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상의 전개 방식(구성) 1행 : 자아와 관계없이 돌아가는 가정 생활 2행 : 생활인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자신의 현실에 대한 강박관념과 자책의 표현 3행 : 가장으로서의 자신의 존재에 대한 무력감 4행 : 제웅처럼 상징적인 존재로만 남아있는 자신에 대한 무력감과 자조의식 5행 : 6행 : 날카롭고 냉엄한 이미지를 통한 현실의 비정함과 갈등 7,8행 : 가난에 시달리는 가정 형편과 집을 저당잡히는 현실을 가정하는 개인적 고뇌 9행 : 생활이 없는 현실을 극복하려는 절박한 심정
◆ 표현 이 상의 시는 이 작품을 포함해서 대부분 행과 연의 구분은 물론, 띄어쓰기까지 무시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것은 작가의 의도적 배려로서 문장에 대한 전통적 기법이나 의식, 심지어는 인생에 대한 상식적인 질서까지도 거부하는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작품의 화자는 철저한 독백으로 자의식의 내면을 토로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오히려 이 작품은 주제의식의 측면에서 보면 단순한 자의식적 관념을 드러내기만 한 것이 아니라, 화자 자신의 삶의 일상에 대한 사색을 통해 고립되고 폐쇄된 생활 부재의 현실을 극복하려는 내면적 의지를 보여준다는 점이 특징이다. 따라서 가정을 이루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일상인의 삶을 동경하는 모습은 곧 현실적 자아와 이상적 자아의 분열 현상을, 화자의 자의식 내부에서 경험함으로써 나타난 결과이다.
▶ 감상의 초점 '문을 잡아 당겨도 열리지 않는'것에서 알 수 있듯이 화자의 가정은 정상적 삶이 이루어지고 있는 공간이 아니다. 이에 화자는 가정을 꾸며 일상적인 삶을 사는 이들을 부러워하고 있다.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초현실주의시 ▶ 운율 : 내재율 ▶ 성격 : 상징적 관념적 초현실주의적 ▶ 주제 : 정상적인 가정 생활에의 염원 일상적 삶에의 동경
▶ 이해와 감상
이상의 시는 대부분 행과 연의 구분은 물론 띄어쓰기까지 무시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것은 문장의 전통적 기법이나 의식, 심지어는 인생에 대한 상식적인 질서까지도 거부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적 배려로서 이상은 실제 생활에서도 그와 같은 다다(dada)적 경향을 많이 보여준 문단의 기인(奇人)이었다. 이 시의 화자는 철저한 독백으로 자의식의 내면을 토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주제 의식의 측면에서 보면 단순히 자의식적 관념을 드러내기만 한 것이 아니라, 화자 자신이 일상적 삶에 대한 사색을 통해 고립되고 폐쇄된, 생활 부재의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여 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다른 시들과 구별된다. 자신의 현실적 삶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이 시는 제목에서부터 생활적 색채가 짙게 나타나는 <가정>으로 되어 있어 시인이 겪던 생활의 아픔을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먼저 화자는 자신의 삶이 도무지 사람 사는 것 같지 않기 때문에 '문을암만잡아다녀도안열리'게 됨을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이 작품이 시작된다. 그런 화자에게 '밤'은 '사나운꾸지람으로나를졸르'는 대상으로 나타나는데, 이것은 생활인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갖는 강박 관념과 자책의 표현이다. 자신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문패'를 볼 때마다 가장으로서 자신의 존재가 참으로 무력해짐을 느끼는 화자는 그럴수록 '제웅처럼자꾸만감해가'는 부끄러움을 갖게 된다. 자신이 비록 가장으로서의 역할은 다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한 가정의 당당한 일원으로 생활하고 싶은 욕구로 '봉한창호어데라도한구석터놓아' 달라고 아내에게 말하는 화자는 곧 이어 '지붕에서리가내리고뾰족한데는침처럼월광이묻었다'라며 날카롭고 냉혹한 이미지인 '서리'와 '월광'을 통해 비정한 현실 속에서 겪는 여러 가지 갈등을 토로하게 된다. 그리고 '병을앓는' 것같이 가난에 시달리는 자신의 가정 형편으로 말미암아 결국에는 집을 저당 잡히는 착각에 빠지는 고뇌의 심경을 밝히지만, 고통에 굴복하기는커녕 생활이 없는 현실을 극복하려는 절박한 심정으로 '안열리는문을열려고' '문고리에쇠사슬늘어지듯매어달리'는 노력을 보여 주는 생활인으로서의 진지함이 나타난다. 이 작품의 내면에는 가정을 이루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일상인의 삶을 동경하는 화자의 모습이 배어 있는데, 이것은 <꽃나무>, <거울> 등에서 줄기차게 보여 주던 현실적 자아와 이상적 자아의 분열 현상을 화자의 자의식 내부에서 경험함으로써 얻어진 결과라 하겠다.
이 작품에서 보여 준 건전한 생활인으로의 의식 변화가 그로 하여금 1936년 6월 정상적인 결혼 생활을 이끌어 준 것으로 보이며, 아울러 그 해 10월 새로운 문학을 위한 재충전과 건강한 삶으로의 방향 전환을 위해 도일(渡日)하게 한 기틀이 된 것으로 여겨진다. 물론 이 작품에 등장하는 아내가 누구인가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창작 시기를 보면 '금홍'과 헤어진 이후이며, '변동림'과 결혼하기 이전이므로 작품 속의 아내는 '권순옥'일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가정을 꾸리고 정상적으로 살아가는 일상인의 삶을 동경하는 마음이 반영된 것으로 보아 아내는 허구적 존재로 해석해야 마땅할 것이다. 이상은 27년이라는 짧은 인생을 온몸으로 살아간 시인이었다. 백부(伯父)의 양자(養子)로 입양되어 겪은 유년 시절의 독특한 체험과 가정의 파산으로 인해 미술에 대한 뛰어난 재능을 포기하고 안정된 일자리를 얻기 위해 기술자의 길을 선택한 소년 시절의 번민과 좌절, 구인회 가입과 폐결핵으로 점철된 실의와 절망의 청년 시절, 요양차 배천 온천에 갔다가 이루어진 기생 '금홍'과의 비정상적 부부 관계나 그녀와 헤어진 후 여급 출신 '권순옥'으로 이어진 이상스런 애정 행각, 그리고 자신의 문학과 삶을 이해하고 사랑해 준 이화 여전 출신의 '변동림'과의 짧았던 정상적인 결혼 생활 이러한 27년의 생애를 살면서 그는 총 90여편의 시를 남겼다. 이 중 절반 가량은 일문(日文)으로 쓰여진 것으로, 그는 모국어 의식도 지니지 않은 채 단지 기호(sign)적 장치로서의 문학만 추구하였다. 그것이 시에서는 지금까지 본 것과 같은 전통적 시 형식의 파괴와 언어적 유희로 나타나고, 소설에서는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사소설(私小說)의 창작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 심화학습
띄어쓰기를 하지 않음으로써 얻는 효과 - 띄어쓰기를 무시함으로써 우선 기존의 질서나 일상적인 것들에 대한 거부감을 효과적으로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또 단어와 단어 사이를 띄지 않아 독자들이 시를 해독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함으로써 평범한 말에도 관심을 가지고 읽게 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이 밖에 시각적인 효과도 거둘 수 있는데, 띄어쓰기 공간이 제거됨으로써 느껴지는 답답함을 활용해 시적 자신의 답답한 심정을 효과적으로 드러내 준다.
◆ 참고사항
이 상의 제웅의식 → 이 상은 태어나자마자 조부의 뜻에 의해, 아들이 없는 백부의 큰아들 겸 김씨 가문의종손이라는 막중한 기대와 억압 속에서 유년을 보내게 되면서, 문벌과 가계의 중요성을 내세우는 조부와 백부의 봉건적 유교 윤리에 갇히고 만다. '내 뼈붙이', '내 살붙이', '내 핏줄'이라고 무작정 자신들과 동일시하며 못다 한 자신들의 꿈을 쏟아 부으려는 조상들에게 이 상은 혐오와 거부와 증오를 느낀다. 그리고 그 조상들은 죽어 땅에 묻혀서까지도 문벌의 꿈이라는 요구와 명령을 멈추지 않고 시인의 자유를 억누른다. 또한 그는 백부를 '준엄하기 짝이 없는 풍모'로 묘사하고, 백모는 '나로 하여금 증오를 일으키게 한다'라고 고백하고 있다. 그는 조부와 백부와 친부의 세속적인 기대를 한몸에 받고 쓰러져 가는 가문의 막중한 계승자로 등장한 것이다. 그는 이러한 자신을 '제웅'과 동일시하고 있다. 제웅이란 앓는 사람이나 살이 낀 사람을 위하여 짚으로 사람의 형상을 만들어 집밖에 내다 버린 주물인 것이다. 그는 말하자면 문벌의 제웅, 유교적 가족관념이 빚어 낸 가문의 제물이나 희생자로 자신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른 바 '제웅 의식'을 갖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