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오랑 김현식 선생! 지난 2년간 투병의 시간들이 얼마나 힘들었소? 그러나 그대는 자신의 고통을 최대한 숨기며 사람들에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태연한 모습을 보이려 애썼지요? 몸이 조금씩 무너져 가고 기운이 차차 빠져나가는 걸 목도하면서 쓰러지려는 정신을 가까스로 붙들어세우며 SNS로 무엇인가를 말하고 자기의 삶을 되돌아보고 정리하려고 안간 노력을 다 하셨죠? 자기를 향하여 많은 사람들이 "쉬어라, 쉬세요, 제발 좀 편안히 그냥 계세요"라고 한없이 충고하는 말을 들으면서도 그대는 임박해오는 종말의 순간을 예감하면서 지금 이 순간의 최선이 무엇인지를 무척 고민하셨죠? 그대를 송두리채 휘감았을 그 고민과 절망과 회한이 그대를 바라보는 우리들에게도 공감의 파문을 일으켰고 가슴 아프게 했습니다. 그런 그대의 모습은 우리들로 하여금 살아 있는 인간의 참 가치와 존엄의 실재를 절절히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각자가 자신의 마지막을 어떻게 준비하고 맞이할지를 깊이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대는 교사로서, 그것도 가시밭길 전교조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전해 주어야 할지를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노력하였습니다. 방학 때마다 학생들을 이끌고 해외여행을 다녀오며 폭넓은 문화체험을 하도록 안내한 것이나, 전교조 조직사업에 헌신한 것이나, 지역의 재난시에 앞장서 재난극복에 나선 것 뿐만 아니라, 그대에게 특히 몹시 힘들었을 예술마당 솔의 공동대표직과 그 지난한 업무들을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묵묵히 수행하며 포항 지역의 솔 경북지회까지 찬란하게 꽃피운 그 활동과 업적은 아마도 철저한 자기희생과 봉사에 기반한 크리스챤적 가치관의 발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렇게 한송이 흰 꽃처럼 살아온 김현식, 연오랑 당신은 참 아름답고 훌륭한 사람이었소. 이제 그토록 길고 힘들었던 시간을 뒤로 하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비롯한 많은 정들었던 사람들을 남겨두고 떠나는 발걸음이 너무 무거워 차마 떼어지지 않겠지만 그러나 이젠 모든 무거운 짐 다 내려놓고 부디 부디 영원한 안식과 평화에 드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