회/ 2023
바보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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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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