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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관련 스크랩 글 스크랩 암발생의 우연성에 관한 논쟁을 보며
브이맨2 추천 0 조회 102 17.02.04 12:26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암은 여전히 은유로서의 질병인가

 

[강석기의 과학카페 215] 암발생의 우연성에 관한 논쟁을 보며

| 기사입력 2015년 02월 16일 16:20 | 최종편집 2015년 02월 16일 18:00

   

 

 

질병은 그저 질병이며, 치료해야 할 그 무엇일 뿐이다.
- 수전 손택

 

‘뉴욕 지성계의 여왕’으로 불리며 미국 최고의 문필가로 이름을 날린 수전 손택(Susan Sontag)은 글을 쓰는 직업을 꿈꾸는 많은 여성들의 롤모델일 것이다. 손택은 에세이, 소설, 희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했는데 특히 에세이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수년전 손택의 에세이집 ‘강조해야 할 것’을 읽으며 ‘이렇게 지적인 여성과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며 담소를 나누면 근사할 텐데…’ 하는 생각을 잠시 했던 기억이 난다.

 

손택은 의학에 관련된 책도 썼다. 1978년 출간한 ‘은유로서의 질병(Illness as Metaphor)’과 1989년 출간한 ‘에이즈와 그 은유(AIDS and Its Metaphors)’다. 둘 다 분량이 짧은 편이라 두 권을 합쳐 ‘은유로서의 질병’이라는 제목으로 2002년 번역서가 나왔다.

  

은유로서의 질병이란 무슨 뜻일까. 손택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제시한, ‘어떤 사물에다 다른 사물에 속하는 이름을 전용(轉用)하는 것’이라는 은유의 정의를 따른다고 설명한다. 즉 어떤 질병이 본질적으로 그 질병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의미를 갖게 되면서 그 질병을 앓는 환자들에게 병으로 인한 고통 이상의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 손택은 이런 식의 은유가 전혀 바람직하지 않은, 즉 환자를 이중으로 괴롭히고 회복하려는 의지마저 꺾는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심리학적 이해는 질병의 실체를 가려

 

손택은 은유로서의 질병으로 결핵과 암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한국 근대문학을 이끈 작가들 가운데 이상, 김유정, 나도향 등 폐결핵(폐병)으로 요절한 천재들이 있듯이 서구문학계도 체코의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를 비롯해 영국의 시인 존 키츠과 소설가 D. H. 로렌스 등 여러 작가들이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또 많은 문학작품이 결핵을 중요한 테마로 다뤘다.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에서 코제트의 어머니인 팡틴느가 결핵으로 세상을 떠나자 장발장이 양아버지가 된다. 결핵문학의 최고봉은 독일 작가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이 아닐까. 친구 병문안차 결핵요양소에 들른 한스 카스토르프는 우연히 자신도 결핵에 걸렸음을 알게 돼 눌러앉아 7년간 머물며 정신적으로 성숙한 인간이 되지만 결국 죽음을 맞는다.

 

손택은 20세기 전반까지 결핵이 은유로서의 질병을 대표한 이유를 다각적으로 제시한다. 즉 전염병으로 환자를 고갈시켜 많은 경우 죽음으로 몰아가는 결핵은 당시로서는 마땅한 치료법이 없었기 때문에 두려움의 대상이었지만 동시에 신비로운 질병으로 여겨졌다. 많은 예술가들이 결핵으로 쓰러지면서 이런 환상은 더욱 강화됐다.

 

낭만주의자들은 결핵이 “천한 육체를 분해해 인격을 영묘하게 만들어 주며 의식을 확장시켜 준다”고 미화했다. 결핵은 정념(情念)의 질병으로 여겨졌고, 결핵환자는 육체의 소멸을 가져오는 열정으로 소모되는 사람이었다. 토마스 만은 ‘마의 산’에서 한 등장인물의 입을 빌어 “이 질병의 증세는 사랑의 힘이 드러나는 것을 감출 뿐입니다. 질병이란 게 원래 변형된 사랑일 뿐이죠”라고 쓰고 있다.

 

또 결핵은 천성적인 희생자들, 즉 살아남기에 충분할 만큼 삶에 애착을 지니지 않는 민감하고 수동적인 사람들의 질병이라고 찬미되곤 했다. 그 자신도 결핵환자였던 영국의 시인 퍼시 셸리는 키츠에게 “폐병은 자네처럼 멋진 시를 쓰는 사람들을 특히 좋아하는 병이라네”라고 말했고 20세기 말의 한 비평가는 결핵이 사라지는 바람에 문학과 예술이 쇠퇴했다고 설명할 정도였다고 손택은 쓰고 있다.

 

그러나 1944년 항생제 스트렙토마이신이 발견되고 1952년 강력한 약물인 이소니아지드가 나오면서 결핵은 치료가 되는 질병으로 ‘추락’했고 더 이상 은유의 힘을 갖지 못했다. 이제 사람들은 암으로 눈길을 돌렸다. 치명적이었지만 낭만성도 있었던 결핵과는 달리 암은 전적으로 부정적인 은유로 넘쳐났다. 손택은 “결핵은 연약함, 감수성, 슬픔, 무력함을 나타내는 은유였다. 반면에 냉혹하고 무자비하며, 타인의 희생을 가져오는 것은 그 무엇이든지 암에 비유됐다”고 쓰고 있다.

 

암은 냉정하고 억제력이 강하며 억압된 성격을 지닌 사람들이 그 반대급부로 얻게 되는 질병이라는 믿음이 널리 퍼져있다(지금도 그런 것 같다). “질병은 부분적으로 외부의 세계가 희생자에게 무슨 일인가를 저지른 결과이긴 하지만, 대개의 경우에는 희생자가 자신의 세계와 자신 스스로에게 저지른 일의 결과이다”라는 관점이 득세했다. 손택은 “이처럼 터무니없고 위험한 관점은 질병의 책임을 환자에게 덮어씌우는 짓”이라고 주장했다. 

 

손택은 “질병을 인과응보로 여기는 관념은 오랜 역사가 있는데, 특히 암의 경우 기승을 부렸다”며 “어떤 질병에 도덕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만큼이나 가혹한 일은 없다”고 쓰고 있다. 손택은 책에서 “언젠가 나도 미국이 베트남에서 자행하고 있는 전쟁에 절망한 나머지, ‘백인종은 인류 역사의 암이다’라고 쓴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악역이 막판에 암에 걸려 “왜 내가?”라고 저항하다가 마침내 참회하며 죽음을 맞는 건 여전히 드라마의 단골 설정이다.

 

손택은 암을 상처받은 생태계의 반란으로 보는 시각, 즉 자연이 기술을 숭배하는 사악한 세계에 복수를 하고 있다는 주장은 궤변이라며 “암환자의 90%가 ‘환경 요인’으로 암에 걸렸다느니, 경솔한 다이어트와 흡연이 암 사망률의 75%를 차지한다느니 하는 조악한 수치들에 휘둘린 나머지, 일반 대중들은 헛된 희망을 갖거나 무지 속에서 공포에 떨곤 한다”고 쓰고 있다. 손택은 “오늘날에는 제대로 처리되지 못한 감정 때문에 암이 발생한다고 했던 말만큼이나, ‘환경 요인’ 때문에 암이 발생한다는 말이 일종의 상투어가 됐다”고 덧붙였다.

 

● 대장암이 소장암보다 흔한 이유

 

학술지 ‘사이언스’ 2월 13일자 서신란은 흔치 않은 구성으로 편집됐다. 보통은 이전에 실린 논문 서너 편에 대한 독자 반응(저자의 답신이 있는 경우도 있다)을 싣는데 이번에는 1월 2일자에 실린 한 논문에 대한 서신과 답신으로만 채워졌다. 독자의 서신은 여섯 편이나 되는데 하나같이 논문에 대한 문제제기다. 도대체 무슨 논문이기에 이렇게 난리인가 싶어 읽어보니 암의 발생 원인에 대한 통계적 연구결과를 놓고 벌어진 일이다.

 

미국 존스홉킨스의대의 암유전학자 버트 보겔스타인 교수와 수리생물학자 크리스티안 토마세티 박사는 신체조직에 따라 암 발생률이 왜 그렇게 큰 차이를 보이는가에 대한 의문에 답하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 즉 오늘날 암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환경 요인과 유전 요인이 정말 그렇다면 이렇게 편차가 클 리가 없다는 것.

 

예를 들어 음식물에 포함된 발암물질(환경 요인)이 소화기 암을 일으킨다면 장기에 따라 암 발생률이 최대 24배나 차이가 나는 걸 설명하기 어렵다고. 음식이 지나가는 소화기관 순서대로 보면 일생동안 걸릴 위험성이 식도암은 0.51%, 위암이 0.86%, 소장이 0.2%, 대장이 4.82%다. 연구자들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진화생물학의 이론, 즉 암은 ‘다세포 생물이 진화하며 치러야 하는 대가’라는 측면에 주목했다. 즉 세포가 분열(DNA복제)을 하다보면 실수가 생기기 마련이고 실수가 쌓이다보면 암이 생긴다는 것.

 

이들은 신체조직에 따른 줄기세포의 평생에 걸친 분열횟수를 추측한 논문들을 추적했고 동시에 각 조직별 암 발생률 데이터도 모아 둘 사이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암 발생률 데이터는 넘쳤지만 줄기세포 분열횟수 데이터가 많이 않아 31가지 암만 조사했다. 유방암, 전립선암 등 흔한 암들이 이번 연구에서 제외된 이유다.

 

연구자들은 둘 사이에서 0.804이라는 높은 상관계수를 얻었다. 상관계수가 1이면 두 변수가 100% 비례하는 것이고 0이면 전혀 관계가 없다는 뜻이다. 두 변수 사이가 인과관계라면 상관계수의 제곱이 한 변수가 다른 변수에 미치는 영향력이라고 한다. 즉 암 발생의 65%는 줄기세포의 분열횟수로 설명할 수 있다는 말이다. 세포분열이 왕성한 조직일수록 실수가 일어나는 횟수도 많기 때문에 암이 생길 가능성도 높다는 것.

 

다음으로 연구자들은 ‘기타 위험성 지수(extra risk score, 줄여서 ERS)’를 정의했다. 즉 평생에 걸친 특정 유형의 암 발생률과 해당 조직의 줄기세포 분열 횟수(상용로그값)를 곱한 값이다. 어떤 암의 ERS가 클수록 암 발생에서 환경 요인이나 유전 요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말이다. 연구자들은 31가지 암 가운데 ERS가 큰 순서대로 9가지를 묶어 D-종양(D는 deterministic(결정론적)을 뜻한다)이라고 불렀고 나머지 22종을 묶어 R-종양(R은 replicative(복제하는)를 뜻한다)라고 분류했다.

 

ERS가 18.49로 가장 크게 나온 가족성선종성용종(FAP)대장암은 말 그대로 유전적 영향이 큰 암으로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대장암의 98%를 차지하는 대장선암은 ERS가 2.58로 D-종양에 속해있지만 R-종양과 경계선에 있다. 연구자들은 전체 암 발생에서 유전 요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5~10%라고 쓰고 있다.

 

논문을 읽다보니 흥미로운 구절이 보였다. 즉 사람에서는 대장암이 소장암보다 훨씬 흔하지만 생쥐에서는 그 반대라는 것. 그런데 사람은 대장에서 줄기세포분열 횟수가 훨씬 많지만 생쥐에서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소장에서 더 많다고 한다. 문득 예전에 한 한의사가 암은 ‘음(陰)의 질환’이라며 대장은 음의 장기이고 소장은 양의 장기이기 때문에 소장암이 없다고 설명하던 걸 본 기억이 났다. 그렇다면 생쥐는 소장이 음의 장기이고 대장이 양의 장기란 말인가.

 

연구자들은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암 발생은 대부분 세포분열시 일어나는 임의의 돌연변이라는 ‘불운(bad luck)’의 결과라고 결론내렸다. 따라서 생활습관을 개선해 암을 예방하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도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같은 호에 이 연구를 소개한, ‘암이라는 불운(The bad luck of cancer)’라는 제목의 기사도 실렸다. 기사에서 네덜란드 후브레쉬트연구소의 줄기세포?암생물학자인 한스 클러베스는 이번 연구에 대해 “암 발생이 임의로 일어난다는 사실이 두려운 일일수도 있지만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며 “암환자 대부분은 운이 없었던 것일 뿐이므로 암에 걸린 게 자신들의 탓이 아니라는 위안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 암 발생 대부분은 진화의 부작용일 뿐

 

필자가 보기에는 참신한 연구에 메시지도 좋았는데 왜 이렇게 격렬한 반발을 불러왔을까. 서신들을 읽어보니 주로 실험설계를 잘못했다는 지적과 해석이 틀렸다는 언급이다. 첫 서신은 환경의 역할을 강조한 것으로 나라나 직업에 따라 발생률이 큰 차이가 나는 암이 많다는 것. 다음 서신은 믿을만한 줄기세포 분열 횟수 데이터가 없어 위암과 유방암, 전립선암처럼 흔한 암들이 배제된 상태로 얻은 결론은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것. 세 번째 서신은 논문이 적용한 줄기세포 분열 횟수 데이터도 믿을 만한 게 못 된다는 주장이고 그 다음 서신은 암 예방 노력은 여전히 매우 중요하며 줄기세포 분열과 오류 횟수가 단순히 시간과 우연의 곱은 아니라고 언급했다. 

 

1월 2일자 논문의 저자인 토마세티와 보겔스타인은 한쪽 반 분량의 답신에서 “이번 논쟁은 ‘암을 일으키는 돌연변이의 원인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놓고 벌어지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서 “환경 요인, 유전 요인과 함께 세포분열과정에서 임의로 일어나는 변이도 원인이라는 건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그 상대적인 중요성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며 “우리가 처음으로 그 일을 했고 암 발생에서 복제 변이의 비중이 상당히 크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자들은 “우리가 논문에서 ‘불운’이라는 말을 쓴 건 많은 암환자와 가족들이 병에 걸린 데 대해 통제할 수 없는 죄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라며 “특히 자녀들이 암에 걸린 경우 암을 생기게 한 생활습관이나 환경을 방치한 데 대한 죄의식에 시달린다”고 언급했다. 저자들은 “많은 경우 발암 요인은 외부에서 온 게 아니라 복제과정의 실수 때문”이라며 “이는 불가피한 일로 진화의 부작용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1939년 수전 손택이 다섯 살 때 아버지가 결핵으로 사망했다. 당시 어머니는 아버지가 죽었다는 사실을 숨겼고 나중에 알게 되자 죽음의 원인을 숨겼고 아버지의 무덤이 어디에 있는지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1966년 서른세 살 나이에 평론집 ‘해석에 반대한다’를 출간해 ‘뉴욕 지성계의 여왕’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승승장구하던 손택은 1976년 유방암 진단을 받는다. 투병생활을 하며 손택은 암이라는 질병에 찍힌 낙인이 환자의 재활 의지를 꺾는 현실을 절감했고 이에 대한 투쟁의 글을 1977년 ‘뉴욕타임스’에 글을 기고했다. 이를 이듬해 책으로 엮어 낸 게 ‘은유로서의 질병’이다.

 

유방암을 이겨낸 손택은 그러나 1998년 자궁암에 걸렸고 역시 강한 의지로 투병생활을 버텨냈다. 그러나 2004년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손택이 살아있어 이번 연구결과를 알았다면 이렇게 얘기하지 않았을까.

 

“그래 맞아. 난 그저 운이 없어 암에 세 번 걸렸을 뿐이야…”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sukkik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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