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5일 저녁 6시.. 구강포구에 노을이 진다. 산사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다.
남쪽하늘엔 별이 빛나고 동쪽 보은산 능선에 달이 오르기 시작한다. 산사 뜨락의 고목 단풍나무에 둥근달이 걸리면서 산사음악회는 막이 올랐다.
고성사의 종소리.. 은은히 퍼져나가는 타종소리는 갈바람을 타고 어둠을 가르고 멀리 마주앉은 만덕산 봉우리에 이른다. 이렇게 2005 고성사의 산사음악회는 시작됐다.
고성사는 나에게 추억이 어린 곳이다. 샛골이라는 산마을에서 어린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가끔 보은산 능선 너머에 있는 고성사를 찾곤 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고성사보다는 능선길 약수터로 물을 맞으러(?) 갔던 게 주 목적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어쩌다 고성사까지 가 절집을 잠깐 엿보고 오는 정도였었다고나 할까?
그 후 고성사는 금릉팔경의 으뜸이라는 저녁 종소리와 그림을 그리시는 조신한 모습의 현주스님이 계시는 곳이라는 이유만으로도 한번 가보고 싶은 곳으로 내 마음 속에 자리했다. 그런 고성사에서 아름다운 가을밤에 산사음악회가 열린다고 하니..
고성사 산사음악회가 올해로써 4번째라니 강진사람들이 산사음악회에 보내는 애정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물론 그간 고성사 현주스님의 노력, 지역민들의 관심, 자치단체 등의 지원.. 이렇게 3박자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오늘 고성사 산사음악회가 성황리에 막을 올릴 수 있었다고도 생각한다.
밤이 깊어가면서 쌀쌀한 밤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했지만 산사를 찾은 주민들의 열기는 더욱 높아갔다.
가을 밤 산사의 분위기와 출연진의 화음 그리고 주민들의 호응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산사음악회는 무르익어갔다. 단순히 불자들만의 행사는 아닌 것 같았다. 주민 모두가 함께 웃고 흔들고 따라하며 축제의 밤을 보내고 있었다.
그 날 그 행사를 지켜보면서, 지역 주민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자치단체 등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봤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아마 이번 고성사 산사음악회는 주지이신 현주스님이 총감독 겸 연출을 하셨고 지역 자치단체 등의 일부 물질적 지원이 있었으리라 짐작한다.
비록 작은 음악회였고 대웅전 앞 마당을 찾은 주민들이 수천 수만은 아니었지만 모두가 하나 돼 함께 노래하고 감동의 물결이 주민들의 가슴과 가슴으로 흘렀다면 크게 성공한 행사였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모든게 빠르게 흘러가고 모두가 큰 것만 바라보는 요즘, 새삼스레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에 공감했다.
이날 음악회의 하일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플룻 연주자 서연 스님의 등장이었다고 생각한다. 플룻이라는 서양악기, 사찰이라는 고정 틀을 깨고 대중가요를 열창했고, <목포의 눈물>을 연주했다.
<목포의 눈물>을 자주 들었고 가끔 부르기도 했지만 그 날처럼 그 노래가 내 가슴을 파고 든 적은 없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신선했기 때문이다.
플룻으로 트롯을 연주했고, 스님이 연주했고, 사찰에서 연주했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고정관념을 깼기 때문이다. 앞줄에 앉은 군수님이나 주지스님, 신도회장의 표정은 알 수 없었다.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주민들의 열기는 대단했다. 주민들의 반응으로 미뤄 참석하신 여러 스님들, 여러 단체장들 모두 기분좋은 모습이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다. 우리가 잊고 사는 게 있다. 크고, 많고, 높은 것만이 꼭 좋은 것은 아니다. 작지만 아름다운 게 우리 주변엔 너무 많다.
자치단체가, 주민 모두가 주변의 작은 일에도 함께 관심을 갖고 애정을 보인다면 고성사의 종소리, 구강포구의 낙조 못지않은 훌륭한 구슬이 되어 강진사람들의 가슴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첫댓글 고성사, 백련사 산사 음악회....나도 구경가고 싶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