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는 따뜻해
현경미 글 / 송민영 그림 | 청개구리(청동거울) | 2023년 11월 23일
가족의 따뜻함과 사랑을 일깨워주는 동시!
창밖에는 아직도 여름비가 내리고 수국은 비를 즐기듯 곱게 피고 있습니다. 수국이 피는 여름 내내 현경미 시인의 참깨 같은 동시 61편과 함께 지낸 날들이 행복합니다. 시에서 수국 냄새가 나듯 현시인의 시는 오랜 침묵 끝에 핀 꽃처럼 향기 있고 또한 격조 있습니다. 그리고 시를 왜 써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몇 번이고 내게 던졌습니다.
모쪼록 현경미 시인의 『언니는 따뜻해』가 어린이들이 꿈을 키우고, 어린이들의 고민과 아픔을 다독여 주는 그늘이 큰 나무가 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동심을 가진 모든 어른들에게도 위안이 되는 시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 추천글 권영상(전 한국동시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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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톡, 톡 / 현경미
참깨는 마음이 바쁘답니다
여름 내내
한 알 두 알 모은
깨알 통장
다 털리기 전
톡, 톡, 톡
흙에게 이체 중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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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 현경미
물고기라고 물만 좋아할까요?
난 산에 들에 꽃이 좋아
꽃봉오리들 팡,
웃음보 터트리는 순간
꽃향기 간질,
코끝을 스치는 순간
잎사귀들 팔랑,
손짓하는 순간
기쁨을 알아
물을 떠난 물고기가 되기로 한 건
이 때문이야!
가끔이지만 난 노래를 부르곤 해
순간순간 풍경을 담아
뎅그렁
뎅그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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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따뜻해 / 현경미
올겨울 제일 추운 날
보일러가 고장났다
두툼한 이불 뒤집어쓰고도
덜덜덜
한밤중에 깨어 본
언니가 나를 꼭 껴안고 있다
건드리기만 해도
짜증 부리던
언니가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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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역사 / 현경미
처음엔 자연이 학교였대
고구려 태학, 신라 국학, 발해 주자감, 고려 국자감, 조선 성균관, 근대 학당, 현대 학교, 코로나19 팬데믹 교실 없는 학교, 화면 안으로 들어간 스마트 학교......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야 할 수도 있어
그땐,
자연이 도망치고 없을지도 몰라
첫댓글 마지막 동시는 각성하게 하는군요.
어려운 말 없어도 이렇게 감동과 자각을 받을 수 있다니,
정말 놀라워요.
좋은 동시 소개 감사합니다~~~