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_청년귀촌모색캠프 포스터)
"청년들이 귀농,귀촌에 관심이 있어도 도시에서 고민할 때는 추상적이고 막연할 때가 많아요. 현장에 와서 실제로 겪어보면서 배우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어요. 시골에 사는 일은 두렵기도 하겠지만, 딱히 두려워 할 필요가 없기도 해요. 오히려 도시에서 채워지지 않는 삶의 지표들이 채워지죠. 시골에 살고 있는 청년들을 직접 만나면, '와볼만 하네'라고 생각하게 되고, 귀촌이라는 문턱에 발을 들여놓게 되지 않을까요. 완주는 커뮤니티 비즈니스 센터라는 든든한 지원군도 있고, 귀촌하기 괜찮은 지역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완주의 네트워크와, 완주에 먼저 와있는 청년들과의 만남을 통해 귀촌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청년귀촌모색캠프를 기획하고 진행하신 문화예술협동조합 '씨앗'의 토리님의 말씀이에요.
'청년, 지역에서 길을 찾다'라는 주제로 기획된 이번 청년귀촌모색캠프는, 총 1박 2일동안 진행되었는데요.
첫째날은 완주에서, 둘째날은 전주에서 지역의 청년들을 만나고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해보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사진2_삼삼오오 게스트하우스는 삼례역에서 5분 거리에 있어요)
캠프를 준비한 문화예술협동조합 '씨앗'에 의해서 운영되고 있는 게스트하우스 삼삼오오(삼례역에서 5분거리)로 '삼삼오오' 모인 참가자들은, 간단히 자기소래를 하고, 캠프의 일정을 안내받았습니다.
(사진3_캠프 일정을 안내해주시는 토리님)
맛있는 점심식사 후에는, 키키님 안내로 어색어색한 분위기를 깨고 서로를 더 잘 알기 위한 아이스브레이킹 시간을 가졌어요.
(사진4_우리는 아이스브레이킹 중)
참가자들은 자신의 몸을 그리고, 머리에는 '나의 요즘 관심사는?'을, 가슴에는 '내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은?'을, 두 손에는 '내가 가진 재주'와 '내가 갖고 싶은 재주'를,'두 발에는 '내가 가장 많이 가는 곳(아지트)'과 '내가 가고싶은 곳'을 하나씩 적어나갔어요. 모처럼 내 자신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보았고,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도 좀 더 알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답니다.
(사진5_삼례문화예술촌에서)
아이스브레이킹 후에는 바로 옆에 있는 삼례문화예술촌에 다녀왔어요. 삼례문화예술촌은 '1920년대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양곡창고를 리모델링한 목공소, 책박물관, 책공방, 미디어갤러리, 디자인박물관 등이 있는 복합문화공간'이었어요. 외관은 당시의 느낌을 최대한 살려 보존하고 내부는 다양한 주제 별로 전시가 되어 있어요. 일제강점기에 양곡수탈의 중심지였던 삼례읍, 그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근대문화유산을 현대의 우리는 어떻게 해석하고 보존/활용할 것인가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삼례문화예술촌을 둘러본 뒤, 참가자들은 몇 대의 차에 나눠타고 고산시장으로 향했어요. 고산시장은 시골의 재래시장이 으레 그렇듯 과거에는 규모가 컸으나 점점 쇠락하게 되었고, 현재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시도하는 중에 있었어요. 우리가 방문한 이 날은 '카라반캠핑과 함께 하는 고산 가을 축제'가 열려서 30여개의 점포가 있는 크지 않은 시장 전체가 들썩들썩 했어요. 완주의 청년모임 '다해바'에서는 얼마 전에 고산 시장의 협력을 얻어 '농, 청춘을 꿈꾸다'라는 문화자립 축제를 기획해서 신나게 놀아보기도 했대요.
(사진6~8_고산시장 '널리널리홍홍')
고산시장에서 발길이 닿은 곳은 '널리널리홍홍'이라는 작은 가게였어요. '마을에서의 소소한 삶을 꿈꾸는 사람들의 공간, 완주 지역에서 창업한 공동체들의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공간'인 널리널리홍홍에는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아기자기한 물건들이 있었어요. 그리고 벽에 붙여져 있는 완주의 고민들, 마을에서 무엇인가를 해볼까 고민하는 우리 같은 청년들에게 던져질 수많은 질문들이 함축된 듯한, 그래서 눈길이 오래 머물렀어요.
(사진9_카페 서쪽숲의네발요정)
고산시장을 나와 잠깐 걸으니, '서쪽숲의네발요정'이라는 예쁜 카페가 있었어요. 아이들의 교육 환경을 오래 고민하고 실천해오시던 학부모님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카페였고, 완주 지역에서 교육공동체네트워크를 꾸리는 일을 하시는 한편으로 카페를 운영하며 자립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애쓰고 계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완주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로 이동했어요.
(사진10~12_완주 커뮤니티비즈니스 센터)
희망제작소에서 일하시다 인연이 되어 귀촌하신지 5년이 되신, 완주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 이영미 국장님을 만났어요. 귀촌해서 가장 큰 변화는, '관계맺고, 일하는 방식의 변화'라고 하셨어요. 본인도 한때는 정말 '서울깍쟁이'였다며, 처음엔 많이 답답하기도 했는데 서서히 '마을에서 살아가는 속도와 방법'을 몸으로 알아가고 계시다는 국장님의 소개로 완주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의 이곳저곳을 둘러보았어요. 공간 곳곳에, 완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시도들이 펼쳐져 있었어요. 마을마다의 특색을 살린 마을사업(먹거리 가공 및 체험, 에너지자립마을, 농가레스토랑 운영 등), 각종 대안적일자리(적정기술 연구 및 보급, 마을소식지 발행, 노인과 장애인, 이주여성을 위한 일자리 창출 등)에 대한 고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우여곡절을 거듭하며 축적되어 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진13_휴먼라이브러리)
삼삼오오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해서 저녁식사 후에는 휴먼라이브러리가 있었습니다. 아래와 같이 총 세 그룹으로 나눠져서 휴먼라이브러리가 진행되었고, 참가자들은 시간대별로 총 두 그룹을 방문하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1) 여성/엄마로 살아가는 법 + 전환기술 또는 신재생에너지
2) 마을카페 노하우 + 문화예술로 밥벌이하기 + 잉여로운 삶은 가능한가?
3) 커뮤니티 비즈니스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내 인생의 주인이 되어 당당히 살고 싶어요. 그래서 아이를 키우면서도 락페를 같이 기획해서 즐기기도 했어요(단 술은 3년째 입에 대지 않고 있어 아쉬운 부분은 있어요). 노동운동을 열심히 하신 부모님 밑에서 자라, 운동과 활동에 대한 압박이 컸는데, 지금은 작게 실천하며 사는 것이 나한테도 즐겁고 세상을 바꾸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요."
(사진14_휴먼 라이브러리)
"커뮤니티비즈니스는, 농촌의 위기사항을 타개하고, 예전의 자급할 수 있는 기반을 회복해 가는 한 방법이죠.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것들로 일자리를 만들고, 개별 사업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들을 공동으로 해결하는 지혜를 모아요. 즉, 네트워크의 확장을 꾀하는 거죠. 커뮤니티(공동체)와 비즈니스의 결합은, 어찌 보면 작동 원리가 정 반대인 것들의 결합처럼 여겨지기도 해요. 하지만, 커뮤니티와 비즈니스가 잘 되는 접점이 있는 것 같아요. 바로 마음이 얼만큼 공감되고 소통되었으냐 아닐까요."
(사진15_휴먼 라이브러리)
"이 사회를 어떤 식으로 대안적으로 살아야 할까 고민이 많았어요. 자급자족하며, 필요한 노동을 하고, 나의 재능을 나누며 사는 것, 이 세가지는 꼭 지키면서 살고 싶어요. 지금은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곳에서 일해요. 전환기술 관련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를 하고 있고요. 일단 배워봐야겠다는 의미에서 일하기 시작했는데, 스트레스도 많아요. 내가 가지고 있는 이상을 어떻게 실현할지 구체적인 방법론을 모색하는 중에 있어요. 하고싶은 일을 순차적으로 해가며 살고 싶어요."
(사진16_휴먼 라이브러리)
(사진17_휴먼 라이브러리)
휴먼라이브러리 이후에는, 달빛을 벗삼아 카페 비비낙안으로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하루 동안 얼굴을 익힌 여러 분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야기는 삼삼오오 게스트하우스에 돌아온 밤 늦게까지 이어져, 자정이 넘도록 불은 꺼지지 않았다지요.
(사진18_카페 비비낙안에서 도란도란)
(사진19_삼삼오오 게스트하우스에서 늦게까지 이어진 뒤풀이)
다음날, 든든한 아침으로 배를 채우고 향한 곳은 전주의 라일락센터였어요. 독립잡지와 바느질에 관심이 있는 두 청년이 함께 모여 수공예품, 바느질제품, 독립출판잡지 등 아기자기한 물품들을 판매하고 있는 매장에서 우리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먹고사는' 당당한 청년을 만날 수 있었어요. 기념품을 살 수 있는 쿠폰도 주최측에서 준비해주셔서, 간직하고 싶은 물건들을 한,두개씩 구입하기도 했어요.
(사진20_전주 남부시장 근처 라일락 센타)
(사진21_라일락 센타의 두 청년 사장님)
(사진22_나눠준 쿠폰으로 무엇을 살까 열심히 살펴보는 중)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남부시장 청년몰이었어요. 청년몰은 시장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청년을 시장으로 유입시켜 시장의 활기를 되찾으려는 시도'에서 시작되었고, '시장의 매력을 젊은이들에게 어필하고, 기존 상인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고 해요. 청년장사꾼을 모집하고 그들에게 점포를 제공하여 현재 30여팀이 청년몰에 입주해있으며, 청년들이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라는 모토를 실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실험을 펼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작동하고 있는 청년몰, 청년몰 가게 제 1호인 카페 나비에서 서로에게 롤링페이퍼를 써주며, 1박 2일간의 청년귀촌모색캠프는 훈훈하게 마무리되었어요.
(사진23_웰컴투 청년몰!)
(사진24_청년회관에 둥그렇게 둘러앉아)
(사진25_청년몰 이모저모)
(사진26_청년몰 이모저모)
(사진27_청년몰 가게 1호점 카페 나비에서 서로에게 롤링페이퍼를 쓰며)
지역에서, 특히 시골에서 길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에요. 몸과 마음이 건강하기를, 소소한 일상 속에서 행복하기를 바라며 지역으로 시골로 오게 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지속가능하게 사는 법'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처럼 여겨지기도 하지요. 다른 삶을 살아보려는, 다른 길을 걸어보려는 청춘들에게, 이번 완주에서의 청년귀촌모색캠프는, 우린 혼자가 아니라고, 같이 걸어가는 이 길은 마냥 외롭지만은 않을 것 같다고, 서로가 서로에게 손을 내미는 시간이 되었어요. 정성스레 맞이해주시고 삶을 나누어주신 완주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우리 다시 만나요.
덧1. 완주 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와 문화예술협동조합 씨앗에서 주최/주관한 이번 '청년귀촌모색캠프'에는, 지리산 자락 남원시 산내면의 청년 모임 '작은자유'도 함께 했습니다.
덧2. 사진은 문화예술협동조합 '씨앗'과 평화님이 공유해주셨어요.
첫댓글 음... 그러셨군요. 네, 풍성하게 나눠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