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는 새벽 5시
불광천 푸른 덤불 밑으로 잔잔한 물결은 소리없이 흐르고, 희뿌연 새벽 안개 속에 가로등도 조는듯 아침을 맞는다.
어둑하고 고즈늑한 이 길을 풀벌레소리 장단삼아 천천히 한강변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하루 시작을 알리는 의례식이다. 지금은 조용한 이 길이 돌아올 쯤인 한시간 후면 날도 훤히 밝아지고 또한 부지런한 사람들로 물결을 이루겠지...
슬슬 몸을 풀며 수색역을 지나면 바로 큰비만 오면 제2의 잠수교가 되는 상암지하도이다. 음습하기도 한 이 길을 지나면 마치 보상이라도 하려는듯 월드컵경기장을 잇는 붉은 아치형 다리가 가로등 불빛에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그 아래로 불광천은 곧 반가운 친구 홍제천을 만나 다정하게 속삭이며 성산대교를 지나 한강을 향해 달려나간다.
드디어 한강변에 도착하면 넓고 툭 트인 시야에 가슴이 다 시원하고 실려오는 강바람에 심호흡을 크게하며 시간을 확인해 본다. 20분이 채 지나지 않은 시간, 몸도 제법 풀려지고 마음도 가벼워져 내쳐 마음껏 달려보며 그날의 몸상태를 점검해 본다. 철탑까지의 2km, 약 10분 거리가 이 시간의 하이라이트다.
철탑을 지나 약 300m, 쓰레기 하치장을 지나면 여기서부터는 또 분위기가 달라진다. 사각사각 부드러운 흙길과 버드나무 군락지로부터의 상큼한 공기 내음이 어둑한 길을 따라 반가이 맞아준다. 자연 그대로 가꾸어지는 고수부지 잡풀 군락지를 따라 나아가면 어느듯 가양대교 밑 한강 유람선 도크다. 수색역에서 꼭 30분 거리, 그날의 반환점이다.
돌아오는 길은 철탑아래 강물과 가장 인접한 길이다. 주말이면 드문드문 강을 향해 드리운 낚싯대에 이제 일과를 마무리 할 시간인 듯 강태공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포근한 잠자리를 마다하고 무엇을 낚으려 이토록 긴 밤을 지새울까? 흐르는 세월을 낚으려? 아니면 지나간 아련한 추억을? 또는 다가올 미래를??? 그네들은 외려 나를 보고 무엇을 바라고 이 신 새벽부터 땀을 쏟으며 그렇게 달리느냐고 여길까?
하루중 땀을 뿌리며 달리는 이 고요한 한시간이 나에겐 소중한 명상시간이기도 하다. 흐르는 강물처럼 마냥 흘러가는 이 인생의 뒤안길을 조용히 반추해 보며 삶의 의미와 방향을 되새김 해보는 그런 시간이기도 하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느냐와 같이 이 생애엔 대체 무엇을 깨치러 왔으며 관뚜껑 덮을 그날엔 과연 무엇을 잘 배우고 가노라고 말 할 수 있을까?
이 생각 저 생각에 벌써 한강변을 돌아 다시 불광천으로 들어서면 어느듯 날도 훤히 밝아오고 시간도 출발한지 50분이 넘어선다. 비록 몸은 조금씩 지쳐가지만 자세를 다시 바로 곧추 세운다.바로 반가운 손님, 우리 새벽 팀을 맞이 할 시간이다. 오늘은 몇 분이나 나왔을까? 또 어떤 표정들일까?
가끔 만나지만 모자를 눌러쓴 채 고개를 까닥까닥 상하로 규칙적으로 움직이며 한눈 파는일 없이 전방만 주시하며 달려오는 이가 있으니 바로 송미자님이다. 언제 봐도 묵묵하고 성실하며 여럿이보다는 혼자서 조용히 달리기를 음미하며 즐기는 듯하다.
비슷한 스타일이 바로 김영욱, 김기성님이다. 멀리서도 자세가 안정되고 어딘지 고수의 품위가 물씬 묻어난다. 역시 손을 슬쩍 흔들며 씩 웃을뿐 말이 없다. 이 고수들과 같이 보조 맞추는 홍일점이 있으니 바로 명성이 드높은 육해숙 부회장님이다.언제 보아도 몸이 가볍고 기가 살아있다. 멀리서도 팔을 높이 흔들며 활짝 반겨준다. 이 이른 아침의 신명이 하루를 가고 그 하루하루가 쌓여 일년 열두달 신명을 내니 어찌 그 명성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졌다 하리요...
조금 뒤로는 금영종,안만섭님이 늘상 짝이 되어 함께 발을 맞춘다. 금영종님은 그 달리는 와중에도 오랜만의 만남이면 가던 길을 멈추고 손을 잡고 반겨준다. 그 정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안만섭님이 속도에 욕심을 내지 않음이 금영종님과의 함께함 때문이라면 그 우정이 더욱 고귀해 보인다. 그리고 그 옆에 늘상 함께 하던 이가 있었으니 바로 김시열님 자리다. 요즘따라 그 빈자리가 새삼 허전하게 다가온다. 어서 빨리 함께 할 날들이 와야 할텐데...
아주 가끔이지만 이동율 부회장님, 임채선 전임 회장님, 학다리 이수영님의 모습도 접할때가 있다. 이렇게 무시로 만나는 이들과의 반가운 마음에 돌아오는 이 길이 출발 때와는 사뭇 다르게 힘든지도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하루 새벽을 마무리하게 한다.
어느듯 수색 전철역에 도착하게 되면 이 곳을 지난지 꼭 한시간 만이다. 이제 집까지는 칠~팔백미터, 거의 이쯤에서 마지막 한 팀을 조우하게 되니 바로 오누이 같은 부부 심언준 커플이다. 얼굴이며 눈, 웃는 모습까지 어찌 그리도 닮았는지 처음 대하면 남매로 보기 십상이겠다. 부부도 살다보면 닮아 간다지만 그리 오래 산 세월도 아닌 듯 한데... 심언준님의 부인 사랑은 다정히 보조 맞추는데서 여실히 드러난다. 쉬운 듯 하지만 오래하기 힘든게 속도 다른이 와의 보조 맞추기일텐데,새삼 나머지야 물어 무삼하리요.
오늘도 이렇게 새벽을 마무리하고 나면 하루종일 마음이 뿌듯하답니다.다른 일에서도 활력을 얻게 되지요. 쉽게 그만두지 못하는 이 새벽 달리기, 혼자서도 즐겁고 동료가 있어 더욱 즐거운 달림이 하루,이것이 저의 하루를 시작하는 작은 행복 의례식 이랍니다. 여러분도 모두 행복한 달림생활 되시길...
첫댓글새벽을 활기차게 여는 신형의 모습이 눈에 선하구료. 시월의 알선 급제, 춘마에서 보스턴행 티켓 예약, 지방간 탈출 등 일석 삼조의 비결이 바로 눈비비고 일어나 달리는 새벽달리기에 있구료. 나도 새벽 열차에 동승하고 싶지만 체력이 감당을 못하니. 일요일 하프 대회에선 얼굴 좀 보여 주시구려.
첫댓글 새벽을 활기차게 여는 신형의 모습이 눈에 선하구료. 시월의 알선 급제, 춘마에서 보스턴행 티켓 예약, 지방간 탈출 등 일석 삼조의 비결이 바로 눈비비고 일어나 달리는 새벽달리기에 있구료. 나도 새벽 열차에 동승하고 싶지만 체력이 감당을 못하니. 일요일 하프 대회에선 얼굴 좀 보여 주시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