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 장 )
이렇게 몇몇가지를 해결(?)하고 나니,
저는 약간의 유명세를 타게 되었고 나름대로 자부심을 가지고
조금의 건방을 떨고 다녔는데..... (제가 엄청 잘난 착각속에~~~)
어느 일요일 오후,
중대 내 최고 왕고 분대장(보병 118기) 선배님이 지나가다가 저를 부릅니다.
어이~! 정하사 시간되면 나랑 이야기좀 할수 있나?
어느 안전 이라고.......
중대 연병장 끝 소나무 그늘아래 앉았습니다.
이양반이 꼭 영화 "공공의 적" 에 "산수"로 나오는 이문식 배우와 거의 쌍둥이 처럼 생겼습니다.
(착해 빠지게 보이고, 말도 약간 더듬고, 다소 무시해도 되는~ 뭔가 조금 부족해 보이는........)
물론 이문식배우 보다 나이는 훨씬 많으시고~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스님 이셨다고 합니다.
나는 얼마 있으면 제대를 한다.
내가 그동안 정하사를 지켜봤는데 나름대로 참 잘한다.
정의감도 있고. 군기도 있고, 학교에서 참 잘 배운것 같다.
근데 너무 건방지다.
가볍게 촐랑대고,
잘난척 하고,
안하무인이고,
거칠고,
사람을 무시하는 태도도 문제다.
독사 목이 꼿꼿해도 회초리 한방이면 간다.
過猶不及(과유불급)이다. 넘치는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
그간 자네 분대를 방치한 것은 분명 중대의 간부들과 인접 분대장들의 잘 못이다.
거기에는 여러 사유가 있겠지만,
그건 분명 중대장 소대장의 관리 잘못이다.
지휘 잘못은 그들의 책임이고,
결과 또한 그들의 몫이다.
분대 문제? 그 것은 자네가 해결하면 된다.
나는 제대하면 다시 스님으로 돌아 간다.
부처님 말씀 중에
" 바닥이 얕은 개울물은 큰소리를 내며 흐르지만, 깊은 강물은 소리 없이 흐른다." 라고 하셨다.
물이 가득찬 병은 소리가 나지 않지만 절반만 찬 병은 쫄랑댄다.
진중해라.
너만 못한 사람이 세상에 있는줄 아느냐.
세상은 어수룩해 보여도 처처에 보이지 않는 실력자와 고수가 가득하다.
그 들을 쉽게 보지마라.
그들은 몰라서 가만히 있는게 아니다.
때를 기다릴 뿐이다.
자신을 낮추고,
항상 겸손하고,
자기 자신을 들여다 보라.
엄청큰 거목 처럼 느껴 지시더군요,
말도 전혀 더듬지 안으시고....
뒷골이 서늘해지면서 몸 둘바 를 모르겠고 고개를 쳐들지 못하겠습디다.
멍하게 서있는 저의 어깨를 툭툭치면서~
내가 한 말,
너무 마음에 두지마라.
후배라서 한소리 했다.
잘 해봐~~
하면서 특유의 모습으로 씩~ 웃으면서 휘적휘적 가버립니다.
그간 얄량하게, 호가호위~ 건방떨던 제 자신이 얼마나 후회가 되는지......
한없이 챙피해 지면서~ 반성을 참 많이 했습니다.
그래~ 이제부터는 자신을 낮추고 진중해지자, 다짐 다짐을 했습니다.
그 후 그 선배님 충고를 항시 새기면서 덕분에 오랜 군생활을 무난하게 마친것 같습니다.
"백영술 선배님! 그 때 참 고마웠습니다.
지금쯤 큰 스님이 되셨으리라 믿습니다.
이 선배님을 보면서 대현 은 약우(大賢若愚)라는 노자의 말씀을 실감 했습니다.
그 날 이 후~~
저는 과묵해 지면서 무슨일이든 진지하게 생각하고 처신했습니다.
실행에 앞서 한번 더 생각하고, 언행에 주의를 하고, 사후에는 다시한번 검토를 했습니다.
내가 무쟈게 겸손해지니 맘을 열고 접근하며 도와주려는 선배님들과 상급자들,
하급자들이 생겨 납니다.
분대 보급품도 확보 되었고,
한 동안 개(?)지롤을 한 덕분에 불필요한 간섭도 없어지고,
이제는 오직 분대원들만 갈굴일(?)들만 남았습니다.
솔직히 사역 + 작업은 잘 했지 전투력은 완전 잼병 이었습니다.
나이가 2살 많은 부분대장과 막걸리 한 잔 하면서 허심탄회하게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내 계획은 이러이러 하다.
적극 협조해 줘라.
부분대장은 오케이~~
친척상관이 주고간 거금 5만원중 1만원을 주면서 분대원 사기좀 올려줘라 하니까
두 눈이 동그레 집니다.
그 다음 날 부터 기본 제식 동작 부터 총검술, PRI(아침 점호후 10분, 일과후 석식전 10분씩),
비무장구보, 완전군장비상훈련, 완수신호, 분대전투대형, 소대전체가 같이하는 각개전투,
일과후에는 정훈시험공부, 등등 병 기본훈련부터 제가 아는 모든 것을 착실하고
꼼꼼하고, 좀 무리하게 밀어 붙였습니다.
(그런데 새삼 깨달은 것은~
우리가 학교에서 빡빡기며 투덜대며 피땀 흘리면서 배운 군사교육과 지식과 몸에 밴 행동 습성은
현지적용 기간도 필요없이 그대로 가르치고 지도하고 지휘하면 딱딱 맞아 떨어진다는 사실 입니다.
다시 말해서 전입 간부교육이 필요없이, 실무 분대원을 곧바로 지도 지휘 할수있는 훌륭한 학교 교육을 우리가 받았구나
하는 놀라운 사실입니다.
우리 모교 교육은 즉시 투입이 가능한 전투 최선봉의 창끝 지휘자인
전투 분대장 양성의 요람 이라는 자부심이 넘쳤습니다.)
당연히 불평불만이 튀어 나옵니다.
사역과 작업만 몸에 밴 군대 노가다 였으니까요.
한마디 했습니다.
자 봐라~ 우리가 잘 하는게 없으니까 중대 전체가 깔보는 3소대 1분대다.
오기도 깡다구도 없냐?
너희는 훈련병 수준도 못되는 그 뭣도 아닌 노가다 아니냐? 라고
자존심을 박박 긁어줬습니다.
일정 수준까지만 올리자.
그래서 무시 받지 말자. 라고도 했습니다.
심하다 할 정도로 굴리고~
1주에 2번은 부분대장 에게 주보에 가서
막걸리 한 잔으로 풀어 주라고 했습니다.
요놈의~ 막걸리가 또 한 몫을 합니다.
빡세게 굴려도 챙겨 준다라는 믿음이 돌기 시작 했습니다.
그렇게 전입 2개월이 되어가는 11월 하순 드디어 년말 중대 자체 전투력 측정이 있었습니다.
병공통과목 시험, 정훈시험, 무장구보, 총검술, 실거리 사격, 수류탄(훈련탄) 던지기, 제식훈련,
분대 전술대형(설대, 능대 대형 등등), 태권도 품세~
아무튼 전과목의 70%이상을 1등으로 휩쓸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분대원의 자존심과 자부심이 스스로 생겨 나고,
걸음거리와 숨소리도 절도가 있는 것 처럼 느껴 집니다.
저 역시 엄청 점잖아(?)지고 스스로 만족감이 생깁니다.
중대 인사계님(고참 상사님이 새로 오심)도 분대를 잘 챙겨 주시면서 칭찬과 격려를 해 주십니다.
한 번의 정상 정복과 수준유지가 힘들지~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르니까 시키지 않아도 분대원 스스로 기본 과목은 알아서 반복숙달 합니다.
처음에는 비아냥 대든 중대내 인접 소대와 분대들도
아침저녁 틈새 시간에 병기본 훈련을 하는 분위기가 이루어 집니다.
참모들을 대동하고 예하대를 함께 순찰하시던 연대장님과 대대장이, 이것이 뭐하는거냐?
하며 상황 파악 후 중대장을 엄청 칭찬을 하시고~~
복귀 후 사단장님에게 보고 해서 평상시 전투력 향상에 기여한 공로가 지대하다고
중대장, 소대장은 사단장님 표창과 함께 중대는 사단장 부대표창을 받았습니다.
일하는 놈? 따로 있고, 표창 받는 사람? 따로 있습디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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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대박낫내 ...ㅎ
아이그 내새끼 ( 중대장 왈~) ..
ㅈㅜㅇ대장 진급시키는 독립군이내 ㅎ
옛생각이 만이나내요, ~!
소설을 읽는것같오 당신은 뭐든지 충분이 해내리라 믿습니다 각시 잘 챙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