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암 김완숙님의 서예세계
< 광풍동춘>,35x32
(따뜻한 바람과 온화한 바람이 봄을 움직이게 하는 것처럼 인격이 높은 사람은 남을 감동시킨다)
<自期必得之>,26x46(종자기는 백아의 거문고 소리를 누구보다 잘 감상하고 이해해 주었다)
<守命共時(左傳)>,28.5x40(천명을 지키며 시대에 같이 하는 것을 인이라고 한다
정암 김완숙님
鍥而不舍 金石可鏤의 서예정신
- 정암 김완숙전을 보면서-
"반 걸음이 쌓이지 않으면 천리길을 갈 수 없고, 작은 흐름이 쌓이지 않으면 강과 바다가 이룩될 수 없는 것이다. 준마도 한 번 뛰어 열 걸음을 갈 수 없고, 둔한 말도 열배의 시간과 힘을 들여 수레를 끌면 준마를 따를 수 있다. 공이 이룩되는 것은 중단하지 않는 데 달렸으니, 칼로 자르다 중단하면 썩은 나무라도 자를 수 없으며, 중단하지 않으면 쇠나 돌이라도 자를 수 있다.”
이 글은 정암(靜庵) 김완숙(金完淑)의 작가정신을 표상하는 텍스트다. 잠시도 쉬지 않고 걷다보면 천리길도 마침내 도달하고, 능력이 부족해도 노력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내용으로 순자의 권학편에 나오는 글귀다. 특히 정암은 “칼을 들고 자르다 중단해 버리면 자르기 쉬운 썩은 나무도 잘라낼 수 없으며, 중단하지 않고 자르다보면 쇠나 돌처럼 강한 것도 잘라낼 수 있다[鍥而舍之, 朽木不折, 鍥而不舍, 金石可鏤]”는 구절 가운데 <계이불사(鍥而不舍)>를 작품으로 제작해 백절불굴의 정신으로 서예가의 외길을 걷겠다는 의지를 뚜렷이 밝히고 있다.
정암 김완숙은 20대부터 서예를 시작했다. 월정 정주상선생께 예서와 행초서를, 전각과 전서는 사곡 이숭호 선생께, 한학은 인석 윤의원선생의 문하에서 수학하였다. 한국서가협회 초대작가로 활동하면서 이론을 겸비하고자 중어중문과를 졸업한 뒤 수원대 대학원에 진학하여 서예전공으로 졸업하였다. 대학원에서는 한글을 중심으로 연구하였고, 현재는 행초서에 관심을 두고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있다. 왜냐하면 행초서는 마음속 정서를 가장 적절하게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암은 고전 가운데 손과정, 왕탁, 하소기, 오창석 등 명가들의 작품을 좋아하는 편이다. 특히 기운생동하는 필획을 구사하기 위해 고민해 왔는데 법첩 중 회소의 자서첩과 우우임의 작품집을 보면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고 한다.
정암은 한문학과 서예, 전각에 대한 안목 등을 고루 융합해서 문인정신을 표상하고, 한국적 미의식을 자신의 조형어법으로 가시화하고자 한다. 동양의 전통적 예술논리와 표현방법을 뼈대로 삼고 그 위에 자신의 조형어법을 선보이고자 한다. 붓에 한번 먹물을 찍어 일필휘지로 자신의 맘을 실어 휘호하는 행초서를 지속적으로 연구해 나가면서 거기에 전각과 한글까지 융합하고 동시대 미술사조를 아우르는 조형실험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서예와 전각과 문인화가 한 장에 어울어진 작품 <自期必得之>가 그것이다. 백아와 종자기의 고사를 인용해 작품으로 만든 것인데 우리시대 사람들이 백아의 거문고 소리에 귀 기울려 주는 여유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도 담고 있다.
또한 우리의 삶과 작품이 각각 유리되어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하나라고 보고 있는 작가는 서예가 무엇인지 삶이 무엇인지에 대해 화두를 던지고 있다. 그리하여 ‘이것이 무엇인가?’ <시심마是甚麽>라는 작품을 제작하였다. 10세 때 갑자기 지체장애가 생긴 작가는 모든 욕망과 괴로움을 버리고 온갖 어둠을 모두 여의고 지극히 고요함 몸으로써 깨달으면 모든 번뇌 없이 편안히 살 수 있다고 인식한다. 그리하여 자신이 지향해 나갈 서예술에 대해 던지는 화두인 셈이다. 불가의 육조단경식으로 해석하면, '시심마'라는 것은 한 물건이 있는데 그것은 해와 달보다 더 밝고, 또 검기는 칠 보다 더 검고, 그러므로 제일 밝고 제일 검고 하므로 모든 무한한 가능성이 거기에 다 들어 있다는 것이겠다. 그렇다. 정암은 서예를 통해 인생을 해석하고, 다시 인생길에 서예를 함으로써 자신을 되돌아보고자 하는 것이다. 불가에 귀의해서 비구니 생활을 하는 지인과 삶에 대한 대화를 자주 나눈다는 작가는 이런 마음으로 작품 <반야심경般若心經>을 제작하였다. 작가에게 있어 인생과 서예와 불교는 셋이 아닌 하나의 과제이자 길이라고 보여진다.
무엇보다 서예를 평생 동안 학습해 나갈 道로 생각하는 작가의 조형의식 저변에는 고유섭이 주창한 ‘구수한 큰 맛’의 미감이 깔려있다. 작가는 정치(精緻)한 맛보다 질박하고 어딘가 모르게 순진무구한 것에 우리의 정서가 닿아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구수한 큰 맛을 외국에서 볼 수 없는 우리의 소박하고 단순한 미적특징으로 보고 이를 작품의 모티브로 삼으면서 지속적으로 작품속에서 구현해 나가고자 한다. 그런데 이런 미감을 축적하기 위해서는 치열하게 서예전반에 대해서 속속들이 배워야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배움에 대한 열정, 욕망은 그의 작품으로 승화된다. 천리걸음도 발밑에서 시작된다는 작품 <千里始足>이 간접적인 화법이라면, 시각적으로 한 눈에 들어오게 한 글자를 크게 써서 강조한 <學>이라는 작품은 보다 직접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구도자처럼 진지하게 서예를 알고 깨달아 자신만의 조형시각으로 표현해 보고자 하는 그의 소망은 멀지 않은 시기에 봄꽃처럼 개화 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한국적 아름다움에 대한 뚜렷한 미의식을 가지고 있고, 작가의 좌우명이기도 한 불광불급(不狂不及 ; 자신이 하는 일에 미치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다는 의미)의 열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0. 3
앞산이 보이는 무심헌에서 정태수(한국서예사연구소장)
먹향 은은한 봄길을 걸어가면서
무척이나 춥고 눈이 많이 내린 겨울을 보내고 나니 ‘立春大吉 建陽多慶’이란 입춘방처럼 봄은 어김없이 우리 곁에 왔습니다.
저는 학창 시절 중년이 되었을 때를 그리며 고상한 취미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박한 마음에서 서예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한 해, 두 해, 해를 거듭 할수록 서예의 길이 멀고도 쉽지 않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저를 지도해 주신 月汀 鄭周相 先生님께서는 서예란 무엇이며 어떤 방법으로 서예가의 길을 걸어가야 하는지에 대해 그 의문을 풀어주셨고, 항상 서학도의 기본이념이며 갖춰야 할 자세인 法古創新의 精神을 강조하셨습니다. 그 정신을 본받아 먹을 갈면서 마음을 기르다보니, 먹물따라 가는 붓길이 즐겁고 희망을 심어주는 봄길 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중년의 길목에 서서, 다변하는 현세의 문화흐름에 맞춰, 筆墨의 다양성과 심오한 美 〮 ⦁ 感의 모색을 향한 발걸음을 디딥니다.
누구에게나 위기와 기회는 함께 온다고 합니다. 그 기회를 놓치면 위기가 되며 위기를 기회로 잡을 수 있는 지혜가 있다면 그것은 행운이 될 것입니다.
부족한 저에게 이 장을 펼 수 있도록 추천해주신 塗丁 權相浩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미흡하고 부끄럽지만 용기를 내어 江湖에 선을 보입니다. 諸賢의 아낌없는 叱正을 부탁드리며, 끝으로 부족한 작품에 예술성을 작품에 불어 넣어주신 백승휴 사진작가께도 감사를 표합니다.
경인년 봄날 김완숙
김완숙 약력
개인전
한국여류정예작가 초대 개인전 이형아트센타(2010)
경력사항
-경기도 안양출생.
-아호 : 靜庵 靜塘 碧松 耆墨軒 늘솔
-月汀 鄭周相 先生 師事
-砂曲 李崇浩 先生 師事
학력
-수원대학교 미술대학원 서예전공 석사 졸업
(논문제목 : 서예의 시대성과 美⦁感 연구)
(행서,초서를 중심으로)
공모전
-1994년 대한민국 서예대전(월간서예) 우수상(전각)
-1994년 대한민국 서법대전 우수상(전각)
-99,01년 대한민국 서예전람회 특선 2회(전각)
-2001년 대한민국 장애인 미술대전 우수상(서예)
-2006년 서령인사 전각예술평전 입선,
- 월간서예, 대한민국서예대전, 매일서예대전
대한민국미술대전, 대한민국서도대전 동아미전 입상다수
현재
-한국서가협회 초대작가
-대한민국 장애인 미술대전 추천작가
주요 전시
-수원대학교 미술대학원(고운미술관)
-2008베이징올림픽 아트전(중국북경)
-국제난정필회 서법전, 태묵전, 월정 묵연전
-수미서연우회전, 일어서는 사람들전
-한국미술 100인 초대전
-수원 한국서예 박물관 개관기념 작품 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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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