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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체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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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차 성탄예술제가 사라져가고 있는 주일학교 현실에서 지난 12월 26일 소박하지만 겨울 이야기처럼 따뜻한 축제가 인천교구 고강동성당에서 있었다.
‘우리들의 겨울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고강동 성당 중고등부 사진부 전시와 밴드부 공연이 있었다. 밴드부 발표에 앞서 무대에 나온 이경란씨는, “서로 연습하면서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였습니다. 첫 걸음을 내딛은 밴드부가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앞으로 학부모, 성당신자들의 많은 지원을 바랍니다.”라고 당부하였다. 사진부를 담당했던 김영란씨는, “사진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포토샵까지 공부한 친구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라는 말로 일 년 반 동안 그들과 함께한 심정을 짤막하게 토로하였다.
4명의 키보드 합주, 기타 솔로, 2명의 기타 합주, 찬조 출연한 해금 연주, 플룻 듀엣, 드럼솔로 순으로 공연이 이어졌고, 마지막으로 밴드부 전체 합주에 맞춰 크리스마스 캐롤송을 함께 불렀다. 평상시 미사 시간에 꿀 먹은 벙어리처럼 미동도 하지 않아 보좌 신부와 교리교사들의 애를 태웠던 청소년들이 드럼 연주곡인 신해철의 ‘그대에게’가 시작되자 풍선을 힘껏 흔들며 흥에 겨워 노래도 따라 부르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 마음에 열정이 살아있음을 느꼈다. 서양악기들 가운데 홍일점으로 등장한 해금 연주로 ‘창밖을 보라’, ‘루돌프 사슴코’ 노래를 들으니 색다른 느낌이 났다.
같은 시간에 밴드부 공연이 있었던 강당 벽면에는 사진부 4명의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시험기간인데도 불구하고 40여명의 청소년들이 이 자리에 모였고, 신부님들, 수녀님들 그리고 부모님들도 함께 하여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고강동 성당 주임시제인 호인수 신부는 “주일 교중미사 때 밴드부 공연을 하면 어른들이 좋아하실 것”이라며 멋진 공연을 부탁하였고, ‘학생들이 원하는 소원을 한 가지씩 꼭 들어주겠다.’며 인삿말을 했다. 이날 공연이 끝나자 자모회원들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맛있는 식사를 함께 먹으면서 올 한 해 동안 고강동 성당 친구들이 이 자리에 모일 수 있음에 기뻐했다.
고강동 성당 사진부와 밴드부는 청소년 특성화 교육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이다. 우리신학연구소 부설 우리청소년센터-숨 매니저인 김영란과 이경란씨가 각각 사진부와 밴드부를 맡아 안팎으로 열악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청소년 특성화 교육에 참여하였다. 두 사람이 특성화 교육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청소년 담당 박보경 수녀의 초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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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부원들과 김영란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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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부는 주일학교 교리교사의 동반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그 활동이 미미하여 사진을 전공한 김영란씨가 작년 여름부터 맡아 지도하였다. 5명의 청소년들이 이번 사진전을 준비하였으나 한 명이 마지막 단계에 작품을 내지 못하여 4명의 작품만 전시되었다. 사진부 활동을 하면서 사진 분야에 첫 걸음을 뗀 그들이 미약하나마 일 년 반 동안 노력한 결실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은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다. 용기와 자신감이 부족한 청소년들이 사진기를 들고 피사체를 향해 나아간다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도전이었지만 소박하나마 이렇게 전시회를 열 수 있었던 것은 크나큰 진전이라 할 수 있다.
음악과 음악치료를 전공한 이경란씨는 올 3월부터 밴드부 청소년들과 만나기 시작하였다. 새로운 지도자를 만난 밴드부 청소년들은 여러 우여곡절 끝에 기본기를 닦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 규칙적인 연습, 모임 시간 엄수, 기본 리듬 익히기, 노래 부르기는 적당히 연습에 참여하고 미사 때 대강 연주하는 타성에 젖은 그들의 태도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사진부 활동을 통해 사진 세계를 접하고 사진작가의 길로 나아가려는 유준수에게 이번 사진 전시회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사진부 활동을 하면서 사진기 다루는 법, 사진 찍는 방법, 포토샵 사용법 등 배울 것들이 많아서 참 좋았어요. 사진 작업은 참 재미있어요. 학교 수업이 많아서 사진을 찍으러 멀리 나가지 못해서 아쉬워요. 앞으로 사진작가, 미디어 분야로 진출하고 싶어요. 더 이상 김영란 선생님과 성당에서 정기적으로 만날 수 없어서 안타까워요. 하지만 제가 개별적으로 찾아가고, 선생님이 카페를 개설하신다고 하니까 온라인을 통해 자주 만나려고 해요. 사진부 활동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래요. 성당소식을 알리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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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밴드부원들과 이경란 선생
| 밴드부 단장인 박은현은 친구들과 어울려 합주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한다. 은현 친구는 밴드부에 대해 나름 자신감을 갖고 있다.
“팀원들끼리 화합이 잘 되어서 파트별로 연습해도 합주했을 때 무리가 없어요. 다만 악기를 담당하고 있는 친구들은 잘 나오는데 그렇지 않는 친구들은 참석이 들쑥날쑥해서 그런 친구들도 잘 나왔으면 좋겠어요. 올 여름에 있었던 인천교구 밴드부 축제 때 다른 성당보다 많은 인원이 참여하고 제일 뛰어나게 연주해서 우리 밴드부의 홍보효과가 만점이어서 참 좋았어요. 이번 발표회 준비 동안에 친구들끼리 얘기 많이 할 수 있었고 친목을 다지는 기회를 가졌어요. 개인적으로 밴드부 활동이 인격형성에 도움이 되고요, 음악을 전공하려고 하기 때문에 경험을 쌓는데 많은 도움이 되요.”
이번 발표회를 맞아 청소년담당 박보경 수녀의 감회는 남다르다.
“밴드부, 사진부 활동은 주일학교의 특성화 교육이라고 볼 수 있는데, 전문지식과 리더십이 있는 교사들이 부족하여 숨센터의 김영란, 이경란 선생님을 초빙했어요. 청소년들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 쉬운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밴드부가 자리 잡아 가고 있고, 5명으로 구성된 사진부 동아리가 잘 진행되어 다행이에요. 전문적인 내용과 리더십을 발휘해주신 두 선생님에게 많이 감사해요. 사진부에 새로운 멤버가 늘어나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준수처럼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두 선생님이 매번 먼 거리에서 오시는 것에 미안했어요. 우리 청소년들과 더 자주 밀접하게 만나지 못해서 아쉬움이 남네요. 앞으로 두 선생님이 떠나면 성당소속 리더가 밴드부와 사진부 활동을 동반해야 하는데 그게 걱정이네요. 지도자의 동반 없이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이어나갈지 의문이에요. 사진부처럼 특성화 교육은 내용이 담보되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쉽게 모일 수 있는 동기부여도 되고 신자와 비신자 청소년들이 함께 참여하는 것이 가능하죠. 그 모임이 활성화되면 공동체가 꾸려지고 그 안에서 삶의 문제, 신앙생활을 체험하는 나누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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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럼-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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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부를 지도한 김영란씨는 적극성이 부족한 청소년들과 일 년 반을 지내면서 어려운 점이 많았지만 그 동안의 활동을 정리하는 사진발표회가 있어서 기뻤다.
“사진부가 활성화되고 지속성을 갖고 활동하길 바랐지만 잘 되지 않았어요. 성당 자체 지원 교사가 부족한 것이 여러 면에서 어려움을 초래했고, 미사와 주일학교 교사회에도 참여할 수가 없어서 서로 간에 소통하는데 장애가 되었어요. 열악한 여건에 불구하고 준수가 자발성을 발휘하여 자신의 적성을 발견한 것이 참 기뻐요. 내년에는 준수, 동호가 온라인을 통해 지속적으로 사진 활동을 하도록 이끌려고 해요.
다른 곳에서도 고강동 성당처럼 청소년들이 사진부 활동을 원한다면, 소규모의 인원과 컴퓨터, 사진기, 포토샵 등에 필요한 재정 지원이 뒷받침되고, 내부 지도자 한 명이 자발적으로 아이들을 동반한다면 다시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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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금연주 | 일 년 동안 밴드부 친구들과 지도 교사와 힘겨운 씨름은 한 이경란씨는 마침내 아이들이 자신 말투- ‘밴드도 음악이다’-를 흉내 내는 행운도 얻었다.
“밴드부 친구들과 자주 하지 못해서 미안했어요. 내부적으로 지도교사가 한 명이라도 지속적으로 함께 했다면 더 효과적으로 지도할 수 있었을 텐데, 이점이 아쉬워요. 음악은 잘 몰라도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지도교사가 있다면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요. 밴드부의 기능적인 면은 외부 전문가를 초빙하면 충분히 가능해요. 아이들이 방황할 때 늘 곁에 있으면서 이를 잡아줄 수 있는 지도자의 존재는 무엇보다도 중요해요. 그들이 자유롭게 클 수 있도록 주춧돌이 필요한 거죠. 이런 체험을 통해 아이들은 책임감, 소속감을 증진시킬 수 있게 되요. 제가 야단 많이 치고 성질을 냈는데 불구하고 몇몇 아이들이 꾸준히 나오는 것에 감사하고 기억 남아요. ‘밴드부는 음악이다.’, ‘연습에 안 나오면 무대에 오르지 못한다.’고 늘 강조했어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음에도 처음으로 사진부와 밴드부가 공식적인 발표회를 가진 것은 이에 직접 참여한 청소년들은 물론 축제에 참여한 친구들에게도 잊지 못할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글/최금자, 사진/김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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