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는 말 그대로 ‘기계 따위를 쓰지 않고 손으로 직접 만듦’ 뜻입니다.
그리고 이 ‘수제’라는 말이 붙은 것들은 대부분 똑 같은 제품의 공장제보다 가격이 훨씬 높습니다.
저는 솔직히 ‘수제’를 믿지 않는 사람이고 수제라고 해서 가격이 더 비싼 것도 납득이 안 갈 때가 많습니다. 수제가 공장에서 만든 것보다 더 낫다는 것이 모든 제품에 통하지 않기 때문인 이유도 있고, 그 수제가 어디까지가 수제인지도 신뢰가 안 가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소주와 맥주는 대부분 공장에서 생산됩니다. 가격이 고가인 일부 소주는 그렇지 않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량으로 생산하려면 공장에서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요즘 막걸리도 다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들어냅니다. 막걸리양조장에도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을 제가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다 기계로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요즘 ‘수제맥주’라는 이름의 맥주들이 대거 판매점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곰표 밀맥주, 말표 흑맥주, BYC 맥주, 스피아민트 맥주….
‘4캔 만원’ 맥주를 사러 편의점에 종종 가시지요? 특히 요즘 편의점 맥주 진열대엔 재기발랄한 라벨이 붙은 다양한 맥주들이 우리의 눈과 입을 즐겁게 합니다. 이는 코로나19로 ‘홈술족’이 늘어나면서 편의점 맥주 시장이 급성장한 결과이기도 하죠. 그런데 편의점에서 사는 국산 ‘4캔 만원’ 맥주를 과연 ‘수제맥주’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이 맥주들은 어디서 어떻게 나타난 것일까요?
원론적으로 따지면 위의 맥주들은 수제맥주라고 부를 수 없습니다. 수제맥주의 사전적 정의는 ‘손으로 만드는 맥주’이지만, 1980년대 미국에서 소규모 양조장들이 다양한 장르의 맥주를 만들어 산업으로 발전시킨 ‘크래프트맥주’를 우리말로 ‘수제맥주’라 한 것입니다.
전 세계에선 수제맥주를 ‘거대 자본에 종속되지 않고(독립성), 해당 양조장이 있는 지역의 특성을 살려 소규모로 만드는 맥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내 편의점에서 파는 ‘수제맥주형’ 맥주들은 대부분 대규모 주류회사인 롯데칠성음료, 오비맥주 등의 대형 공장에서 생산돼 전국으로 유통됩니다.
곰표 맥주는 롯데칠성음료 공장에서, 백양BYC 맥주는 오비맥주 공장에서 생산되죠. 또 편의점에 자체 맥주를 공급하는 세븐브로이, 제주맥주, 플래티넘 등도 소규모 맥주 양조장 면허가 아닌, 대량 생산을 할 수 있는 ‘일반면허’를 가진 곳들이랍니다.
대량 생산되는 편의점 맥주들이 ‘수제맥주’로 오인받는 건 맥주 스타일이 기존 라거 맥주에 국한되지 않고 IPA, 밀맥주, 스타우트 등 에일 맥주로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국내 수제맥주 산업은 2014년 소규모 양조장도 외부유통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 주세법개정안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비교적 ‘신생 산업’이죠. 이전까지는 하이트진로, 오비 등 대형 공장에서 생산된 페일 라거 스타일이 한국 맥주 시장의 전부였기 때문에 ‘수제맥주=에일맥주’로 인식하는 소비자들이 많을 수밖에 없긴 합니다.
물론 수제맥주냐, 아니냐를 따지며 맥주를 마시는 것이 삶에서 크게 중요한 문제는 아닐 수 있습니다. 술의 존재 이유는 즐기기 위한 것이니까요. 하지만 소비는 곧 산업과 직결됩니다. 편의점 ‘수제맥주 스타일’의 맥주 시장 발전이 진정한 수제맥주 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진다면 이상적이겠죠.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편의점에서 수제맥주의 탈을 쓴 맥주들의 인기는 실제로 국내 수제맥주 산업을 고사 직전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반면 롯데칠성음료, 오비맥주 등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편의점 시장에 진출해 쾌재를 부르고 있죠. 롯데는 자사 공장 가동률을 한 자릿수에서 20% 이상으로 높였고, 오비맥주도 올해 편의점용 PB맥주 생산을 시작했습니다.
상황은 이렇습니다. 세상의 모든 선한 의도가 선한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죠. 지난해 정부는 맥주의 위탁생산(OEM)을 허용하는 내용의 주세법을 개정했는데요. 쉽게 말해 맥주제조면허가 있는 회사가 레시피 개발, 세금 납부 의무 등을 지고 대형 공장에 맥주 생산을 맡겨도 된다는 겁니다.
애초에 법의 취지는 선했습니다. 생산 용량이 적고 캔 생산 장비가 없는 소규모 양조장이 대기업에 생산을 위탁해 시장을 넓힐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있었죠. 하지만 현실에서 이 법은 대기업이 수제맥주의 파이까지 잡아먹는 제도로 쓰이고 있습니다.>서울신문, 심현희 기자
저는 여기서 누차 얘기했지만 통풍 때문에 맥주를 거의 마시지 않습니다. 새로 나온 것이라고, 더 특별한 맛이라고 해서 남들이 권하면 어쩔 수 없이 입에 대지만 그 맛이 더 특별하다고 느낀 적은 별로 없습니다.
종로 3가 뒤에 있는 익선동에서 수제맥주 집에 들어갔다가 그 가격에 놀라고선 수제맥주집에 다시는 가지 않습니다. 50cc도 아닌 350cc 정도 잔에 나오는 맥주 한 잔에 8000원인가 해서 넷이 맥주 두 잔씩 마시고 지불한 액수가 너무 커서 놀랐기 때문입니다.
비싸도 잘 팔리니까 그렇게 하겠지만 저처럼 술을 양으로 마시는 사람들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예전에 1000cc 서너 잔이나, 500cc 대여섯 잔은 마셔야 마시는 것 같은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는 한 잔에 1000원 하던 시절입니다. 술값이 안주값보다 더 비싸지고 있으니 술을 마시는 사람들 갈수록 힘들어집니다.
세상이 고급화되면서 양보다는 질이라고 얘기하지만 저는 아직 그런 수준이 못되는 것 같습니다. 무늬만 수제인 것들이 가격을 올리는 꼼수는 아닌지도 의문입니다.
2회 영주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