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무덤 - 祭亡妹歌
기형도
누이야
네 파리한 얼굴에
철철 술을 부어주랴
시리도록 허연
이 영하零下의 가을에
망초꽃 이불 곱게 덮고
웬 잠이 그리도 길더냐.
풀씨마저 피해 나는
푸석이는 이 자리에
빛 바랜 단발머리로 누워 있느냐.
헝클어진 가슴 몇 조각을 꺼내어
껄끄러운 네 뼈다귀와 악수를 하면
딱딱 부딪는 이빨 새로
어머님이 물려주신 푸른 피가 배어나온다.
물구덩이 요란한 빗줄기 속
구정물 개울을 뛰어 건널 때
왜라서 그리도 숟가락 움켜쥐고
눈물보다 찝찔한 설움을 빨았더냐.
아침은 항상 우리 뒷켠에서 솟아났고
맨발로도 아프지 않던 산길에는
버려진 개암,도토리, 반쯤 씹힌 칡.
질척이는 뜨물 속의 밥덩이처럼
부딪히며 河口로 떠내려갔음에랴.
우리는
신경神經을 앓는 중풍병자中風病者로 태어나
전신全身에 땀방울을 비늘로 달고
쉰 목소리로 어둠과 싸웠음에랴.
편안히 누운
내 누이야.
네 파리한 얼굴에 술을 부으면
눈물처럼 튀어오르는 술방울이
이 못난 영혼을 휘감고
온몸을 뒤흔드는 것이 어인 까닭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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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에 기대어
송수권
누이야
가을 산 그리매*에 빠진 눈썹 두어 낱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정정(淨淨)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이고
그 눈물 끝을 따라가면
즈믄 밤의 강이 일어서던 것을
그 강물 깊이깊이 가라앉은 고뇌(苦惱)의 말씀들
돌로 살아서 반짝여 오던 것을
더러는 물속에서 튀는 물고기같이
살아오던 것을
그리고 산다화(山茶花) 한 가지 꺾어 스스럼없이
건네이던 것을
누이야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가을 산 그리매에 빠져 떠돌던, 그 눈썹 두어 낱을 기러기가
강물에 부리고 가는 것을
내 한 잔은 마시고 한 잔은 비워 두고
더러는 잎새에 살아서 튀는 물방울같이
그렇게 만나는 것을
누이야 아는가
가을 산 그리매에 빠져 떠돌던
눈썹 두어 낱이
지금 이 못물 속에 비쳐 옴을
*그리매 :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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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망매가(祭亡妹歌)
월명사
生死路隠
생사로는
此矣有阿米 次肹伊遣
여어 있으매 버리고
(여기 있음에 세상을 버리고)
吾隐去內如辝叱都
나는 가늬더 말도
(나는 갑니다 말도)
毛如云遣 去內尼叱古
못다 이르고 가늬~껴
(못다 이르고 갑니까)
於內秋察早隠風未
어느 가ᄉᆞᆯ 이른 바라매
(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
此矣彼矣浮良落尸葉如
여어 저어 떠라질 잎이여
(여기 저기 떨어질 잎이여)
一等隠 枝良出古
가튼 가재~ 나고
(같은 가지에 나고도)
去奴隠處 毛冬乎丁
가논데 모를따
(가는데를 모르겠구나)
阿也 彌陁刹良 逢乎
아아 미타찰에 뵈오
(아아 미타찰에서 만나뵈오)
吾 道修良 待是古如
내 도닥아 기다리시끼여
(나는 도닦으며 기다릴께요)
§ 여기 3인의 시인이 있다. 저마다 누이의 죽음을 애도하는 노래를 불렀다. 한분은
시대를 거슬러 올라 신라시대의 시인이고 또 한분은 그 자신 서른이 못돼 요절하였다.
마지막 한 분은 얼마전 타개하셨다. 시를 기술한 작자는 다르나 쓰여진 시들에서
요절한 망매의 죽음을 슬퍼하거나 탄식하는데는 심정적 일치화를 이룬다.
다만, 기형도 시인과 송수권 시인 사이에서 생전의 망매와의 친근감이나 유대감은
기형도 시인의 망매가 오누이간의 애틋한 정이 더 끌린다. 기형도 시인의 망매가가
절절한 느낌이라면 송수권 시인의 망매가는 다소 동생의 죽음 앞에 초월한 늬앙스를
풍긴다. 월명대사의 제망매가는 그분이 승려의 신분이라 망매의 극락왕생을 소원비는
제의적인 노래로 들린다.
우선, 기형도 시인
장면1
죽은 누이의 가을 무덤 앞에 철철 술을 따르는 모습이 애잔하다. 누이의 무덤에
허연 서리(영하의 가을)가 내려 슬픔은 더 극대화 된다. 그런데 죽은 누이를 바라보는
시인의 눈에 "너는 웬 잠이 그리도 길"더냐 묻는다. 그만 잠에서 깨어나 오라비인
나 앞에 서보라는 다그침으로 들린다.
장면 2
살아생전 같이 뛰놀던 추억을 회상하는 장면이다.
그 다음연에 누이의 병인이 무엇인가? 추측이 가는 구절이 보인다.
송수권 시인
기형도 시인이 망매의 무덤가에 철철 술을 따르며 망매의 깊은 잠을 깨우려
든 반면 송수권 시인은 정정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인다는 표현같이 망매의 부재를 강 앞에서
바라보고 있다. 강물에 가라앉은 고뇌의 말씀과 같이 더러는 물속에서 튀는 물고기같이
죽은 누이가 이생으로 살아오기를 인당수 물에 빠져 죽은 청이를 만났을 때의 꿈이냐 생시냐 그 심봉사의 마음같이
장면 1
장면 2
망매의 죽음을 인정하는 장면이다. 결국 산사람은 산 사람이고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다. 내 한잔은 마시고 한 잔은 비워 두고
더러는 잎새에 살아서 튀는 물방울같이
그렇게 우리는 만났다 (헤어진다)
색즉시공 공즉시색이 그런 마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