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신사작가님께서 주신글]
속초시(束草市) 탄생 비화
양양군의 해안가에 있던 작은 포구 도천면(道川面)의
작은 어촌마을이 속초시가 된 사연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옛날 감영(監營)이었던 대처 양양(襄陽)은 동해안에서 가장 큰 도시였는데 지금은 읍(邑) 규모로 줄어들었다.
경상도 울산땅에는 바닷물에 몸을 식히려고 목만 내놓은 수중 바위가 있었다.
신선은 금강산에 별장을 마련하려고 석재를 찾다가 이 바위를 발견하고 금강산으로 옮기라고 했다.
봉황이 바위를 옆구리에 끼고 날아가다가 금강산을 백리 남기고 놓쳐버렸다.
울산바다에서 가져온 바위라고 해서 울산바위라고 한다.
울산현감이 그 바위를 찾으려고 수소문하다 설악산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신흥사 주지에게 내 놓으라고 하자.
왠 동자가 홀연히 나타나, 호수에서 갈잎을 베어 줄을 만들면서, 바위를 동아줄로 칭칭 묶어 놓을 테니 끌고 가면 될 것이라고 했다.
갈잎을 엮는다는 묶을 속에 풀 초를 합쳐 속초(束草)과 된 사연이다.
이에 울산현감이 겁을 먹고 도망 쳤다. 그래서 울산바위는 내내 설악산 소유가 되었다.
사람들은 그런 줄도 모르고 신선들의 휴가용 별장이 있다는 금강산 만물상을 보려고 한다.
그래서 속초는 금강산에 가는 사람들의 집결장소다. 비유하자면 금강산 관광이나 이산가족의 집결장소다.
봉황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려, 활주로를 만들어 놓은 곳이 양양공항이다,
돌아올 봉황을 위해서 성찬을 마련했다. 공항 옆 물치 대포항이다.
설악산 신흥사 일주문을 지나면 10톤이 넘는 구리를 녹여 만든 청동대불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대불을 조성한 의미는 “기다림”이다.
신흥사 주지는 전에 도와준 동자에게 놀이터를 만들어주었는데 이것이 흔들바위다.
속초 양편에는 청초호(靑草湖)와 영랑호(永郞湖)가 있다. 욕심 많은 다람쥐가 볼에 밤(물)을 숨기고 있는 형상이다.
울산 바위는 뜨거운 열기를 주체하지 못하고, 척산 온천 등에서 입김을 토해내지만, 볼 양쪽의 수기(水氣) 때문에 산불을 걱정 안 해도 된다.
울산 바위 오른편에 고성이 있다.
어느 날 울산바위의 화기가 양간지풍으로 고성을 몽땅 불태웠다.
울산바위 왼편에 양양 낙산사가 있다.
한 고승이 양양 낙산사 주지에게 비보(裨補)를 일러주었다.
해안 절벽이 갈라진 틈으로 해수가 들어와서 소용돌이를 치는 곳에 홍련암(紅蓮庵)을 지어, 동굴의 해조음(海潮音)으로 바닷물의 수기(水氣)를 받으면 화제를 예방할 수 있다.
또한 해수관음상을 조성해서 관음보살(觀音菩薩)의 힘으로 화마(火魔)를 막도록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불이 나서 낙산사 절의 일부와 불교문화재가 소실되었다.
그러나 홍련암과 해수관음상만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고 쑥스럽게 남아있다.
중들이 불길을 잡겠다고 허둥대자 낙산사 회주인 무산(霧山) 스님
제 안의 불도 못 끄는 것들이 절간의 불을 끈다고 무슨 난리고!
마음의 불부터 끄라고 일갈했다.
부연하여
송강 정철은 관동팔경(關東八景)을 예찬하는 글을 끝내고, 설악산에 올라 감회를 이렇게 피력했다.
설악의 비경은 벼락같은 경이로움이지만
설악(雪嶽)이 아니라 벼락(霹落)이요.
구경(求景)이 아니라 고경(苦景)이네!
아름다움을 품에 안으려면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그래서 고통스러움을 고경이라고 한 것이다.
전설은 전설일 뿐이다.
종을 만드는데 번번이 실패해서 최후로 장인의 어린 딸을 쇳물에 넣었다.
마침내 종이 완성되었는데 그것이 에밀레종인 성덕사 신종이다.
녹을 수거해서 전설의 진위를 밝히려고 성분검사를 해보니, 증거가 되는 인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설화는 앞으로도 계속 회자될 것이다.
속초시와의 나의 인연
나는 유네스코에서 지원하는 개발도상국 개발사업인 한강유역조사단의 지하수전문가였다.
해안에 인접한 우물에서 짠물이 나온다며, 주부들이 물을 달라고 시위(示威)를 했다.
정부에서는 지하수 전문가인 나에게 물 문제를 해결하라는 과제를 주었다.
지표에 흐르는 물이 없으니 지하에 모여 있는 물이라도 찾아야한다.
태백산맥에서 빗물이 서쪽에 떨어지면 한강이 되어 천천히 서해로 흘러가지만, 동쪽에 떨어지면 바로 동해로 빠지고 만다.
그래서 속초는 댐을 막아 저수(貯水)할 곳이 없다.
지질조사
청초천은 태백산맥의 미시령(826m)에서 발원한다.
물줄기는 동류하여 학사평을 가로질러 노학동, 청학동을 지나 조양동에서 청초호로 들어간다.
척산온천(尺山溫泉) 조사에서 단서를 찾았다. 화강암 지대인데 조개껍질이 붙어있는 퇴적암층이 나온 것이다.
해안이었던 지층이 융기하여 시간이 지나자 퇴적층이 되어, 청초호까지 연장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증거로 노학동과 청학동 논에서 물방울들이 솟아올랐다.
바로 착정(鑿井)공사에 들어가, 7m쯤 뚫자 지상으로 물기둥이 솟아올랐다.
온천수가 지진대를 따라 흐르다가, 치밀한 점토층(粘土層)에 막혀 용출하지 못하고, 구멍을 뚫자 지상으로 솟아오른 것이다.
겨울철에는 김이 무럭무럭 나고, 여름철에는 파이프에 이슬이 맺힐 정도로 시원했다.
지하 심부에서 올라오는 물이라 소독할 필요가 없다.
상수도와는 달리 여과지, 침전지, 배수지가 필요 없다.
온천수라 수질은 믿어도 된다.
하루 2500톤씩 생산한다. 일만 드럼이 넘으니 한사람이 한 드럼씩을 쓴다 해도 일만 명이 사용할 수 있는 수량(水量)이다.
속초 시민들 일부는, 신선도 못 먹어본 물을 마신다.
영국 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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