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도 시간이 흐르면 그 끝이 있으리라.
- 핵 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 -을 읽고
13기 이상아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
미래에 대하여 많은 영화들이 나오고 있지만 낙관적인 모습보다 비관적으로 변해버린 세상의 모습들이 더 많다.
과학이 발달되고 인류가 더 잘 살게 될 지라도 그에 못지않게 많은 자연이 파괴되고 한정되어 있는 자원이 고갈되고 있는 것은 현실이기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벌써부터 온난화의 영향을 지구 곳곳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을 보면 나조차도 낙관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동독과 서독이 베를린 장벽을 무너트리고 통일된 독일로 거듭난 이 시점에 이제 지구상에서 나라가 둘로 분단되어 있는 국가는 유일하게 대한민국 밖에 없다.
그러한 현실을 생각해 봤을때 이 책 '핵 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은 분단된 대한민국, 우리의 미래 모습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안좋은 생각을 잠깐 해 보았다.
서독과 동독으로 나누어져 있던 독일, 그러한 독일의 한 마을에서 핵 폭탄이 터진다.
핵 폭발의 영향으로 인근의 마을들은 잿더미로 변하고 강과 땅은 죽게 된다.
공기는 방사능에 오염되고 핵폭발의 섬광을 본 사람들은 원자병에 걸려서 하나 둘씩 죽어간다. 결국엔 소수의 선택?된 사람들만이 살아남아 잿더미 속에서도 희망의 싹을 틔운다는 이야기.
어찌보면 영화의 끝 장면처럼 우리에게 무언의 의미를 주려 하는 결말을 보여주지만 핵 폭발 뒤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묘사는 과히 가슴에 와 닿는 사실감을 안겨주기에 손색이 없다.
옮긴이의 말처럼 짧고 딱딱 끊어지는 문장으로 처참한 모습들을 담담하게 썼던 '파우제방'의 문체는 이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끝까지 읽을 수 있게 하는 구실이 되어준다.
마지막까지도 알 수 없는, 철저히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밑바닥의 모습들을 잘 표현한 이 책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내가 핵 폭발 뒤 살아남은 사람이라면 과연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라는 의문 하나씩은 품게 만든다.
이 책의 주인공 가족들처럼 병원에서 모르는 사람들을 위하여 최선을 다해 도와주고 부모잃은 아이들을 돌보아 줄 수 있을지......'난 그렇게는 못해'라는 이기심이 고개만 젖게 만든다.
우리도 이와 비슷한 현실이 있었지 않은가?
가까운 이웃의 나라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터졌었다.
이 책에 쓰여진 상황과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그것을 방관했던 어른들과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에게로 돌아갔다.
원폭의 피해는 세대를 넘어 이어져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으로 갔던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그 휴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뉴스를 TV로 볼 수가 있다.
프롤로그에 이러한 말이 있다.
『하느님이 하늘과 땅을 창조하시고 그로부터 몇백만년 뒤 사람들은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 자신들이 딛고 있는 땅 밑에 미사일과 핵탄두를 가득 채웠다. 그리고는 자신들의 목숨이 위태로워 졌다고 느낀 나머지 빨간단추를 눌렀다.』
인간들의 이기심으로 그들은 고통속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고통속에서 참는 법을 배우고 죽음 앞에서 살아있음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때로는 살아있음이 죽음보다 더 힘들고 끔직하다는 것을 깨닫기도 하지만 그래도 인간임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려 한다.
이 책에도 '나'라는 열살 아이의 눈을 통하여 인간의 그러한 모습들을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작가의 말처럼 '스스로를 지키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는 메세지도 함께......
언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 남편이 한 말이 생각난다.
"참을수 없는 고통도 언젠가는 끝이 있다......시간은 흐르고 있으니까"
나는 가끔 이 말을 떠올릴 때가 있다.
'어떻게 하면 이 일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하고 고민하고 힘들어 할 때 남편의 이 말은 나에게 큰 힘이자 버티는 원동력이 된다.
나도 말해주고 싶다.
이 책의 주인공인 열세살에 마음이 훌쩍 커버린 주인공에게.
"시간이 흐르면 고통의 끝도 오리니 참고 견뎌 기다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