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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달린다
육체노동을 하지 않기에 일찍 잠자리에 들면 새벽에 일찍 일어나게 된다. 평소 습관이 되어서 그런지 늦게 일어나는 것이 고역이다. 전역 후 직장에 취업할 때부터 늘 그랬고 병원에서 퇴원 후에는 더욱 그렇다. 매달 초 여리고새벽기도회에 참석 할 때도 나에겐 자명종이 없고 기억해 놓은 시간에 어려움 없이 일어날 수 있다. 어쩌다 한 번은 실수 할 때도 있지만 말이다. 허약해 질대로 약해진 몸은 제대로 걷지도 못했던 상태에서 이젠 몸의 체중은 본궤도에 올라섰고, 더 이상 방치했다가는 지금도 과체중이지만 더 늘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물론 주치의는 먹고 싶은 것만 먹고 운동 열심히 하라는 소견을 말했지만 생각보다 회복이 빨랐다. 1월을 지나 코로나로 인해 더욱 산책을 비롯하여 몸을 움직이며 활동하는 시간이 줄었다.
그러나 집에서만 머물기엔 스스로를 허락하지 않았다. 이천보 삼 천보 오천 보를 넘어 육천 보를 목표로 삼았다. 순조롭게 걸을 수 있었다.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일단 천천히. 가벼운 신발도 준비했다. 평소 제일 편한 신발로 시작했다. 만보기는 아프기 전에도 준비하고 계수를 했지만, 핸드폰에 앱을 깔아 계획적으로 보며 목표를 실천했다. 육천 보도 처음엔 쉬운 걸음을 아니었다. 일상을 잃어버렸다고 하지만 일상만으로는 육천 보가 나오질 않는다. 일상이라야 출퇴근 하며 때가 되면 음식점에서 식사하는 정도였고, 출퇴근 시 전철 플랫폼에 두 서너 번 왔다 갔다 해야 목표를 이룰 수 있다. 날이 궂은 날은 설정한 목표는 어림도 없고 집에 머물러서는 이삼 천 걸음도 기록되지 않는다. 어떨 때엔 걷질 못해 허전할 때도 있었다.
굳게 마음을 먹었다. 3월 30일부터 시작하는 목표를 설정했다. 일일 만 보 이상으로. 병원에 입원하기 전엔 그렇게 힘을 내어 열심히 했건 만 일상이 흐트러졌으니 생각을 가다듬어야 했다. 걷기 코스를 정했다. 옆에 중학교 운동장이 있었지만, 택하지 않고 항상 다른 길로 코스를 정했다. 무수골, 도봉산역 뒤 창포원으로, 출근 하는 날은 중랑천 산책길을 거쳐 쌍문역으로, 고용노동부 교육이 있는 날은 사무실이 있는 상계동으로, 힘이 여유가 있는 날은 도봉역에서 녹천역으로, 월계역으로 쭉쭉 걸음을 재촉했다. 급기야 도봉동 집에서 교회까지, 교회에서 도봉동까지, 이리저리 코스를 바꿔가면서 지루하지 않게 평소 보관해 놓은 칠십 여곡의 음악을 들으며 걸으니 땀은 나지만 지루하지가 않다.
어지간한 거리는 일만 보가 되질 않는다. 집에서 수락산역까지 일천 팔 백보. 중랑천을 산책로를 걸으며 창동역까지 칠천 보. 교회까지도 일만 보가 되지 않는다. 시간은 30분 이상에서 한 시간 이상 걸어야 일 만보를 걷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 일만 보 걷는 운동을 목표로 삼다 보니 먼저 운동으로 걷는 목표를 먼저 하게 된다. 왜냐하면 일상으로 걷는 걸음 수는 몇 천 보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경우엔 하루를 마무리 하려고 귀가 할 때면 의식적으로 핸드폰 계측기를 수시로 보게 된다. 만약 목표를 이루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면 전철 정류장을 두 세 번이고 왕복을 걸으며 계수가 넘어갈 때까지, 집에 도착하는 거리를 예측하며 목표를 달성하게 한다. 비가 내리는 경우는 꼭 그렇게 하는 방법을 택한다.
다른 코스를 생각했다. 도심에 들어갈 경우다. 청계천 산책로와 을지로 지하도를 활용해 보았다. 비가 내리는 어느 날 시내에서 귀가하는 날이었다. 시청 앞 을지로입구역에서 동대문역사문화역(구 동대문운동장)까지 걷기로 했다. 을지로 지하보도는 을지로6가까지 연결되어 있다. 지하 철길을 따라 오래 전에 건설되었다. 지하보도는 을지로구역에서 을지로3가역까지 구간이다. 한 구간이 생각보다 길어 오가는 사람들과 보이는 상가들 눈요기를 하며 걸어도 지루한 감이 든다. 그러나 을지로3가 구간을 지나면 목표 역까지는 같은 거리라도 목적지가 다가온다는 생각이 들어 그런지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보고 느끼며 걸으며 생각하며, 어느 땐 발걸음을 멈추며 벽화 구경도 하고 근처 상가에서 진열해 놓은 값 싼 옷구경도 하며 때로는 충동감을 발동하기도 한다. 그러나 싫지는 않다. 땀은 나고 지상목표는 아니지만 용기가 솟는다.
오늘도 내일도 걷고 달린다. 지하철 동대문역에서 내렸다. 역사 내부 보수공사가 한창이다. 승강기를 이용해 밖으로 나왔다. 깨끗이 단정된 흥인지문을 뒤로 하고 청계천으로 내려섰다. 사방이 뿌옇지만 해는 중천에 떠 있다. 일곱 시 정각.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연 삼일 째 청계천 수변 산책코스를 이용해 시내로 들어온다. 힘찬 발걸음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십 분 정도 지나면 몸에 이마에 에너지가 발산한다. 빨라지는 걸음이지만 호흡은 안정을 찾았다. 앞서가는 여성은 나보다 걸음이 빨랐다. 코가 보이는 상태로 입만 가린 내 마스크. 천천히 걷는 시민, 빨리 걷는 시민, 운동복 차림으로 걷는 사람, 검은 마스크, 흰 마스크를 끼고 아침운동과 출근하는 시민들은 함께하는 내 마음도 상쾌하다. 앞서가는 시민 두 명이 청계천 3가 방향으로 나가고 있었다.
옹벽을 타고 자라 올라가는 담쟁이들이 용기백배하다. 푸른색으로 도배를 했다. 종로에서 청계천으로, 청계천에서 종로로 이어지는 이름 지어진 다리들. 시내중심가를 향해 놓인 전태일 다리가 처음으로 보인다. 산업화와 개발시대를 지나며 힘들고 배고팠던 시절의 전태일 노동자 생각이 잠시 내 머리를 자극한다. 가물치 인지 잉어 녀석 인지 얕은 물을 유영하며 수변 옆으로 가더니 사랑을 하는지 물을 튕기는 모습이다. 왜가리 한 마리도 나를 쳐다본다. 이팝나무 꽃은 며칠 세 다 졌나 보다. 원앙 한 쌍인지 두 마리가 물속을 거니는 모습. 이 아침에 아름다운 풍경이다. 사람과 생명 있는 것들이 공존하는 청계천의 아침은 이렇게 열리고 있었다. 시티은행 건너편 계단을 오르면 걸음을 멈추는 종착역이다. 12204850 |
첫댓글 발걸음이 가볍고 마음이 즐겁습니다.
내일을 향해 쏘라~~
와!!!! 부지런하신 우리 집사님 찬사를 보냅니다
그 부지런함으로 건강도 빨리 되찮으셨으니 감사한
일이네요. 행복한 발걸음이 오래오래 계속되시기를 빕니다. .
그저 상쾌한 마음으로 오늘도 출발입니다.
6347~~
하루하루 승리하는 삶을 사셨네요.
열심히 운동하시는 안수집사님을 응원합니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건강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아침 인사드립니다. 할렐루야.
지난 주일 태신자실 이시온 선교상와 함께 갔습니다.
처음이죠, 이시온 선교사 말씀 전하고
그곳 봉사자들과 대화나무며 함께 했습니다.
집사님 교구 권사님이 집사님 이야기 하더라구요.
좋은 대화나누며 좋은 시간 함께 했습니다,
속회 쾌유하시기 바랍니다. 샬롬
안수집사님! 응원합니다. 건강이 백배 좋아 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건강의 비밀은 걷는데 있다는 것을 실감하면서 저도 열심히 걷기 운동 하겠습니다.
요즘의 제일의 일상은 새벽기도 드리며 성령의 은혜로 충만하며
만 보 이상 걷는 것으로 즐거움을 함께하고 보내고 있습니다.
요 며칠 동안 좀 더운데
점점 더워 지겠지요.
함께 하는 것은 모두에게 즐겁고 아름답습니다.
권사님과 함께하는 모습 기억하고 있습니다.
늘 강건하시고 하루의 행복을 시작하자고요, 샬롬!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