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이 부른 오송 참사...미호강은 알고 있다
기자명 김인희 기자 / 자유일보
■ 좌파 환경단체· 文정권이 자초한 예견된 재앙
'4대강 사업' 반대하며 미호강 관리 주체 오락가락 ‘관재’
지천인 작천보 철거만 요구...준설 한번 없이 60년 방치
오송주민 미호강 준설요구도 묵살...10년전 마지막 준설
지난 15일 오전 폭우로 유실된 청주 미호강 미호천교 아래의 제방. 이 제방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미호천교를 건설하면서 기존의 제방을 헐어 공사차량 등의 통로로 사용하다 장마를 앞두고 임시로 만든 제방이다. 이 제방이 무너지며 미호강이 범람해 충북 청주시 오송읍 일대가 큰 피해를 입었다.
12년 만에 최악의 수해가 발생한 충북 지역의 피해가 커진 데에는 ‘4대강 원상복구’를 요구하며 세종보를 해체하고 금강을 방치한 환경단체와 야당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겨울~봄 기간의 갈수기에 하천을 충분히 준설해 물 수용량을 늘리고 댐과 보를 적절히 활용해 하천의 유량을 조절하는 것이 치수(治水)의 기본인데도, 이 기본을 도외시한 채 ‘재자연화’에만 몰입해 하천을 방치한 것이 큰 피해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17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장마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충북 청주시 오송읍은 금강의 지류인 미호강과 인접해있다. 이번 청주에서의 수해도 미호강이 범람하면서 일어난 일이다. 미호강은 충북 청주 일대의 농업용수와 오송 산업단지의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동시에, 본류인 금강으로 물을 내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하천이기에 과거 몇 차례나 정비 및 준설 계획이 잡혔으나 실제 준설이 시행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금강 지류인 미호강(당시 미호천)에 대한 정비도 추진했다. 미호강은 낮은 수심으로 인해 갈수기에 농업용수를 충분히 공급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어 1962년에 이미 작천보(洑)가 설치된 바 있다. 정부의 미호강 정비계획이 발표되자 충북지역 환경단체들은 작천보를 철거하라며 강력하게 반발했지만 민주당 후보로 2010년 지방선거에 출마했던 이시종 전 충북지사는 취임 후 ‘4대강 사업을 큰 틀에서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미호강 정비를 실시했다.
이명박 정부와 충북도는 미호강을 정비하면서 고정식 콘크리트 보였던 작천보를 수문을 여닫을 수 있는 가동식 보로 개량해 기존보다 15미터(m) 하류에 새로 설치하고 보 높이도 기존 2.4m보다 높은 3m로 만들었다. 하지만 하천 물 용량을 키우는 가장 기본 정비작업인 준설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1962년에 설치된 작천보가 60년 넘도록 준설 없이 방치된 것이다.
충북지사를 3연임한 이시종 전 지사도 준설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었다. 이미 2017년 7월 집중호우 당시에도 미호강 일부 유역이 범람하며 오송읍 저지대 마을에 침수피해가 일어났기 때문에 오송읍 주민들이 미호강을 준설해달라는 민원을 넣기도 했다.
이 전 지사는 퇴임 전인 2021년 9월 "미호강 수질은 최근 평균 3급수 수준이고 수량은 청주를 비롯한 110만 중부권 도민들이 친수생활을 충족하기에 절대 부족한 상태"라며 ‘미호강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미호강 준설로 수량을 확보해 수질을 1급수로 복원하고 친수여가공간을 조성한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또 미호강 상류인 충북 진천군에 위치한 여천보를 개량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들은 ‘미호강 프로젝트는 4대강 사업과 전혀 차이가 없다’며 강력하게 반대운동을 벌였고, 이 전 지사는 결국 이들에 굴복해 미호강 프로젝트를 임기 내에 추진하지 못했다.
이같은 좌파 환경단체의 ‘이념투쟁’과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의 ‘직무유기’가 어우러진 것이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를 키운 것이다. 이에 대해 이번 수해 피해자들도 공분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궁평지하차도 참사 시민수습대책본부’를 구성한 김재헌 세종시민연합포럼 대표는 이날 "작천보는 60년 넘도록 준설이 없었고 미호강도 마지막 준설이 이뤄진 지 10년이 넘었다"며 "미호강은 평소 물 속의 수초가 그대로 보일 정도로 수심이 얕은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환경단체들이 자연 상태 그대로 두자고 주장한 결과가 이런 참사로 이어졌다"며 "이 참사는 준설없이 하천을 그대로 방치한 전 대통령, 전 충북지사, 청주시장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